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군사 드론과 AI, 전장의 공식이 바뀐다

지·해·공·우주까지 방어…어벤저스급 통합작전 수행

입력 2025. 07. 15   16:03
업데이트 2025. 07. 15   1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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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론과 AI, 전장의 공식이 바뀐다 - 전 영역 담당하는 드론 패밀리 

보잉 737 규모 ‘글로벌 호크’ 한 번에 한반도 크기 완전 감시
무게 18g 불과한 ‘블랙 호넷’ 도시전투 인질구출 핵심 역할
수중드론, 연료 없이 수천㎞ 이동 기뢰 제거·해저케이블 감시
우주드론, 우주쓰레기 제거도
모든 영역 아우르는 드론
AI와 결합, 새 패러다임 제시

 

육군의 인공지능(AI) 기반 유무인 복합전투체계 개념도. 필자 제공
육군의 인공지능(AI) 기반 유무인 복합전투체계 개념도. 필자 제공



전 세계에서 운용되는 드론들을 하나씩만 한곳에 모아둔다고 해도 거대한 박물관이 필요할 것이다. 곤충만 한 크기부터 여객기급까지, 하늘을 나는 것부터 심해를 헤엄치는 것까지. 드론의 세계는 그야말로 다양성의 극치를 보여준다. 이들 각각은 고유한 임무와 환경에 특화돼 발전했으며, 현대 전장에서 없어서는 안 될 핵심 전력으로 자리잡았다. 2024년 기준 세계적으로 운용 중인 군용 드론만 해도 2만6000대에 달하며, 민간용까지 포함하면 그 수는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한다.

공중 드론은 가장 널리 알려진 드론의 종류로 스펙트럼이 다양하다. 이 분야의 최고봉은 고고도 장기 체공 드론인 글로벌 호크다. 이 거대한 드론은 날개 길이가 보잉 737 여객기와 비슷한 35m에 달하며, 고도 18㎞에서 30시간 이상 연속 비행할 수 있다. 한 번의 비행으로 한반도 크기 지역을 완전히 감시할 수 있는 놀라운 능력을 보유하고 있다. 글로벌 호크의 센서는 지상의 30㎝ 크기 물체까지 식별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으며, 실시간으로 고해상도 영상과 신호정보를 수집해 지구 반대편 사령부까지 전송할 수 있다고 한다.

스펙트럼의 반대편에는 손바닥 크기의 나노 드론들이 있다. 노르웨이에서 개발한 블랙 호넷은 무게가 단 18g에 불과하지만 25분간 비행하며 1.6㎞ 거리에서 조종 가능하다. 이런 초소형 드론들은 도시 전투 중 건물 내부 상황 파악이나 인질 구조 작전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담당한다. 특히 아프가니스탄과 이라크 전쟁에서 이들 소형 드론은 수많은 병사의 생명을 구했다.

중형 공격 드론의 대표주자는 MQ-9 리퍼다. 이 드론은 헬파이어 미사일을 탑재하고 14시간 연속 비행이 가능하며, 테러와의 전쟁에서 핵심 무기로 활용됐다. 리퍼 시스템은 고가의 장비지만 조종사 훈련비를 포함한 유인 전투기 운용비와 비교하면 상당히 경제적이다.

지상 드론은 바퀴나 궤도를 이용해 이동하는 무인 차량들이다. 이들의 가장 유명한 대표주자는 폭발물 처리 로봇이다. 이라크 전쟁에서 활약한 팩봇 등은 수천 대가 배치돼 수만 회에 달하는 폭발물 처리 임무를 수행했다. 이들 로봇이 없었다면 수백 명의 폭발물 처리반 요원들이 목숨을 잃었을 것이다. 최근에는 보급품 운송, 부상자 후송은 물론 직접 전투에 참여하는 무인 전투 차량까지 등장했다. 러시아가 개발한 우란-9은 30㎜ 기관포와 대전차 미사일을 탑재하고 원격 조종으로 전투에 참여할 수 있다고 한다.

해상 드론은 바다 표면에서 활동하는 무인 수상정이며, 활용도가 급속히 확대되고 있다. 이들은 주로 해상 순찰, 대잠 작전, 기뢰 탐지 등의 임무를 수행한다. 24시간 연속 순찰이 가능한 이 드론은 넓은 해역을 효율적으로 감시하며, 의심스러운 선박을 추적하고 관련 정보를 실시간으로 전송한다. 미 해군은 대잠 추적용 대형 무인 함정을 개발해 장기간 연속 작전 능력을 확보하고 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서는 해상 드론의 진가가 극명하게 드러났다. 해군력이 거의 없던 우크라이나가 해상 드론으로 2년 남짓 동안 러시아 흑해함대 전력의 약 30%를 손상시킨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2023년 8월 TNT 450㎏을 탑재한 해상 드론이 740㎞를 이동해 러시아 상륙함을 공격한 사례를 비롯해 지금까지 다수의 러시아 군함을 파괴하는 전과를 올렸다.

수중 드론은 물속에서 작동하는 가장 신비로운 드론이다. 자율 수중 글라이더는 해류를 이용해 수개월간 바다를 탐사하며 해양 정보를 수집한다. 이들은 연료 없이도 해수의 온도 차이를 이용한 부력 변화만으로 수천㎞를 이동할 수 있다. 군사용 수중 드론들은 적 잠수함 탐지, 기뢰 제거, 해저 케이블 감시 등 다양한 임무를 수행한다. 최근에는 어뢰 크기의 소형 수중 드론이 개발돼 항구나 함정에 접근, 정밀한 공격을 가할 수 있는 능력을 갖췄다. 러시아의 포세이돈은 길이 24m, 무게 100톤의 거대한 수중 드론으로 핵탄두를 탑재하고 대륙 간 이동이 가능하다.

가장 새로운 영역은 우주 드론이다. 인공위성 형태의 우주 드론들은 궤도상에서 다른 위성을 수리하거나 우주 쓰레기를 제거하는 임무를 수행한다. 미국의 X-37B는 궤도상에서 780일간 연속 임무를 수행한 기록을 보유하고 있으며, 그 정확한 임무는 기밀로 분류돼 있다. 일부 우주 드론들은 적성국의 위성을 무력화하는 군사적 목적으로도 개발되고 있어 우주가 새로운 전장으로 부상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영역별 드론의 특징은 명확하다. 공중 드론은 속도와 기동성이 뛰어나며 광역 감시에 특화돼 있다. 지상 드론은 안정성과 내구성이 강점이며 정밀한 작업이 가능하다. 해상 드론은 장기간 작전 지속 능력이 우수하고, 수중 드론은 은밀성이 최고 수준이다. 우주 드론은 전 지구적 감시 능력을 제공하며 통신 중계 역할도 담당한다.

이들 드론이 각각 독립적으로 작동할 때도 위력적이지만 서로 연계돼 통합 작전을 펼칠 때 진정한 위력이 발휘된다. 공중 드론이 광역 감시를 하고, 지상 드론이 세부 정찰을 한다. 해상과 수중 드론이 해양 차단 작전을 동시에 수행하는 다영역 통합 작전이 현실화하고 있다. 러·우 전쟁에서 우크라이나는 해상 드론과 공중 드론을 조합해 러시아 해군을 공격했고, 2025년 이스라엘·이란 분쟁에서는 정찰 드론, 자폭 드론, 미사일을 혼합한 다층 공격이 구사됐다. 이런 사례들은 현대전에서 다영역 드론 통합 작전이 새로운 전술적 표준으로 자리잡았음을 보여준다.

드론으로 대표되는 무인 전투체계의 급속한 발전은 단순한 기술적 진보를 넘어 전쟁의 본질을 바꾸고 있다. 인간의 생명을 최우선으로 여기는 현대 사회에서 무인체계는 군인들을 직접적인 위험으로부터 보호하면서도 효과적인 임무 수행을 가능하게 한다. 폭발물 처리나 적진 정찰 같은 고위험 임무에서 드론이 인간을 대신함으로써 수많은 생명을 구해왔다.

앞으로 드론 기술은 지상·해상·공중·수중·우주 등 모든 영역을 아우르며 더욱 정교하고 지능적으로 발전할 것이다. 인공지능과 결합된 차세대 드론은 복잡한 상황 판단과 자율적 임무 수행이 가능해지면서, 미래 전장에서 인간과 기계가 협력하는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할 것이다. 이처럼 다양한 드론 패밀리들이 만들어가는 새로운 전장의 모습은 가히 혁명적이라 할 수 있다.


필자 김형석 한성대 국방과학대학원 교수는 예비역 육군대령으로, 광운대에서 공학박사학위를 받았고 한국대드론산업협회 드론센터장을 맡고 있다.
필자 김형석 한성대 국방과학대학원 교수는 예비역 육군대령으로, 광운대에서 공학박사학위를 받았고 한국대드론산업협회 드론센터장을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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