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막함 속… 묵묵한 땀…
비 그친 광주 한 비닐하우스 단지
향긋한 딸기 익는 냄새 대신
악취에 흙탕물 범벅 폐기물 넘쳐
퍼내고… 씻어내고…치우고…
지난 주말부터 장병들 손길 이어져
신속 복구하되 철저한 안전 관리 유의
기록적인 집중호우가 강타하고 난 흔적은 상처로 깊게 남아 있었다. 주택과 비닐하우스가 침수됐고 농경지는 온통 진흙투성이가 됐다. 주민들은 삶의 터전을 되살리기 위해 안간힘을 썼지만 무너진 기반 시설 앞에선 역부족이었다. 이에 우리 장병들이 두 팔을 걷어붙였다. 장병들은 한치 망설임 없이 피해 현장으로 달려갔고, 국민의 일상 회복에 굵은 땀방울로 밑거름을 놓았다. 글=박상원/사진=김병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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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일 오전, 광주광역시 북구 용강동의 한 딸기 비닐하우스 단지. 비는 멎었지만 악취가 뒤섞인 이곳엔 침수 흔적이 곳곳에 남아 있었다. 달콤한 딸기를 키우던 농가는 폐허처럼 변했고, 부패한 작물과 쓰러진 지지대, 흙탕물 범벅의 폐기물이 바닥을 덮고 있었다.
이곳에 31보병사단 비호여단 장병 120여 명이 투입됐다. 장병들이 들어서자 농민들의 얼굴에 안도감이 스쳤다.
“어르신, 이쪽 먼저 정리할게요.”
병사들은 긴 장화를 신고 진흙 속으로 들어가 젖은 폐비닐과 부서진 플라스틱 조각, 썩은 작물을 퍼 올렸다. 찌그러진 구조물과 넘어간 지지대를 수거하는 일도 반복됐다. 비닐하우스 내부는 좁고 미끄러워 작업 동선이 불편했지만, 장병들은 허리를 굽힌 채 묵묵히 일손을 보탰다.
딸기농장을 운영해 온 구경심 씨는 장병들을 바라보며 눈시울을 붉혔다.
구씨는 “다 포기하려 했는데, 우리를 살리겠다고 이 더위 속에 땀을 흘리는 군인들을 보고 큰 힘이 되고 있다”며 “장병들이 이렇게 우리 곁에 있다는 사실에 감사하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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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은 무더위와 악취가 뒤섞여 작업이 쉽지 않았음에도, 장병들의 손길과 발걸음은 멈추지 않았다. 장병들은 “우리 가족이 겪을 수 있는 일이라 생각하니 무거운 마음에 더욱 힘을 내게 된다”며 서로를 격려해 작업을 이어갔다.
김민재 병장은 “침수된 비닐하우스를 정리하면서 정말 고맙다고 손잡아 주시던 어르신의 모습을 잊을 수 없다”며 “수해로 힘들어 하는 주민들께 조금이나마 도움이 될 수 있어 보람을 느낀다”고 전했다.
비닐하우스 복구작업은 지난 주말부터 이어졌고, 장병들의 헌신 덕분에 이날 대부분의 폐기물 처리가 마무리됐다.
오후에는 광주광역시 북구 문흥동성당 일대에서 여단 장병 30여 명이 투입돼 수거한 폐기물을 대형 트럭에 실어내는 작업이 이어졌다. 비닐, 가구, 흙더미 등 각종 침수 쓰레기를 여러 차례 트럭에 오르내리며 옮겨야 했고 체력 소모도 상당했지만 장병들은 한마디 불평 없이 작업에 집중했다.
김동희(중령) 정충신대대장은 “수해로 큰 어려움을 겪는 주민들을 보며 신속한 복구의 필요성을 절감했다”며 “주민들이 하루빨리 일상으로 복귀할 수 있도록 장병들의 안전을 철저히 확보한 가운데 지자체와 긴밀히 협조해 복구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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