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군사 드론과 AI, 전장의 공식이 바뀐다

스스로 분석하고 알아서 대처한다

입력 2025. 07. 22   15:22
업데이트 2025. 07. 22   15: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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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론과 AI, 전장의 공식이 바뀐다
AI가 만든 스마트 드론의 놀라운 인식 능력

24시간 다중 표적 추적 인간 한계 초월
자동으로 위협 분류·공격 목표 결정도
러·우전서 1인칭 시점 드론 위력 검증
전파 방해 상황서도 표적 향해 돌진
패턴 인식·다중 센서 융합 기술 핵심
‘적 전술 학습’ 가장 주목할 만한 특징

지난 9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2025 무인이동체산업엑스포’에서 군 관계자들이 한국항공우주산업(KAI) 홍보 부스를 찾아 드론을 살펴보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9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2025 무인이동체산업엑스포’에서 군 관계자들이 한국항공우주산업(KAI) 홍보 부스를 찾아 드론을 살펴보고 있다. 연합뉴스



드론이 사람의 얼굴을 자동으로 인식해 촬영하고, 움직이는 사람을 따라가며 영상을 찍는다. 주말 공원 나들이에서 쉽게 볼 수 있는 장면이다. 심지어 손바닥을 펼치면 자동으로 착륙하고, 손짓만으로도 명령을 이해한다. 이런 기능들이 바로 인공지능(AI) 기반 인식 기술의 결과물이다. 그렇다면 군용 드론의 인식 능력은 어느 수준까지 발전했을까?

2020년대 들어 인공지능이 적용된 군용 드론은 단순한 비행체를 넘어 스스로 보고, 판단하고, 결정하는 전장 분석 시스템으로 진화했다. 세계 각국에서 AI 기반 드론이 실제 임무에서 위협을 감지하고 표적을 식별하며 정밀한 작전을 수행하는 사례가 보고되고 있다. 이들 기술은 단순히 속도와 정확도를 개선하는 수준을 넘어 특정 상황에서는 인간의 한계를 뛰어넘는 인식 능력을 보여주고 있다.

드론의 눈이라 할 수 있는 컴퓨터 비전 기술은 혁명적 수준에 도달했다. 과거에는 드론 카메라로 촬영한 영상이 조종자에게 전송하면 화면을 보며 표적을 식별하고 상황을 판단해야 했다. 하지만 현재의 지능형 드론은 스스로 영상을 분석하고 중요한 정보를 추출한다. 미국의 MQ9 리퍼와 같은 드론은 전자 광학 및 적외선 센서를 통해 획득한 정보를 AI 분석 시스템과 연계해 표적을 자동으로 식별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런 시스템은 24시간 지속되는 집중력과 동시에 여러 표적을 추적하는 능력을 보여주며, 이는 인간 조종사로는 불가능한 영역이다.

머신러닝 기술의 발전은 드론의 학습 능력을 혁신적으로 향상했다. 현대의 지능형 드론은 수많은 위성 사진과 항공 영상을 학습해 지형 특징을 파악하고, 정상적인 상황과 비정상적인 상황을 구별한다. 마치 경험 많은 정찰병이 전방을 관찰하면서 직감적으로 위험을 감지하는 것처럼 AI는 데이터 패턴을 통해 위협을 포착한다. 

이스라엘의 하롭과 같은 자폭 드론은 적의 전파 방사 장비를 탐지해 자동으로 위협을 분류하고 공격 목표를 결정하는 방식으로 발전하고 있다. 이런 시스템들은 전파 신호의 패턴을 분석해 인간 개입 없이도 의사결정을 내릴 수 있는 능력을 갖추게 될 것이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은 드론 기술의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주는 검증 현장이 됐다. 특히 1인칭 시점(FPV: First-Person View) 드론과 자폭 드론이 전파 방해를 받는 상황에서도 임무를 완수하는 모습이 주목받고 있다. FPV 드론은 드론 전면에 설치된 카메라에서 실시간으로 영상을 통해 원격으로 조종한다. 특수 안경을 통해 조종사처럼 드론 내부에 앉아 있는 것같이 보이게 된다.

이들 드론은 통신이 차단되기 전 미리 인식한 표적의 위치와 특징을 기억해 뒀다가 통제 신호가 차단된 전파 방해(Jamming) 상황에서도 자동으로 표적을 향해 돌진하는 전술을 사용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또한 상업용 드론들이 AI 기반 영상 분석 시스템과 연계돼 적군의 병력 이동과 장비 배치를 탐지하고 작전 계획에 반영되는 사례들이 보고되고 있다. 이는 민간 기술이 전술적 감시체계에 통합돼 실시간 전장 분석을 수행하는 새로운 패러다임을 보여준다.

 

‘2025 무인이동체산업엑스포’에서 관람객들이 실종자 수색용 드론을 살펴보고 있다. 연합뉴스
‘2025 무인이동체산업엑스포’에서 관람객들이 실종자 수색용 드론을 살펴보고 있다. 연합뉴스



패턴 인식 기술은 드론이 복잡한 전장 환경에서도 정확한 판단을 내릴 수 있게 해주는 핵심 기술이다. AI는 방대한 이미지 데이터를 분석해 탱크, 장갑차, 미사일 발사대 같은 군사 장비들의 고유한 특징을 학습한다. 심지어 위장망으로 덮여 있거나 부분적으로 가려진 표적도 형태 일부만으로 식별할 수 있다. 사막의 모래폭풍이나 도심의 연기 속에서도 열 신호와 형태 분석을 통해 표적을 구별해내는 능력은 기존의 인간 중심 정찰 체계로는 달성하기 어려운 수준이다.

다중 센서 융합 기술은 드론의 인식 능력을 한층 강화한다. 전자광학(EO) 카메라, 적외선(IR) 센서, 합성개구레이다(SAR), 전자전(EW) 장비가 각각 수집한 서로 다른 정보를 AI가 통합 분석한다. 마치 여러 명의 전문가가 각자 관점에서 상황을 분석한 후 종합 판단을 내리는 것과 같다. 예를 들어 야간이나 악천후에도 여러 센서의 데이터를 동시에 분석, 위장된 적 표적을 식별하는 능력이 구현되고 있다. 광학 카메라로는 보이지 않지만 적외선으로는 열 신호가 감지되고, 레이다로는 금속 반응이 나타나는 경우 이를 종합해 숨겨진 차량이나 장비를 찾아내는 것이다.

실시간 학습 능력은 AI의 가장 주목할 만한 특징 중 하나다. 대부분의 군용 드론은 보안상 이유로 비행 중 직접 학습을 수행하지는 않지만 임무 중 수집된 데이터를 기반으로 후속 임무에 반영할 수 있도록 설계돼 있다. 선진국들은 임무 데이터를 활용한 드론 알고리즘 개선에 적극적으로 투자하고 있다. 이를 통해 점점 더 고도화된 상황 적응 능력을 확보하고 있다. 특정 지역에서 수집된 위장 패턴이나 적의 새로운 전술을 학습해 다음 임무 때 더 정확한 인식 능력을 발휘하는 방식이다.

우리나라도 AI 기반 드론 인식 기술 분야에서 상당한 경쟁력을 보유하고 있다. 국내 주요 방산업체들은 전자광학 및 적외선 영상 분석, 객체 인식, 위협 식별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일부 기술은 차세대 무인체계에 적용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우리나라 유수의 연구기관은 다중센서 융합 기반 인식 알고리즘 개발에 매진하고 있다. 세계 최고 수준의 반도체 기업들도 드론의 실시간 영상 처리 능력 향상에 기여하고 있다. 또한 국내 대표적인 IT 기업들의 AI 기술은 영상 인식 알고리즘의 정확도와 처리 속도를 높이는 중요한 기반을 제공하고 있다.

AI가 만든 스마트 드론의 인식 능력은 이제 특정 상황에서는 인간보다 빠르게 정보 처리와 표적 식별을 수행하는 수준에 도달했다. 24시간 지속되는 집중력, 동시에 여러 표적을 추적하는 능력, 극한 환경에서도 흔들리지 않는 정확성은 미래 전장에서 새로운 작전 환경을 창출하고 있다.

하지만 이런 기술 발전이 인간을 대체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인간의 판단력과 AI의 인식 능력이 결합할 때 최고의 시너지를 발휘한다. 드론이 수집하고 분석한 정보를 바탕으로 최종 결정은 여전히 인간이 내리며, 이는 윤리적이고 책임감 있는 작전 수행을 보장하는 중요한 원칙이다.

기술 발전이 계속되는 한 드론은 고도화된 자율성과 인식 능력을 갖춘 전장 자산으로 발전할 것이다. 또한 사전 학습된 알고리즘을 기반으로 상황을 분석하고 작전 수행을 보조하는 핵심 무기체계로 자리 잡아 나갈 것이다. 우리 군도 이러한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응해 미래 전장에서의 기술적 우위를 확보해 나가고 있다.

이처럼 드론의 인식능력이 인간을 뛰어넘는 수준에 도달한 지금, 하늘에서의 전투 또한 새로운 국면을 맞이하고 있다. 다음 회에서는 조종사의 위험 없이 하늘을 지배하는 차세대 무인 전투기의 세계를 살펴본다.

 

필자 김형석 한성대 국방과학대학원 교수는 예비역 육군대령으로, 광운대에서 공학박사학위를 받았고 한국대드론산업협회 드론센터장을 맡고 있다.
필자 김형석 한성대 국방과학대학원 교수는 예비역 육군대령으로, 광운대에서 공학박사학위를 받았고 한국대드론산업협회 드론센터장을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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