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의 화는 실로 참혹했고, 대비하지 못한 것은 오직 우리의 책임이었다.” 서애 류성룡 선생이 『징비록(懲毖錄)』에 남긴 이 구절은 단순한 역사적 고백을 넘어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 모두에게 던지는 묵직한 경고다.
지난 5월 서애류성룡함의 자매결연단체인 경북 안동시와 하회마을보존회가 매년 주관하는 안보교육인 ‘서애정신 함양 프로그램’에 참가했다. 서애 선생이 머무르며 『징비록』을 집필했던 하회마을과 옥연정사는 고요했지만, 옛 자취 뒤 누구보다 치열하게 고민하고 괴로워했던 서애 선생의 모습이 그려졌다.
『징비록』은 전란의 참상을 기록한 역사서이자 반성과 성찰로 미래의 위기에 대비하고자 했던 실천의 기록이다. 선생은 당대의 안일했던 대비태세를 깊이 반성하고, 조선이 처한 현실을 낱낱이 기록해 같은 실수가 반복되지 않길 바랐다. 특히 “사람이 경계심을 늦추면 화를 입게 되고, 미리 대비하면 화를 피할 수 있다”는 구절은 오늘날 군인으로서 우리가 가져야 할 마음가짐과도 다르지 않다.
이러한 징비정신은 420여 년이 흐른 지금, 서애 선생의 이름이 붙은 서애류성룡함에서 굳건히 계승되고 있다. 승조원들은 매년 ‘서애정신 함양 프로그램’에 참가하며 선생의 호국정신을 배우고 있다. 단순한 역사 기행이나 전적지 답사가 아닌 군인으로서 자세를 다잡는 정신무장의 시간이기도 하다.
이번 프로그램을 통해 당시 국정 운영의 최고책임자였던 한 사람이 어떤 마음가짐으로 국난을 극복하고자 했는지를 생생하게 마주할 수 있었다. 또한 매일같이 반복하는 훈련과 작전 임무 속에서 자칫 잊기 쉬운 초심과 사명감을 되새길 수 있었다. 예측할 수 없는 해상에서의 임무는 언제나 긴장의 연속이고, 위협은 예고 없이 닥쳐온다. 그렇기에 우리는 항상 준비돼 있어야 한다. 매일 반복되는 익숙한 일상에도 징비정신이 스며 있어야 한다는 것을 절감한다.
각종 첨단 과학기술이 적용된 이지스구축함인 서애류성룡함은 단지 강한 전투력을 갖춘 함정이 아니라 서애 선생의 징비정신을 계승한 전투함이 되고자 노력하고 있다. 무엇보다 자랑스러운 것은 우리 함의 모든 승조원이 징비정신의 가치를 진심으로 이해하고 있다는 점이다. 새내기 수병부터 함장까지 우리 모두 징비정신을 계승한다는 자부심으로 임무에 임하고 있다.
서애 선생이 『징비록』에서 수없이 강조하듯이 오늘도 서애류성룡함에서 임무를 수행하면서 지난 유사 임무에서의 미비점을 떠올리고, 또 임무를 마치고 미흡한 점을 기록하며 실수를 반복하지 않을 것을 다짐한다. 끊임없이 경계하고 대비하는 것은 군인의 사명과도 맞닿아 있다. 서애류성룡함의 일원으로서 지난날을 반성하고 훗날을 경계하며 군사대비태세를 완비할 것을 다짐한다. 최강 서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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