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 군사명저를 찾아서
사이먼 시넥의 『리더는 마지막에 먹는다』
Simon Sinek. 2014. 『Leaders Eat Last: t: Why Some Teams Pull Together and Others Don’t』. pp. 368.
조직원에게 심리적 안정감 제공
공동체 위한 신뢰의 토대 구축
전장에서 가장 강한 유대는 믿음
‘신뢰·희생·안전’은 전투력 기반
미 육군에서 참모총장 이름으로 배부하는 ‘장교를 위한 도서 목록(The US Army CHIEF OF STAFF’S PROFESSIONAL READING LIST)’ 리더십 분야에 사이먼 시넥의 『리더는 마지막에 먹는다』(2014)가 포함돼 있다. 미 해병대에서는 지휘관일수록 늦게 식사한다는 일상의 풍경이 이 책의 제목이 될 만큼 군인과 관계가 깊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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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사이먼 시넥은 영국 출신인 미국 작가로 리더십 분야의 세계적 연설가로 알려져 있다. 특히 ‘골든 서클(Golden Circle)’ 이론을 제시한 TED 강연 ‘스타트 위드 와이(Start With Why)’는 세계적으로 수천만 회 조회되며 큰 반향을 일으켰다. 책 『Start With Why』(2009)를 통해 ‘왜(Why)’라는 동기부여의 본질을 강조한 그는 『리더스 잇 라스트(Leaders Eat Last)』(2014)에서 “좋은 리더는 무엇을 하는가?”란 근본적 질문을 던지고 있다.
리더는 무엇을 위해 존재하는가. 사이먼 시넥이 던지는 핵심 질문은 다음과 같다. “왜 어떤 조직은 위기 상황에서도 뭉쳐 생존하고, 어떤 조직은 쉽게 와해하는가?” 그는 그 해답이 리더의 자세, 곧 ‘누구를 위해 리더십이 존재하는가’란 철학에 있다고 본다.
경쟁과 개인주의가 팽배한 현대 사회에서 다수의 조직은 리더가 권력을 유지하고 결과를 내는 데 집중한다. 하지만 저자는 진정한 리더는 가장 먼저 희생하고, 가장 늦게 이익을 누리는 존재라고 강조한다. 즉, 리더는 조직원에게 심리적 안정감을 제공하고, 공동체를 위한 ‘신뢰의 토대’를 구축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이유를 인간의 본질에서 찾는다. 인간은 본질적으로 집단 생존에 최적화된 존재다. 인류는 무리 안에서 서로를 보호하고 역할을 분담함으로써 진화를 지속해 왔으며, 현대 조직에서도 이러한 ‘공동체적 유전자’는 여전히 작동한다. 사자의 공격을 막기 위해 둥글게 방어막을 구축하는 사슴 무리의 모습이다.
여기서 핵심적인 개념은 ‘안전망(Circle of Safety)’이다. 이는 리더가 구성원에게 제공해야 할 심리적 안정감의 범위를 뜻한다. 구성원에게 안정감을 줄수록 조직 내 신뢰가 높아진다. 그렇게 되면 구성원은 외부 위협이 아니라 공동의 목표에 집중하게 되고, 이에 따라 자발적인 헌신이 유도된다. 리더의 가장 중요한 역할은 이 안전지대를 넓히고 유지하는 것이다.
성공하는 조직의 원칙
안전망 개념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돌봄(caring)의 원칙’이다. 리더가 자신을 돌봐주고 있다는 믿음이 들 때 구성원의 신뢰를 확보할 수 있다. 그렇게 되면 일도 열심히 한다. 2008년 금융위기 당시 기업들의 대응에서 조직문화 차이가 드러났다. 세계 최대 글로벌 인프라 기업인 미국의 제너럴일렉트릭(GE)은 위기 극복을 위해 대규모 구조조정을 단행한 반면 IT 기업 넥스트점프의 최고경영자(CEO) 찰리 김은 “우리 회사는 사람을 해고하지 않는 회사가 될 것”이라고 선언했다. 이러한 선언은 구성원의 충성심과 헌신을 끌어내며 수익이 600% 올랐다.
구성원을 돌본다는 것은 물질적인 것뿐만 아니라 그들을 신임하고 기다려준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들에게 목적을 부여하고 제대로 일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도 포함된다. 구성원을 믿는다는 것은 자율성을 인정한다는 것이다. 제조기업 배리웨밀러의 CEO 밥 채프먼은 종소리로 직원의 작업을 통제하던 관행을 없앴다. 시간 통제는 불신에 기초한 제도기 때문이다. 그는 성인에게는 자율적인 판단에 맡겨야 한다고 강조하며, 종을 제거하고 자율책임 문화를 정착시켰다. 이에 따라 직원들의 주도성과 몰입이 강화됐고, 조직 성과 역시 크게 향상됐다.
늘 성과(숫자)보다 사람을 우선시해야 한다. 미 육군의 슬로건이 ‘사람 우선(People First)’인 이유도 여기에 있다. 한때 조직을 위한 구성원 역할이 강조되던 시절이 있었다. GE를 책임진 잭 웰치는 야멸찬 성과(숫자) 중심 경영을 통해 단기적으로 성과를 올렸다. 하지만 장기적으로 몰락의 계기가 됐다. 조직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구성원의 삶과 성장에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결국 중요한 것은 전반적인 조직문화라고 저자는 강조한다. 서로 보살피고 신뢰하고, 협력하는 조직문화가 구축된다면 성공하는 조직이 될 수 있다. 올바른 리더는 바로 그런 문화를 만들어가는 사람이다. 그런 문화가 지향하는 선도적인 행동과 실천을 통해 상호 신뢰와 조직문화를 만들어가는 사람들이 진정한 리더라는 것이다.
어떤 리더가 될 것인가? 책 『Leaders Eat Last』는 군 조직에 특별한 울림을 준다. 책의 제목이 미 해병대의 실천적 문화에서 나왔듯, 군대야말로 이 책의 철학이 가장 강하게 적용될 수 있는 조직이다. 특히 군 리더에게 깊은 통찰을 제공한다.
첫째, 군대는 상명하복이라는 위계 구조를 갖고 있으나 실전에서는 구성원의 ‘자발적 복종’과 ‘상호 신뢰’가 생사를 가른다. 이때 리더가 부하들에게 ‘내가 너희를 지킨다’는 메시지를 보여줌으로써 병사들은 그 리더를 위해 싸울 이유를 갖게 된다. 전장에서 가장 강한 유대는 명령이 아니라 신뢰에서 비롯된다.
둘째, 저자가 강조하는 ‘생물학적 리더십’은 군대의 리더 양성 프로그램에도 시사점을 준다. 오늘날 장교 교육은 전술 지식이나 명령 기술에만 치중하는데, 이것으로는 부족하다. 인간관계, 감정 관리, 공동체 형성 능력은 실전의 생존율과 직결되기 때문이다.
셋째, 한국군에서 장병 인권, 복무만족도, 전우애 약화 등이 지적될 때마다 ‘리더십 부재’가 지적된다. 이 책은 리더가 먼저 헌신하고, 말보다 행동으로 신뢰를 구축하는 모델을 보여줌으로써 리더가 조직 문화를 어떻게 바꿀 수 있는지를 잘 설명해준다.
『Leaders Eat Last』는 단순한 자기계발서나 경영전략서가 아니다. 이 책은 인간의 본성, 집단의 논리, 그리고 리더의 책임을 통합적으로 조망하는 리더십 인문서다. 특히 군이라는 공동체적 조직 내에서 ‘신뢰, 희생, 안전’이라는 세 가지 가치는 단지 이상적 덕목이 아니라 실질적인 전투력의 기반이 된다. 병사의 식사보다 늦게 식판을 드는 리더, 즉 먼저 행동하고 나중에 인정받는 리더만이 전장에서 진정한 존경을 받을 수 있다. 이 책은 그런 리더가 되기를 바라는 모든 이에게 권할 만한 교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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