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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지의 연합’ 발전, 러 추가 침공 억제·유럽 평화 담보

입력 2025. 07. 11   16:31
업데이트 2025. 07. 13   1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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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이슈 돋보기 - 트럼프 2.0 시대의 유럽 자강론 
① 러시아 압박 공조와 전후 평화 구상

미·러 종전 협상으로 자강론 재점화
러산 알루미늄 수입 금지 등 제재 공조
평화유지군 파병 놓고 이견 합의 지연
미국의 향후 적극적 군사 지원 여부가
우크라이나·유럽 평화 구축 좌우할 듯


유럽 자강론은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이후 미국과 러시아의 종전 협상이 본격화하면서 재점화됐다. 지난 2월 18일 폴란드 바르샤바에서 열린 EU 총무이사회 비공식회의 모습. EPA·연합뉴스
유럽 자강론은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이후 미국과 러시아의 종전 협상이 본격화하면서 재점화됐다. 지난 2월 18일 폴란드 바르샤바에서 열린 EU 총무이사회 비공식회의 모습. EPA·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1기 행정부 시기 미국은 유럽 동맹국의 안보 무임승차론을 제기하면서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탈퇴 가능성까지 경고했다. 따라서 2024년 11월 미 대선 결과 트럼프 재집권이 확정되자 유럽 차원의 대응책 마련이 요구됐다. 이에 유럽연합(EU) 정상들은 유럽정치공동체(EPC) 정상회의를 통해 지역 안보를 유지하기 위한 자강의 노력이 필요하다는 공감대를 구축했다.

이러한 유럽 자강론은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이후 미국과 러시아의 종전 협상이 본격화하면서 재점화됐다. 이에 올해 2월 17일과 19일 연이어 개최된 긴급정상회의를 통해 대응책 마련이 모색됐다. 특히 미국·우크라이나 백악관 정상회의가 파행된 직후인 3월 2일에는 우크라이나의 평화를 보장하는 ‘의지의 연합(Coalition of the Willing)’을 발전시키기로 합의했다. ‘의지의 연합’은 2003년 이라크 전쟁 당시 결성된 미국과 동맹국연합을 지칭하는 용어다. 우크라이나 전쟁의 조속한 휴전을 바탕으로 전후 유럽의 견고하고 지속적인 평화를 달성하기 위해 대서양 동맹의 연대가 필수적임을 강조한 것이다.

우크라이나 전쟁의 조속한 휴전을 위한 유럽 차원의 공조는 미국과 우크라이나가 3월 11일부로 30일 휴전안에 전격 합의하면서 본격화했다. 특히 영국, 프랑스, 독일, 스페인, 이탈리아, 폴란드 등 주요국들은 3월 31일의 EU 외교수장 공동성명을 통해 러시아 측에 “즉각적인 휴전에 동의하고 전면적으로 이행할 것”을 촉구했다. 또한 종전 협상과 관련해서는 “우크라이나의 방위산업이나 우크라이나 내 파트너국의 군사적 주둔을 제한하는 어떠한 합의도 수용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아울러 “러시아의 전쟁 능력을 약화하는 동시에 우크라이나가 정의롭고 항구적인 평화를 사수할 수 있는 가장 유리한 위치에 설 수 있도록” 러시아를 더욱 압박하겠다고 강조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의 조속한 휴전을 위한 유럽 차원의 공조는 미국과 우크라이나가 지난 3월 30일 휴전안에 전격 합의하면서 본격화했다. 한 달 앞선 2월 우크라이나 키이우에서 러시아의 드론 공격 등이 일어난 모습. 로이터·연합뉴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의 조속한 휴전을 위한 유럽 차원의 공조는 미국과 우크라이나가 지난 3월 30일 휴전안에 전격 합의하면서 본격화했다. 한 달 앞선 2월 우크라이나 키이우에서 러시아의 드론 공격 등이 일어난 모습. 로이터·연합뉴스

 


러시아를 상대로 한 압박의 핵심 수단은 제재 강화다.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직후 EU는 미국과 함께 러시아를 상대로 한 고강도 제재 공조를 구축했다. 그 연장선에서 EU는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3주년인 올해 2월 24일부로 승인한 제16차 제재안을 통해 러시아산 1차 알루미늄의 단계적 수입 중단을 거쳐 2026년 말부터 전면적으로 금지하기로 했다. 5월 14일 개최된 27개국 외교·국방장관회의에서는 러시아의 30일 휴전안 수용을 압박하려는 목적으로 제17차 제재안을 승인했다. 그 핵심 내용은 ‘주요 7개국(G7)’이 시행 중인 러시아산 원유 가격 상한제를 우회하는 데 활용돼 온 일명 ‘그림자 함대’ 유조선 189척을 제재 명단에 추가한 것이다. 러시아산 군산복합체를 직·간접적으로 지원하거나 제재를 우회해 온 법인 31곳도 제재 대상에 포함했다. 영국 역시 같은 날 러시아 압박을 강화하는 신규 제재안을 공개했으며, 미국의 러시아 압박 동참을 촉구하는 EU 주요국의 요구도 이어졌다.

EU는 러시아가 휴전안 수용 압박을 위한 제18차 제재안 결정에도 착수했다. 하지만 현지시간 6월 26일 개최된 27개국 정상회의에서는 제재 채택에 필요한 만장일치 합의에 도달하지 못했다. 일각에서는 러시아 압박을 강화하는 차원에서 EU 내 동결된 러시아 중앙은행 자산 원금 압류를 주장해 왔다. 하지만 투자 신용도 하락과 법적 근거 미비를 이유로 반대 목소리도 만만찮은 상황이다. 현재 배럴당 60달러로 설정된 러시아산 원유 가격 상한선을 낮추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하지만 미국의 동참 여부가 관건이다.

우크라이나 전쟁의 휴전 합의와 연계한 유럽의 전후 평화 구상에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관련해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트럼프 미 대통령과의 올해 2월 백악관 정상회담에서 “우리의 공동 목표는 우크라이나에 견고하고 지속적인 평화를 구축하는 것”이라고 강조하면서 “우크라이나에 안전보장을 제공할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혔다. 휴전 이후의 평화 협정 이행을 뒷받침하기 위한 유럽 평화유지군 파병 방침을 확인한 것이다.

이후 ‘의지의 연합’에 참석하기로 한 30여 개 국가를 중심으로 평화유지군 구상에 관한 논의가 본격화됐다. 예를 들어 3월 15일 개최된 정상 간 화상회의를 통해 휴전 가능성을 대비한 평화유지군 파병 논의에 속도를 내기로 합의했다. 회의를 주최한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는 평화유지군 구상의 실질적 작업의 가속화를 위한 ‘작전 단계(operational phase)’에 돌입하기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또 그 과정에서 공중·해상 안보 분야를 중심으로 영국이 주도적 역할을 담당할 의향이 있다고 강조했다. 3월 20일 개최된 ‘의지의 연합’ 참여국 군 수뇌부 회의에서는 우크라이나의 전후 안전보장을 지원하기 위한 군사계획과 작전을 중심으로 논의가 진행됐다.

하지만 평화유지군 구상의 현실화를 둘러싼 불확실성의 문제가 부상했다. 참여 여부에 관한 견해 차이가 대표적이다. ‘의지의 연합’을 주도하는 프랑스와 영국은 자국 군대의 우크라이나 파병 방안에 긍정적이다. 반면 다른 국가들은 더욱 조심스러운 태도를 보여줬다. 예를 들어 독일과 이탈리아는 파병에 소극적이며, 친 러시아 성향의 헝가리는 반대한다는 방침이다. 폴란드 역시 자국 영토 방위에 부정적 영향을 초래할 것이라는 이유로 일찌감치 파병 불참 의사를 밝혔다.

평화유지군 규모도 쟁점으로 부상했다. 우크라이나는 서방 측 파병 규모가 최소한 20만 명은 돼야 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의지의 연합’ 내에서는 이러한 요구에 한참 못 미치는 2만 명 수준의 병력 파견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파병 조건과 시기에 관한 명확한 합의도 도출되지 못한 상황이다.

평화유지군 파병 방침에 대한 러시아의 강력한 반대도 도전 요인이다. 이에 기존 평화유지군 형태가 아닌 ‘안전보장군(reassurance force)’이라는 명칭 아래 파병 부대의 성격과 역할에 대한 재검토에 착수했다. 휴전 이행을 감시하거나 평화를 강제하지는 않겠다는 의미로 해석되는 대목이다. 이와 관련해 프랑스와 영국은 자국군을 러시아와 맞닿은 우크라이나 최전선에 파병하지 않을 것이며, 도시·항구·인프라 등을 보호하는 임무에 주력하겠다고 밝혔다. 러시아의 반발을 최소화하려는 의도로 해석된다.

이러한 일련의 논의는 ‘의지의 연합’ 참여국의 우크라이나 파병을 통해 러시아의 추가 침공 가능성을 억제하면서 유럽의 평화를 담보할 수 있다는 논리를 보여주는 것이다. 하지만 전후 우크라이나 평화 유지의 일차적 관건은 우크라이나의 방어능력 구축이다. 여기에 유럽 주요국은 방공·정보·수송 등 미국의 전반적인 군사적 지원을 전제로 우크라이나 파병이 가능하다고 밝혔다. 미국의 향후 군사적 지원 여부가 전후 우크라이나와 유럽의 평화 구축에 관건임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강석율 한국국방연구원 연구위원
강석율 한국국방연구원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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