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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안할 때도 위태함을 잊지 말아야 한다

입력 2025. 07. 15   16:08
업데이트 2025. 07. 15   1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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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건 수필가 육군수도기계화보병사단 공무직
김동건 수필가 육군수도기계화보병사단 공무직



“君子安而不忘危 存而不忘亡 治而不忘亂 是以身安而國家可保也(군자는 편안할 때도 위태함을 잊지 않고 보존될 때도 망하는 일을 잊지 않고 잘 다스려질 때도 어지러워지는 일을 잊지 않으니, 이 때문에 몸이 안전해지고 국가가 보존될 수 있는 것이다).”

『주역』에 나오는 국가 보존의 길이다. 『서경』 에도 “편안할 때 위태로움을 생각하고 대비하면 환란을 당하지 않는다(居安思危 有備無患)”고 했으니 국가 위기는 전쟁 없는 평화 시 더 위험하다는 것이다.

“편안함에 처해서도 위태로움을 생각한다면 가득 차더라도 넘치지 않을 것입니다(居安思危 則雖滿不溢).” 이색(李穡·1328~1396)의 『진시무서(陳時務書)』에 나오는 구절이다.

영조 때 과거시험에서 장원을 차지한 월곡 오원(月谷 吳瑗·1700~1740)도 이런 글을 남겼다.

“안위의 기미는/손바닥 뒤집는 것처럼/털끝만큼의 어긋남도 없다네/대업이 바야흐로 굳건해지고/행운이 바야흐로 빛나/근심할 만한 것 없는 듯해도/차면 반드시 넘치고/높으면 반드시 무너져/편안함이 위태로움으로 바뀐다(安危之幾 如手反覆 間無毫髮 大業方鞏 洪運方? 若無可虞 如盈必溢 如崇必? 其安易危).”

편안함과 위태함은 손바닥의 앞뒤처럼 쉽게 바뀔 수 있으며, 나라가 융성할 때도 긴장해야 한다고 이야기했다. 또한 차면 넘치고 높으면 무너진다고 했으니 이는 ‘사물이 정점에 이르면 반드시 곤두박질한다(物極必反)’는 이치를 말한 것이다.

오원이 살았을 18세기 초는 양난(임진왜란·병자호란)의 상흔이 아물어 조선이 안정기에 돌입할 때다. 그런데도 그는 지난날의 위란(危亂)을 잊지 말고 거안사위(居安思危)할 것을 역설했다. 이 답안지를 장원으로 뽑아 준 것은 평화 시 전쟁의 경각심을 일깨워 줬기 때문일 터.

현대 들어 1950년 6·25전쟁은 한반도에 엄청난 물적·인적 피해를 가져왔다. 그 후 전쟁의 상흔을 딛고 산업화·정보화를 달성하면서 대한민국은 세계 10대 경제대국으로 우뚝 섰다. 하지만 장기간의 평화무드에 경제성장의 달콤함에 빠져 전쟁의 위험을 잊고 사는 것 아닌지 모르겠다.

6·25전쟁은 종전이 아닌 정전으로, 약 250㎞의 휴전선이 한반도의 허리를 자르고 있다. 더욱이 오늘날 북핵 위협이 엄연히 상존하는 때 오원의 글이 주는 울림은 크다고 하겠다. 위험은 무시할 때 그 틈을 비집고 찾아온다. 우리가 공기처럼 누리는 평화는 유비무환의 자세에서 나온다는 사실을 잊어선 안 되겠다.

“천하가 비록 평화롭더라도 전쟁을 잊으면 반드시 위태롭다(天下雖平 忘戰必危).”(『사기(史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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