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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기자산서 제도권 자산으로…암호화폐 패러다임 바뀐다

입력 2025. 07. 21   16:29
업데이트 2025. 07. 21   16: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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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클리 경제 이슈
스테이블코인 법제화…트럼프가 앞당긴 ‘디지털 화폐 시대’

변화하는 글로벌 금융지도
1비트코인=1.66억 원 신고가 경신 속
미 의회 지니어스법 통과에 이목 집중
국내도 ‘디지털자산기본법’ 발의
제도권 편입 논의 활발하게 진행
디지털 화폐 시대 성큼 다가왔지만
운용 투명성·보안 문제 등 과제 산적
금융 안전 지키기 위한 합의 병행돼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18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서명한 ‘지니어스 법안’을 들어 보이고 있다. AP·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18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서명한 ‘지니어스 법안’을 들어 보이고 있다. AP·연합뉴스



최근 비트코인이 연일 신고가를 경신하고 있습니다. 한때 투기 자산으로만 여겨졌던 암호화폐가 이제는 글로벌 금융시장에서 하나의 주요 자산군으로 자리잡으며 본격적인 제도권 편입을 눈앞에 두고 있는데요. 특히 스테이블코인의 성장세 또한 눈에 띄게 가팔라져 디지털 화폐 시대가 성큼 다가왔다는 평가가 나옵니다.

비트코인은 2009년 세상에 처음 등장한 이후 암호화폐시장의 표준이자 새로운 시대 투자 자산으로 자리잡아 왔습니다. 최근 비트코인 가격 상승세는 무척이나 가파릅니다. 지난해 7월, 비트코인 가격은 개당 7만 달러 수준이었는데요. 이달 들어서는 12만3000달러까지 치솟았습니다. 국내 주요 거래소 가격으로 환산하면 1비트코인에 약 1억6600만 원이라는 사상 최고가를 새로 기록한 셈입니다.

이렇게 빠른 가격 상승 배경에는 여러 요인이 있습니다. 우선 미국을 비롯해 유럽, 아시아 주요 국가에서 비트코인 현물 ETF(상장지수펀드) 상품이 정식으로 출시되면서 블랙록·피델리티 같은 세계적인 대형 자산운용사를 포함해 많은 기관투자가가 본격적으로 시장에 뛰어들게 됐습니다.

과거에는 비트코인의 극심한 가격 변동성과 규제 불확실성 때문에 기관 자금이 병행 진입하지 못했지만 최근에는 ‘디지털 금’이라는 인식과 제도권 금융 편입이 동시에 이뤄지며 시장 규모가 급속히 확대된 덕분입니다. 실제로 올초 이후 비트코인은 1주일 만에 7% 이상, 한 달 새 10% 넘게 오르는 랠리를 보였으며 올 한 해 누적으로는 29% 정도의 상승률을 기록하고 있습니다.

이 과정에서 또 다른 변화의 핵심이 된 것이 바로 스테이블코인입니다. 스테이블코인은 쉽게 말해 ‘가격이 고정된 디지털 돈’입니다. 비트코인은 가격 변동성이 크고 투자 대상으로 주목받지만 스테이블코인은 1코인의 가치가 1달러, 1유로, 또는 1000원처럼 정해진 실물자산과 일대일로 연동돼 있습니다. 대표적으로 테더(USDT), USD코인(USDC) 등이 있는데요. 이 두 종목이 전체 스테이블코인 시장의 90% 이상을 차지할 정도로 시장 지배력이 큽니다.

스테이블코인은 블록체인 기술을 기반으로 하면서도 가격 변동성이 거의 없기 때문에 거래소에서 다른 암호화폐와 비트코인을 사고팔 때 ‘중간자(교환 매개)’ 역할을 해 왔습니다. 예를 들어 투자자가 비트코인이 오를 것으로 예상하면 스테이블코인으로 장내 자금을 대기시켰다가 곧바로 비트코인을 매수해 즉시 반영할 수 있고, 하락장에서는 비트코인을 스테이블코인으로 바꿔 가치 손실을 피할 수도 있습니다. 비트코인의 거래량 상당수가 현금이 아니라 스테이블코인과의 직거래로 이뤄지고 있으며, 이들이 제공하는 즉각적인 유동성 덕분에 비트코인의 가격 변동성 자체도 과거보다 체계적으로 조절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옵니다.




올 들어 스테이블코인 시장의 성장세 역시 가파릅니다. 시장 전체 규모는 지난 5월 기준 2420억 달러를 돌파했고, 각국 주요 금융 기관과 글로벌 핀테크 기업도 스테이블코인 기반 결제 시스템이나 송금 서비스를 앞다퉈 도입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이 스테이블코인이 급부상하게 된 이유는 무엇일까요? 우선 결제와 송금, 저축 등 실생활 영역에서 압도적으로 편리하고 환전과 해외 송금 수수료가 크게 낮아졌다는 점이 일반 이용자와 기업 모두에서 호평받고 있습니다. 아르헨티나, 나이지리아 등 통화 불안 국가에서는 국민이 스테이블코인으로 월급을 받고 장을 보며 사실상 디지털 달러·원화가 새로운 표준 화폐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미국을 비롯한 서구 선진국에서는 이러한 스테이블코인의 법제화 논의가 본격화하고 있습니다.

특히 최근에는 미국 의회를 통과한 ‘지니어스(GENIUS)법’에 시장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습니다. 이 법은 스테이블코인을 공식적으로 지급 결제 수단으로 인정하고 발행사에 대해 일대일 실물자산 예치, 발행 내역과 보유 자산의 투명 공개, 독립 회계 감사, 자금세탁방지(AML) 등 강도 높은 규제 기준을 도입하는 내용입니다.

그 덕분에 기존의 모호했던 규제가 명확해지고 글로벌 대형 금융회사나 핀테크 기업들이 스테이블코인 사업에 좀 더 적극적으로 진출할 수 있게 된 것입니다. 실제로 미국뿐만 아니라 유럽연합(EU)이나 싱가포르 등도 이미 유사한 규제 틀을 도입하거나 논의 중인 상황입니다.

국내에서는 지난 6월 새로운 ‘디지털자산 기본법’이 발의되면서 스테이블코인 제도권 편입 논의가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습니다. 이 법안은 일정 규모(자기자본 5억 원 이상) 기업에 스테이블코인 발행을 허용하고 발행사는 실물자산 담보 및 환불 의무, 독립적인 회계 감사, 금융위원회 주도의 엄격한 심사와 감독 등을 핵심으로 합니다.

특히 2022년 테라·루나 붕괴 사태로 투자자들이 막대한 피해를 입었던 아픈 경험을 바탕으로 이번에는 발행사의 파산 위험이나 담보자산 고갈 같은 위험까지 고려한 ‘파산 보호 장치’도 새로 포함됐습니다. 이런 움직임은 국내뿐 아니라 글로벌 트렌드와도 맞물려 있다고 평가받습니다.

물론 아직 해결해야 할 과제도 적지 않습니다. 스테이블코인의 담보 자산 운용 투명성, 발행사의 재무 건전성, 해킹 및 사이버 보안 문제, 그리고 국가별 규제 간 조화 및 이해관계 조정이 필요합니다. 그럼에도 암호화폐 운영 생태계는 빠르게 성숙해지고 있으며, 전통 금융과 디지털 자산의 경계는 점차 허물어지고 있습니다.

비트코인과 스테이블코인이 주도하는 디지털 화폐 시대는 이미 시작됐습니다. 전문가들 역시 암호화폐의 패러다임이 과거의 ‘투기성 자산’에서 ‘제도 인정 금융자산’으로 옮겨가고 있다고 평가합니다. 글로벌 기관투자가와 대중의 참여, 자금 세탁·파산 보호 등 투자자 보호장치, 사회적 이용 확대가 맞물리며 비트코인과 스테이블코인을 축으로 한 디지털 화폐 시대가 현실로 다가왔다는 의미입니다. 다만 무분별한 투기나 미비한 규제 환경 속 위험요인에 대한 경계도 놓쳐서는 안 됩니다. 앞으로 디지털 자산이 우리의 일상과 금융을 바꾸는 변화의 중심에 서겠지만 그 가치와 안전을 지키기 위한 신중한 접근과 사회적 합의가 반드시 병행돼야 할 것입니다.

 

필자 안서진은 매경AX에서 산업 분야 취재를 담당하는 기자다. 모바일·항공·반도체 등 우리 경제에 밀접한 소식을 취재해 독자에게 전하고 있다.
필자 안서진은 매경AX에서 산업 분야 취재를 담당하는 기자다. 모바일·항공·반도체 등 우리 경제에 밀접한 소식을 취재해 독자에게 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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