해병대, 여름 캠프 참가자 KAAV·IBS 탑승 체험
군필자는 자부심, 미필자에겐 동경·도전의 대상 ‘해병대 정신’
‘8명 1팀’ 140㎏ 달하는 IBS 머리에 이고 악으로 깡으로…
성별·나이 불문 300여 명 “유격체험 인상 깊었다…또 오고 싶다”
어떤 임무든 끝까지 해내는 ‘해병대 정신’은 군필자에겐 자부심, 미필자에겐 동경과 도전의 대상이다. 해병대가 매년 여름·겨울 방학마다 마련하는 ‘해병대 캠프’는 시민들이 해병대 정신을 온몸으로 느끼는 자리다. 경북 포항시 도구해안에서 지난 28일부터 8월 1일까지 진행하는 ‘2025 해병대 여름 캠프’ 현장을 찾아갔다. 글=조수연/사진=김병문 기자
땡볕 아래 해병대 정신 체험
30일 경북 포항시 도구해안. 300여 명의 시민들이 군복을 입고 해안가에 줄지어 섰다. 이맘때면 어김없이 열리는 해병대 캠프가 돌아온 것. 헐렁거리는 군복을 입은 어린이부터 중년까지, 해병대의 강인한 훈련을 직접 체험하기 위해 각양각색의 참가자들이 모였다.
캠프 3일 차. 참가자들의 얼굴은 이미 햇볕에 잔뜩 그을려 있었다. 군모 틈 사이로 드러난 붉게 달아오른 이마와 뺨이 훈련의 강도를 말해주는 듯했다.
이날 훈련의 백미는 단연 소형고무보트(IBS) 훈련이었다. 140여㎏에 달하는 고무보트를 8인 1조로 들어올려 바다로 나아가는 훈련이다. 무게도 무게지만, 파도와 맞서며 방향을 잡는 일이 쉽지 않다. 교관은 “기합만으로 되는 게 아니다. 끝까지 버티려면 팀워크가 생명”이라며 IBS를 해안으로 몰아붙였다.
해안가에 훈련 교관의 구령이 울려 퍼지자, 참가자들이 일제히 함성을 질렀다. 팔에 쥐가 나고 숨이 차올랐지만, 누구 하나 보트를 놓지 않았다. 이내 IBS를 바다에 띄우고 순식간에 올라탔다. 처음엔 동작이 다소 엉성했지만, 구령에 맞춰 노를 저으며 점차 호흡을 맞춰갔다. 짧은 항로이지만 바다 위를 스스로 나아가며 묵직한 성취감을 쌓아갔다. 땡볕 아래 훈련인데도 참가자들의 표정은 밝았다.
한 교관은 “예전에는 부모님들이 자녀를 ‘단련시키겠다’며 보내는 경우도 있었지만, 요즘은 본인이 스스로 도전해보고 싶어서 오는 경우가 훨씬 많다”며 “억지로 오는 사람이 없어서 그런지 훈련은 힘들어도 분위기는 오히려 밝다”고 말했다. 기권자도 크게 줄었다는 평이다. 스스로 원해서 온 만큼 책임감도 크다는 것.
재외동포 청소년·78세 할아버지까지…
이번 해병대 여름캠프는 전국 중·고교생과 대학생, 일반인, 재외동포 청소년 등 300여 명의 참가자들을 맞았다. 올해는 최초로 재외동포 희망자의 참가 신청을 받아 미국·독일·말레이시아·캐나다 등 6개국 청소년 10명도 참가했다. 이들은 캠프에서 여러 가지 훈련을 압축 체험하며 해병대가 어떤 곳인지 머리가 아닌 몸으로 배웠다.
누군가는 어릴 적 꿈을 좇아왔고, 또 누군가는 특별한 방학을 보내기 위해 캠프에 자원했다. 올해 캠프는 유독 다양한 연령층이 함께했다. 최고령 참가자는 경기 안산시에서 온 최이기(78) 씨. 최씨는 이번이 무려 10회째 참가다.
그는 “아들이 해병 803기 출신인데 그걸 계기로 해병대를 좋아하게 됐다”며 “가족들이 위험하다고 말렸지만 몰래 버스를 타고 포항에 내려왔다”며 웃었다. 최씨는 “해병대는 앞장서서 나라를 지키는 군이다. 나이 들었다고 뒷전에 빠지기보다는 앞장서고 싶다”며 “오히려 이런 훈련이 건강에도 좋고 젊은 참가자들과 어울리며 긍정적인 자극을 받는다”고 말했다.
미국 재외동포 앤드류 재성 김(21) 씨는 “한국을 더 깊이 이해하고 싶어 캠프에 지원했다”며 “해병대 훈련은 강렬했고, 특히 유격 체험이 가장 인상 깊었다. 또 오고 싶다”고 했다.
해병대 정신 배우는 4박5일
해병대 캠프는 군과 국민 사이 경계를 허물며, 군에 대한 이해와 체험의 장으로 자리매김했다. 해병대는 민간인 대상 캠프를 통해 국민과의 벽을 낮추는 소통의 장을 마련하고 있다.
평소 군을 멀게 느끼던 사람들에게 ‘군인들이 어떤 일상을 보내는지’를 알리는 기회다. 어떤 참가자들에겐 해병대 입대를 결심하는 계기가 되기도 한다. 해병대는 캠프가 단순히 홍보를 넘어 군과 국민이 신뢰로 연결되는 메신저 역할을 수행하길 기대하고 있다.
1997년부터 매년 여름과 겨울방학 기간 해병대1사단에서 운영하는 해병대 캠프는 매년 전국 각지에서 신청자가 몰릴 만큼 인기다. 초등학생부터 성인까지 다양한 연령층이 참여해 해병대의 상징적인 훈련들을 경험한다. 참가자들은 처음 접하는 규율 속에서 훈련에 임하며 해병대 특유의 강인함을 체험한다.
캠프 일정은 해병대 훈련 전반을 4박5일 동안 체험할 수 있도록 압축 구성돼 있다. 짧은 일정이지만 ‘한 번 해병은 영원한 해병’이라는 구호 속에 담긴 해병대 정신을 체험해 보려는 사람들로 매년 신청이 몰린다.
1일 차는 입소식을 시작으로 해병대 역사 소개, 제식·군가교육을 진행해 해병대 고유의 정신력과 자신감을 배양한다. 2일 차는 공수·유격기초훈련을, 3일 차는 상륙돌격장갑차(KAAV) 탑승, 소형고무보트(IBS) 체험을 하며 도전정신을 함양한다. 4일 차는 천자봉 행군, 전투수영, 이함훈련 등을 하며 해병대의 고유 임무인 상륙작전에 대한 이해도를 높인다. 마지막 5일 차에는 도전과 극기의 상징인 해병대 빨간 명찰이 수여된다.
송재욱(소령) 해병대캠프 교육대장은 “이번 캠프는 자신의 한계를 넘고 서로 협동하며 도전정신과 강인한 해병대 정신력을 기를 수 있도록 구성했다”며 “특히 재외동포 청소년들이 함께해 해병대 정신을 바탕으로 조국에 대한 이해와 자긍심을 키우는 시간이 되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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