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일(job)이 생길거야
권동원 예비역 해병대위·애플코리아 크리에이티브 프로
글로벌 기업 도전 잇따른 탈락
군 경력 인정 안되나 회의감
해답은 경력 단순 나열 아닌
협업·위기 대응 경험 알리는것
군 장교 이어 IT기업 근무까지
낯선 조직문화 유연한 적응 경험
더 많은 후배 장병들과 나누고파
해병대 장교였던 권동원 예비역 대위는 글로벌 IT기업 애플 코리아(Apple Korea)에서 기술교육 전문가로 일하며 ‘마이클’이라는 이름으로 불린다. 계급 대신 닉네임으로, 명령 대신 창의력으로 일하는 조직에서 그는 또 하나의 성장을 경험 중이다.
군인에 대한 동경으로 서경대 군사학과에 진학했고, 더 강한 환경에 도전하기 위해 해병대 장교로 2015년 임관 후 7년간 복무했다. 그러나 어린 시절 꿈꿨던 국제기구에서의 봉사활동을 통해 더 넓은 세상에서 의미 있는 일을 하고 싶다는 바람을 포기하지 않았다.
그는 복무 중에도 꿈을 이루기 위해 영어 시험과 각종 자격증을 취득하며 꾸준히 준비했다. 하지만 결혼이라는 또 다른 전환점을 맞으며 해외 진출이 현실적으로 어려워졌고, 대신 군 경력을 보다 인정받을 수 있는 글로벌 기업에서 역량을 펼쳐보고자 새로운 도전을 결심하게 됐다.
과정이 순탄치만은 않았다. 1년 동안 100여 개 기업에 지원했지만, 낙담의 연속이었다. 제대군인을 위한 상담이나 행정적 지원도 받았지만, 실질적인 채용 기회로 이어지지는 않았다. ‘군 경력은 인정받을 수 없는 걸까’라는 회의감에 빠지기도 했다며 당시 심정을 회고했다. 하지만 그는 포기하지 않고 직접 온라인 카페를 개설해 예비역들과 정보를 나누며 돌파구를 찾기 시작했다. 그 과정에서 부족한 것은 경험이 아닌, 풀어내는 방식임을 깨달았다. “단순히 군 경험을 나열하는 것이 아니라 훈련 중 조직 협업, 위기 대응 경험 등을 사회가 이해할 수 있는 언어로 바꾸는 것이 중요했다”고 말했다.
이 전략으로 2023년 애플 코리아에 ‘크리에이티브 프로(Creative Pro)’로 최종 합격했고 새로운 인생을 시작했다. 고객에게 맞춤형 제품과 기술을 소개하고, 창의적으로 활용하도록 돕는 교육 전문가로 일하고 있다. 그의 닉네임은 평소 좋아하는 미국 드라마 ‘슈츠’ 속 닮고 싶은 캐릭터. 맡은 일을 능숙하게 해내는 드라마 주인공 ‘마이클’처럼, 그는 낯설었던 조직문화에 유연하게 적응했다. 전역 이후 삶의 방향을 주도적으로 설계해나가며 원하는 목표를 향해 나아갈 수 있다는 점에서 큰 만족을 느낀다고 말했다.
이제 그는 자신이 걸어온 길을 다른 이들과 나누고 있다. 국가보훈부 제대군인 멘토로 활동하며, 진로 설계, 자기소개서와 면접 코칭 등 실질적인 도움을 주고 있다. 후배들에게 늘 강조하는 것은 ‘군 생활 자체보다, 그 안에서 무엇을 해냈고 어떻게 조직에 기여했는지를 되짚어보는 것’이다.
“많은 장병이 전역을 앞두고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저는 군 경력 안에 기회가 숨어 있다고 말합니다. 우리는 이미 훌륭한 기반을 갖고 있으며, 그 가치를 사회가 이해할 수 있도록 보여주는 훈련이 필요하죠.”
마지막으로 이 과정을 혼자 하지 말고 주변이나 멘토의 도움을 활용하라고 당부했다. “저도 1년 동안 힘든 과정을 혼자 하다 보니, 심적으로 불안하고 갈피를 못 잡겠더라고요”라며 당시의 막막함을 떠올렸다.
그의 궁극적인 목표는 군인의 사회 진출을 위한 안정적 구조를 만드는 것이다. 언젠가 단순한 구직 정보 제공을 넘어, 군인과 기업을 서로 연결해주는 맞춤형 플랫폼을 직접 만들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다.
군 경력이 끝나는 순간이 곧 가능성이 시작되는 순간일 수 있음을 스스로 입증해낸 그는, 더 많은 이들이 자신의 경력을 잇고, 다음을 준비할 수 있도록 돕고자 한다.
글=김세은 인턴 기자/사진=김태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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