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클리 경제 이슈
고강도 대출 규제…얼어붙는 부동산 시장
주담대 6억 원 제한 ‘초강수’ 규제
일시적 다주택도 6개월만 허용
서울 아파트값 오름폭 4주 연속 감소
매매 대신 전세로…계약갱신도 늘어
가을 이사철 수급 불균형 심화 우려
정부, 신도시 속도…투기 억제는 지속
이재명 정부가 고강도 대출 규제를 내놓으면서 부동산 시장이 얼어붙고 있습니다. 서울 아파트값 오름폭이 4주 연속 줄고 아파트 매수심리도 위축됐습니다. 여기에 기존 임차인들의 전세 연장, 아파트 입주절벽이 현실화하면서 매매뿐 아니라 전세 시장 또한 흔들리고 있습니다.
금융위원회는 지난달 27일 관계기관 합동으로 ‘긴급 가계부채 점검 회의’를 열고 가계부채 관리 강화 방안을 발표했습니다. 먼저 금융당국은 수도권·규제지역에서 주택 구입 목적의 주택담보대출(주담대) 최대한도를 6억 원으로 제한하는 ‘초강수’ 규제를 뒀습니다.
서울 아파트 평균값이 13억 원 수준임을 고려하면 7억 원 이상의 현금이 없으면 갈아타기가 사실상 불가능해진 셈입니다. 또한 정부는 수도권 주택을 구입할 시 주담대를 받으면 6개월 이내 반드시 전입하도록 해 투기 수요를 차단했습니다.
1주택자가 대출받아 주택을 구매하려면 기존 주택을 6개월 내 처분해야 하고, 2주택 이상을 보유한 다주택자는 주담대가 전면 금지됩니다.
소득이나 주택가격과 상관없이 주담대 총액에 한도를 제한한 건 이례적입니다. 갭투자 등 부동산 투기 세력의 돈줄을 묶으면서 집값 상승을 억제하고, 부동산 시장을 실수요자 위주로 재편하기 위한 조치라는 평가가 나옵니다.
대출 규제가 발표되기 전까지만 해도 서울 아파트값은 무섭게 치솟았습니다. 한국부동산원의 ‘6월 전국 주택가격 동향조사’에 따르면 서울의 6월 주택 종합 매매 가격은 전월 대비 0.95% 상승해 2018년 9월(1.25%) 이후 6년10개월 만에 가장 큰 오름폭을 보였습니다.
아파트 가격 상승 폭(1.44%)도 2018년 9월(1.84%) 이후 가장 커 수요자 사이에서는 집값이 더 오르기 전에 서둘러 집을 사야 한다는 ‘패닉 바잉’ 바람이 불기도 했습니다.
고강도 규제에 시장 냉각
고강도 규제로 수요자의 시장 관망세가 짙어지면서 시장은 얼어붙었습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7월 셋째 주(21일 기준) 서울 아파트값은 전주 대비 0.16% 상승하며 25주 연속 올랐습니다.
하지만 오름폭은 전주(0.19%)보다 줄었습니다. 정부 규제대책 발표 직전인 지난달 넷째주 0.43%까지 급등했던 것을 고려하면 확실히 매수 관망세가 짙어지는 분위기입니다.
상승 폭은 4주 연속(0.43%→0.40%→0.29%→0.19%→0.16%) 눈에 띄게 꺾였습니다. 규제 직전 급등했던 강남구(0.15%→0.14%)와 서초구(0.32%→0.28%)는 오름세가 약해졌습니다. 성동구(0.45%→0.37%), 용산구(0.26%→0.24%), 마포구(0.24%→0.11%), 동작구(0.23%→0.21%), 광진구(0.44%→0.20%) 등 한강 벨트 아파트값 상승 폭 또한 감소했습니다.
서울 25개 자치구 가운데 오름폭을 확대한 곳은 송파구와 강서구(0.09%→0.13%), 중랑구(0.03%→0.05%) 등 세 곳뿐이었는데요. 송파구는 잠실·송파동 재건축 단지 위주로 상승 거래가 나타난 영향으로 보입니다. 전국 단위로 봐도 아파트값 상승 폭이 축소(0.02%→0.01%)됐습니다. 지방 아파트값은 0.03% 떨어지며 전주(-0.02%)보다 하락 폭을 키웠습니다.
집값 급등세가 꺾이면서 수요자의 부동산 매수 심리도 식는 모양새입니다. 한국은행이 진행한 소비자동향조사 결과 7월 주택가격전망 소비자동향지수(CSI)는 109로, 전월 대비 11포인트 하락했습니다. 이는 한은 기준금리 인상 기조가 있던 2022년 7월(-16포인트) 이후 최대 하락 폭입니다.
이혜영 한은 경제심리조사팀장은 “6·27 대책에 따른 주택가격 하락 기대감, 수도권 아파트 매매가격 오름세 둔화 등에 주택가격 전망이 하락했다”고 설명했습니다.
정부 규제는 전세시장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KB국민은행에 따르면 지난 7일 기준 서울 아파트 전셋값은 0.11% 오르며 23주 연속 오름세를 이어갔습니다. 지역별로 보면 송파구(0.41%)·강동구(0.30%)·노원구(0.23%)·구로구(0.14%) 등이 서울 평균 전셋값보다 높은 수준을 나타냈습니다.
전세 매물은 줄어들고 있습니다. 부동산 정보업체 아실에 따르면 21일 기준 서울의 전세 매물은 2만4154건인데, 이는 6개월 전인 1월 21일 기준 3만296건 대비 20.3% 감소한 수치입니다.
전문가들은 이런 현상이 정부의 고강도 대출 규제 영향인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실거주 의무와 소유권 이전 조건부 전세대출 제한으로 ‘갭투자’가 불가능해졌기 때문입니다.
전세시장이 불안해지자 아파트를 매매하는 대신 계약갱신 청구권을 사용하는 임차인도 늘어났습니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시스템에 따르면 이달 1~18일 서울의 아파트 전세 계약(계약일 기준) 4403건 중 갱신청구권을 사용한 사례는 24.7%에 해당하는 1088건입니다. 지난달 같은 기간 청구권 사용 비율(20.2%)과 비교하면 4.5%포인트 증가했습니다.
하반기 예상되는 새 아파트 입주절벽도 전셋값 상승을 자극하는 요인으로 지목됩니다. 직방에 따르면 하반기 서울 아파트 입주 예정 물량은 1만4043가구로 상반기 대비 20.4%, 작년 하반기보다 29.1% 줄어들 것으로 보입니다.
입주 감소는 전세 물건 부족과 가격 상승을 동시에 유발할 가능성이 크고, 여기에 가을철 이사 수요까지 겹칠 경우 수급 불균형이 더 심화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옵니다.
추가규제 가능성 열어둬
이런 가운데 부동산업계에서는 정부의 추가 규제 가능성에 관한 이야기가 흘러나옵니다. 이 대통령이 지난 3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취임 30일을 기념해 연 기자회견 ‘대통령의 30일, 언론이 묻고 국민에게 답하다’에서 “(현재 시행한 부동산) 대출 규제는 맛보기 정도에 불과하다”며 “수요 억제책은 아직도 엄청나게 많이 남아 있다”고 밝혔기 때문입니다.
이 대통령은 또한 기존에 계획된 신도시들을 속도감 있게 조성하겠다면서 시중자금을 부동산 시장에서 금융시장으로 돌리기 위한 부동산 가격 안정 정책을 지속적으로 추진하겠다는 의지를 강조했습니다.
신도시 공급을 이야기하면서는 “공급도 다양한 방법이 있다”며 “신규 택지만이 아니라 기존 택지를 재활용하는 등 방법은 얼마든지 있다”고 언급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면서 “대한민국의 미래가 부동산 정책에 크게 영향을 받을 것이라고 본다”며 “이제는 (시중자금을) 부동산보다 금융시장으로 옮기는 게 훨씬 낫지 않을까 생각한다. 또 그렇게 만들려고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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