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교양 정덕현의 페르소나

센 언니서 더 강한 옆집 엄마로

입력 2025. 07. 16   16:47
업데이트 2025. 07. 16   16: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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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덕현의 페르소나
‘살롱 드 홈즈’의 생활밀착형 히어로, 이시영

스위트홈에서 아파트로
여전사에서 줌벤져스로

남성 압도하는 단련된 몸과 체력
강렬한 액션 독보적 캐릭터 구축
상상 속 괴물 대신 빌런과 싸우고
근육 대신 추리 앞세운 주부 연기
더 친숙해진 여성 히어로로 변신 

 

“제2의 인생, 오늘부터 다시 시작이다!”
ENA 드라마 ‘살롱 드 홈즈’에서 평범한 주부 역할을 맡은 이시영은 자신이 살던 풍파빌라에서 광선주공아파트로 이사하며 이렇게 외친다.
그 모습은 과거 넷플릭스 드라마 ‘스위트홈’에서 특전사 출신 소방관 역할로 강렬한 액션을 선보였던 것과 기묘한 겹침과 대비를 보여 준다.

 



‘스위트홈’의 그린홈맨션에서 갖가지 욕망으로 변신한 괴물들과 맨몸으로 싸웠던 이시영은 이제 광선주공아파트 3단지로 이사해 그곳에서 벌어지는 각양각색의 사건을 해결해 나간다. 

맨몸이지만 ‘성난 등근육’마저 무기로 비치던 ‘스위트홈’의 서이경과 달리 ‘살롱 드 홈즈’의 공미리는 밥통을 들고 이사하는 모습으로 등장하는 등 평범한 주부 그 자체다. 하지만 곧 이 인물이 남다른 추리력과 범인을 찾아내는 집요함을 갖춘 ‘아줌마 홈즈’라는 게 드러난다. 공미리가 외치는 ‘제2의 인생’처럼, 이 인물을 연기하는 이시영에게도 새로운 연기 인생이 열리는 순간이다. 여전사에서 생활밀착형 히어로로의 변신이 그것이다.

‘스위트홈’이란 판타지 세상에서 상상 속 괴물과 사투를 벌이던 이시영은 이제 ‘살롱 드 홈즈’의 공미리라는 캐릭터로 현실세계, 그것도 지극히 일상적인 삶에서 벌어지는 ‘생활형 빌런들’과 추리력으로 맞선다. 남편의 외도로 마트에서 인질극을 벌이는 여성을 위해 추리력을 발휘, 내연녀를 찾아내고 아파트 주차장에 아무렇게나 주차해 주민들을 뒷목 잡게 한 ‘주차 빌런’을 응징한다. 분리수거를 하지 않는 ‘쓰레기 빌런’을 쓰레기봉지 안의 내용물을 뒤져 찾고, 비 오는 날이면 여성들 앞에 나타나 벗은 몸을 보이고 달아나는 바바리맨을 쫓기도 한다. 이보다 더 심각한 치한·괴한들과 맞서 특유의 추리력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일도 해냈지만, 배우 이시영은 한결 더 일상 속으로 들어온 평범한 주부의 이미지로 안착하는 모습이다.

이시영은 데뷔 초 ‘꽃보다 남자’ ‘우리 결혼했어요’로 대중적 인기를 얻었다. 특히 ‘우리 결혼했어요’에선 전진의 파트너로 나와 세간의 시선을 끌었다. 이후에도 드라마 ‘부자의 탄생’, 영화 ‘위험한 상견례’ ‘남자사용설명서’ 같은 다양한 작품에 출연해 발랄한 이미지의 로맨스 여주인공으로서 이미지를 쌓았다. 존재감이 도드라지기 시작한 건 MBC ‘진짜사나이’에 출연해 권투를 했던 이력이 알려지면서다. 이시영은 권투로 단련된 몸으로 같이 입소한 남자 동료들을 압도하는 체력을 보여 주며 예능 시상식에서 상을 받는 등 대중적 호감을 얻었다. 주체적이고 능동적인 ‘멋진 언니’의 워너비 여성상을 보여 준 것이다.

이러한 여전사 이미지는 이후 여러 작품에서 독보적 캐릭터를 구축했다. 영화 ‘언니’에서는 사라진 여동생을 찾아 나선 여전사로 빨간 원피스와 하이힐을 신은 채 해머로 빌런들을 응징하는 강렬한 액션을 선보였다. 넷플릭스 드라마 ‘스위트홈’은 이시영의 여전사 이미지를 더욱 공고하게 만들었다. 작품을 위해 벌크업해 근육을 키우고, 추격하는 거미괴물을 피해 탈출하는 장면에선 서구의 여전사 캐릭터와 비교될 정도로 강인한 인상을 줬다. 특히 시즌2, 3로 넘어와선 임신한 상태에서 약혼자를 잃고 배 속 아이를 지키려 고군분투하는 모습이 그려졌다. 소방차 운전, 맨손 격투, 총기 액션 등 고난도의 액션 장면을 스턴트 대역이나 컴퓨터그래픽(CG) 없이 소화하면서 동시에 강한 모성애를 드러내는 내면 연기도 담아냈다.  


드라마 ‘스위트홈’
드라마 ‘스위트홈’



이시영의 액션배우로서 면모는 그저 이미지적 차원이 아니라 실제 모습과의 연결고리를 갖는다. 2010년도 복싱을 소재로 하는 작품에 캐스팅돼 처음 복싱을 접하게 된 이시영은 그해 전국생활체육복싱대회 여자부 50㎏ 이하급에서 우승을 차지했다. 그 후에도 여러 복싱대회에서 우승을 하며 2013년엔 여배우로선 이례적으로 아마추어복싱 실업팀 인천시청에 입단하기도 했다. 배우 생활과 더불어 쌓아 온 이러한 운동 경력은 액션 연기를 대역 없이 해낼 수 있는 기반이 됐다. 강인한 여전사 이미지와 관련해 이시영은 배우로서 감사하게 여긴다면서도 넘어야 할 한계로 생각한다. ‘스위트홈’에서 엄마로서의 자기 경험을 더해 캐릭터의 모성애 연기에 깊이를 더하려 노력했던 이유도 그 때문이다.

이러한 이시영에게 ‘살롱 드 홈즈’는 새로운 기회가 아닐 수 없었다. 거대한 범죄가 아니라 일상에서 벌어지는 생활밀착형 범죄를 추리하는 호기심 많은 주부 공미리 역할은 이시영의 코믹하고 명랑하며, 건강한 보통 아줌마의 이미지를 선사했다. 생활형 빌런들을 때려잡는 액션 역할은 같은 아파트에 살며 ‘여자 마동석’으로 불리는 추경자(정영주 분)가 맡았다. 또한 혼자가 아닌 추경자, 박소희(김다솜 분), 전지현(남기애 분) 같은 아줌마들이 뭉쳐 사건을 해결해 나가는 ‘줌벤져스’ 이야기는 끈끈한 연대로 만들어 가는 케미 연기 역시 도드라지게 해 줬다.

액션 연기가 이시영의 실제 복싱선수로서 삶과 연결고리를 이루듯이 ‘살롱 드 홈즈’에서 보여 주는 아줌마 생활 연기는 실제 엄마로서 삶과 연결돼 있다. 민진기 감독이 ‘살롱 드 홈즈’가 ‘엄마는 누구보다 멋있고 강하다’는 메시지를 전하는 드라마라고 말한 것처럼, 이시영의 연기 변신은 판타지적 여전사 이미지보다 현실적인 여성 히어로로서의 모습으로 안착할 수 있게 해 준 면이 있다.

‘살롱 드 홈즈’는 후반부에 이르러 공미리가 갖고 있던 과거의 상처·트라우마와 맞서는 이야기가 등장한다. 초반엔 발랄하고 코믹하며 명랑한 분위기의 연기 변신이 도드라졌다면, 후반부에는 보다 깊은 내면 연기가 섬세하게 펼쳐진다. 실로 여성 히어로의 면모와 평범한 아줌마의 일상적 이미지, 그 깊은 내면까지 오가는 이시영의 진가가 드러나는 대목이다. 연기와 삶이 나란히 연결될 정도로 어느 쪽에서도 진심을 다하는 도전이 있어 가능해진 현재의 성취가 아닐까 싶다.


필자 정덕현은 대중문화평론가로 기고·방송·강연을 통해 대중문화의 가치를 알리고 있다. MBC·JTBC 시청자위원을 역임했고 백상예술대상·대한민국 예술상 심사위원이다.
필자 정덕현은 대중문화평론가로 기고·방송·강연을 통해 대중문화의 가치를 알리고 있다. MBC·JTBC 시청자위원을 역임했고 백상예술대상·대한민국 예술상 심사위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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