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군사관학교 하계 군사실습
혼연일체…우리, 함께라면
망망대해…두려울 水 없다
잠수복에 25㎏ 공기통 메고 스쿠버 훈련
2인 1조로 무동력 소형 세일 요트 항해
5m 풀서 익수자 끌어내는 인명구조 훈련
2학년 생도들 2주 동안의 해양체육실습
바다 ‘이해’하고 ‘살아남는 힘’ 길러
실습 마치면 일대일 매칭 함정 근무 체험
“물 두려움 없애고 해상생존 능력 체득”
바다는 아름답지만 위험한 곳이기도 하다. 해군사관학교(해사)는 예비 해군·해병대 장교들의 물에 대한 두려움을 없애고 바다에서 자신과 전우의 생명을 지킬 수 있는 해상생존 능력을 체득하도록 하기 위해 하계 군사실습을 시행하고 있다. 지난 10일 해사 2학년 생도들의 하계 군사실습 현장을 지켜봤다. 글=조수연 기자·김세은 인턴기자/사진=조종원 기자
2~6m 수심 ‘다이빙’
35도를 넘나드는 무더위가 이어진 지난 10일 오전. 해사 앞바다 옥포만에 잠수복 차림의 2학년 생도들이 모여 있었다. 가만히 있어도 땀이 흐르는 폭염에 두꺼운 잠수복으로 중무장했지만, 생도들에게선 광활한 바다를 향한 새로운 도전에 나서는 청춘의 싱그러움이 느껴졌다.
2학년의 해양체육실습은 스쿠버 훈련, 요트 항해, 인명구조 세 가지 종목으로 진행되고 있다. 매년 여름이면 찾아오는 이 훈련은 생도들이 바다를 ‘이해’하고 ‘살아남는’ 힘을 기르는 실전이다.
첫 훈련은 스쿠버. 낯선 수중환경에 직접 부딪치며 물과 친숙해지는 시간이었다. 해난구조전대(SSU) 대원을 꿈꾸는 생도들에게도 좋은 체험 기회.
전신을 꽉 조이는 잠수복과 25㎏에 육박하는 공기통까지 장착하면 체감온도는 40도를 넘어간다. 생도들은 2인 1조로 짝을 지어 서로의 어깨를 맞잡고 발을 맞춰 바다로 다가갔다. 이내 뜨거운 숨을 깊게 들이쉰 뒤 차분히 수면 아래로 몸을 가라앉혔다. 바닷속에선 더이상 말이 통하지 않았다. 수신호, 몸짓이 팀워크의 전부다. 생도들은 SSU 교관의 가르침에 따라 바닷속을 헤엄쳤다. 호흡기 줄이 꼬이는 돌발 상황도 있었지만, 서로 도우며 끝까지 침착함을 유지했다. 처음엔 2m 수심에서 시작한 생도들이 물에 익숙해지면서 점차 6m 깊이까지 내려갔다.
육상으로 올라온 생도들은 주저앉아 공기통에 몸을 기대고 숨을 골랐다. 이어 담수 샤워로 바닷물을 털어내고 서로 생수를 뿌려주며 훈련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한 것을 자축하는 환호성을 질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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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트 항해로 팀워크 다져
같은 시각 먼바다에서 진행 중이던 딩기요트 항해 실습에 따라나섰다.
딩기요트는 엔진과 선실을 갖추지 않은 무동력 소형 세일 요트로 한 명이 스키퍼를 맡아 요트를 조종하고 다른 한 명이 체중을 실어 배가 기울어지는 것을 막는 식으로 나아간다. 유난히 잔잔한 바다는 요트를 다루기에 더 까다로운 환경이었다. 두 생도의 판단이 동시에 맞아떨어졌을 때 비로소 요트는 나아가기 시작했다. 의견이 맞지 않으면 곧장 엉뚱한 방향으로 틀어져 버렸다.
생도들은 고요한 수면 위에서 방향 스틱을 조작하고 몸을 이리저리 기울이며 온 신경을 집중해 바람의 방향을 확인했다.
조수진 생도는 “바람이 전혀 불지 않는 무풍지대에 갇히기도 하고, 암초에 부딪히기도 했지만 교수님의 지시대로 대응하면서 빠져나오니 자연스럽게 바다에 대한 감이 생겼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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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도 전원 ‘인명구조 자격증’ 취득 목표
제해관(실내수영장) 5m 풀에서는 영법·인명구조 훈련이 한창이었다. 해사는 대한적십자사와 협조해 올해부터 생도 전원이 임관 시까지 인명구조 자격증을 취득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기존에는 수영 실력이 우수한 1급반만 대상이었다.
이건우(중위) 교수는 “올해부터 교육방침이 바뀌어 ‘생도 총원 자격증 보유’를 목표로 지원 중”이라며 “장차 장교가 될 생도들이 일정 수준 이상의 수영 능력과 위급상황 대처능력을 기르는 데 집중하고 있다”고 밝혔다.
생도들은 양팔을 머리 위로 높이 들고 수면 위에 떠 있거나, 한 팔로 익수자를 끌어내는 훈련을 반복했다. 구조영법은 혼자 헤엄칠 때보다 더 큰 체력 소모를 동반하기에 강인한 체력과 집중력이 필요했다.
손·발바닥이 쭈글쭈글해지도록 연습을 거듭할수록 생도들의 수영 실력은 눈에 띄게 늘어갔다. 그들은 단순히 영법을 익히는 것을 넘어 바다에서 나와 전우를 살려야 하는 순간의 ‘책임감’을 기르는 중이었다.
이기석 생도는 “해양에서 직접 몸으로 익히는 훈련들이 진짜 장교로 나아가기 위한 준비라는 걸 느꼈다”며 “이번 경험이 나중에 실제 임무에서도 큰 도움이 될 거라고 믿는다. 멋진 장교로 성장할 수 있도록 매 순간 노력하겠다”고 다짐했다.
생도들은 2주 동안의 해양체육실습을 마치고 함정 근무 체험에 나선다. 함정 근무 체험에서는 함정 승조원과 일대일로 매칭돼 각종 일과에 참여하고 선배 장교와의 간담회를 통해 실무와 밀접한 함정 지식도 쌓는다.
모든 훈련을 마친 생도들에게 바다는 더 이상 낯선 존재가 아니었다. 직접 뛰어들고, 버텨내며, 마침내 바다와 가까워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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