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군39보병사단, 수해복구 대민지원
굴착기 등 중장비 대거 투입 나흘째 복구 작업
부러진 나무·무너진 콘크리트 순식간에 치우고
장병들은 좁은 골목 정비·실종자 수색 팔 걷어
주민들 “군인들 덕에 숨통 트였다” 감사함 전해
기록적인 집중호우로 경남 산청군 일대는 순식간에 쑥대밭으로 변했다. 연이은 폭우로 주택과 비닐하우스가 침수되고, 농경지는 진흙으로 뒤덮였다. 설상가상으로 실종자까지 발생하며 피해는 더욱 커졌다. 이때 육군39보병사단 장병들이 두 팔을 걷어붙였다. ‘국민의 군대’라는 이름처럼, 중장비를 이끌고 피해 현장을 찾은 이들은 일상 회복을 위해 묵묵히 땀을 흘리며 피해 주민들의 마음을 보듬었다. 글=박상원/사진=김병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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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장비로 피해지역 정리 속도
23일 오후 1시 경남 산청군 외정마을회관 인근. 비는 멎었지만 침수 흔적이 곳곳에 남아 있었다. 평생을 가꿔온 집은 폐허로 변했고, 이미 부패가 시작된 작물과 쓰러진 지지대, 흙탕물 범벅이 된 폐기물이 마당을 뒤덮고 있었다.
골목은 흙과 쓰레기가 뒤엉켜 사람이 접근할 수 없는 상태였다. 이에 39사단은 굴착기, 스키드 로더, 덤프트럭 등 중장비 20여 대를 대거 투입했다. 육군2작전사령부 1117공병단 장비도 다수 포함됐다.
39사단 공병대대 장병들은 먼저 굴착기를 투입해 진입로를 확보한 뒤, 스키드 로더를 이용해 각종 폐기물 정리에 나섰다. 로더 버킷 끝에는 끊어진 전선, 부러진 나무, 무너진 콘크리트 조각이 뒤엉켜 있었다. 장비는 구석구석을 누비며 마치 사람의 손처럼 신중하게 작업을 이어갔다. 인력을 투입했으면 온종일 걸렸을 토사, 구조물 잔해 제거작업을 좁은 골목길까지 유연하게 진입한 뒤 순식간에 해치웠다.
한편, 주택이 통째로 밀려 나간 자리에서는 굴착기가 잔해를 치우고 있었다. 옹벽은 무너졌고, 지붕은 힘없이 주저앉아 있었다. 굴착기 주변에서는 장병들이 직접 잔해를 분류하며 복구 작업을 도왔다. 벽이 허물어진 가옥 안에서 꺼낸 장롱, 세탁기, 싱크대는 마당 한쪽에 쌓여 있고, 대부분 가전제품은 형체를 알아보기 어려울 정도로 파손돼 있었다.
현장을 찾은 한 주민은 집터 앞에서 눈시울을 붉히기도 했다. 주민 김옥단 씨는 “물이 빠지고 나니 너무 막막했어요. 뭘 먼저 치워야 할지, 어디서부터 손을 대야 할지도 몰랐다”며 “군인들이 이렇게 와주니까 정말 숨통이 트인다”고 말했다. 김씨는 장병들에게 연신 생수와 삶은 강냉이를 건넸다. 장병들은 감사의 인사를 잊지 않았다.
박재은(대위) 공병대대 1중대장은 “무너진 집을 마주한 어르신의 뒷모습이 잊히지 않는다”며 “더운 날씨에도 힘을 내 복구에 보탬이 되겠다”고 말했다.
공병대대는 지난 20일부터 무너진 담장을 치우고, 전봇대 주변의 토사를 정리하는 등 협소한 공간에서도 기민하게 움직이며 복구를 이끌었다. 특히 중장비 접근이 어려운 골목 내부는 인력이 주도하는 복구가 절실했다. 일부 장병들은 엉덩이까지 빠지는 진흙 속을 이동하며 손으로 나뭇가지와 생활쓰레기를 일일이 정리했다. 무더위와 악취가 뒤섞인 현장이었지만, 장병들의 발걸음은 멈추지 않았다.
정한영(중령) 공병대대장은 “우리 군은 장병 안전을 최우선으로 확보한 가운데, 지방자치단체 및 유관기관과 긴밀히 협력해 경남과 산청지역의 피해 복구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며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키는 일을 숭고한 책무로 여기며, 하루빨리 평온한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끝까지 함께하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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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종자 수색에도 군의 손길
같은 날 오후, 산청군 율현마을 일대에는 39사단 기동대대와 경찰, 소방이 투입돼 실종자 수색 작업을 이어갔다. 앞서 이날 오전 실종자 한 명이 발견됐다는 소식을 들은 장병들은, 혹시라도 놓친 흔적이 있을까 더욱 집중하며 수색에 임했다.
장병들은 3개 지역으로 나뉘어 7명씩 팀을 구성하고, 탐지견 2마리씩을 함께 운용해 정밀 수색을 전개했다. 각 팀은 무너진 주택과 흙더미를 차례로 확인하고, 수풀이 우거진 지역이나 지반이 불안정한 지형은 ‘탐침봉’을 이용해 지면을 찔러가며 수색을 이어갔다.
험지에서 장시간 지속된 수색으로 피로가 쌓일 법도 하지만, 누구 하나 느슨해지지 않았다. 장병들은 무너진 담벼락과 잔해 틈새를 일일이 확인하며, 실종자 가족의 간절한 마음을 대신해 구슬땀을 흘렸다.
이승현(중령) 기동대대장은 “한 사람의 생명도 포기하지 않겠다는 각오로 수색에 임하고 있다”며 “실종자 가족의 마음을 헤아리며, 끝까지 수색을 이어가겠다”고 말했다.
‘안전하고 신속하게’ 수해복구 작전
현재까지 장병 1만1000여 명 투입
무더위 속에서도 수해를 입은 국민들의 빠른 일상 회복을 돕기 위한 군의 노력은 24일에도 계속됐다.
국방부에 따르면 이날 광주광역시와 전남, 충남, 경남 등에 장병 4000여 명과 중장비 100여 대를 투입해 수해복구 대민지원을 전개했다. 장병들은 물에 잠긴 민가·도로를 정리하고 비닐하우스 정비, 실종자 수색 등을 했다. 피해가 심각한 경남 산청군 등에는 중장비 65대와 군견 6마리, 장병 1100여 명을 집중 투입해 피해 복구와 실종자 수색을 했다.
이날까지 작전에 투입된 누적 장병 수는 1만1000여 명, 장비는 180여 대다. 전하규 국방부 대변인은 “23일 오전부터 재난대응부대인 육군특수전사령부와 2신속대응사단, 해병대1사단 예하부대를 육군으로 작전 통제해 폭우 피해현장에 집중 투입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각급 부대는 장병들의 안전을 최우선으로 하면서 수해복구에 임하고 있다. 무더위 속 안전사고 예방을 위해 작전 시간을 조정하고 휴식 시간도 충분히 보장하고 있다. 지휘관들은 사전 체크리스트를 토대로 사전 안전성 평가를 하고 장병들이 필요한 물자나 안전장비 등도 충분히 갖추도록 했다. 최한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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