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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역 이후에도 변하지 않을 습관

입력 2025. 07. 10   15:25
업데이트 2025. 07. 10   1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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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기정 중위 육군52보병사단 기동대대
노기정 중위 육군52보병사단 기동대대



“정훈장교님은 운동을 잘 못하시지 않습니까?” 부대에 전입해 온 지 얼마 지나지 않아 들었던 말이다. 전투병과가 아니라는 이유로 던진 농담 섞인 말이었지만, 그 안에는 은근한 편견이 섞여 있었다. 웃어넘기긴 했지만, 그 말은 오랫동안 마음에 남았다. ‘과연 군인으로서 얼마나 준비된 사람인가?’라는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졌고, 그때부터 나만의 방식으로 답을 찾아갔다. 

체력은 군인의 기본이라는 얘기를 후보생 시절부터 수없이 들어왔다. 하지만 말보다 실천이 어렵다는 걸 입대 후 실감했다. 군복을 입은 이후 하루도 빠짐없이 운동을 했다. 매일 아침 연병장을 뛰었고, 비가 오는 날이면 체력단련장에서 땀을 흘렸다. 운동을 하다 보면 나태해질 때도 있다. 그런 시기에는 부대원들이 먼저 함께 운동하자고 손을 내밀어 줬고, 이내 흐트러진 자세를 바로잡을 수 있었다. 혼자였다면 쉽게 무너졌을지도 모르지만, 동료들의 응원이 큰 힘이 됐다. 작지만 꾸준한 노력이 쌓이고 쌓여 결국 특급전사 달성이라는 성과로 돌아왔다. 누군가의 편견을 깨는 동시에 자신의 가능성을 확인하는 경험이었다.

운동은 일상과 사고 방식도 바꿔 놨다. 평소 스스로 도전 목표를 세우고, 하나하나 달성해 가는 데서 성취감을 느낀다. 지난 5월에는 하프마라톤 도전이라는 계획을 세웠다. 무작정 달릴 순 없기에 체계적으로 준비를 했다. 러닝 유튜브 영상을 보면서 자세 교정과 호흡법을 익혔다. 5㎞·10㎞ 구간을 목표로 조금씩 거리를 늘려 가며 훈련했다. 점차 장거리에 익숙해진 뒤 같이 대회에 나가기로 한 대대장님과 함께 러닝 기록을 점검하며 주간 루틴 또한 만들어 나갔다. 준비하는 과정 자체가 더욱 몰입하게 만들었고, 그 시간이 쌓이면서 자신감도 커졌다.

대회 당일 긴장과 설렘 속에 출발선을 넘었다. 달리는 내내 호흡은 거칠었고, 다리는 점점 무거워졌지만 결승선을 통과하던 순간 느낀 성취감은 말로 다 표현할 수 없다. 그때 확신할 수 있었다. 군 생활 동안 쌓아 온 작은 습관이 결국 삶을 지탱하는 원동력이 된다는 것을.

이제 운동은 군인으로서 의무뿐만 아니라 나 자신을 지탱하는 중요한 일상이 됐다. 몸을 단련하는 시간은 곧 마음을 다잡는 시간이고, 그렇게 하루를 시작하며 하루를 정비한다. 앞으로 군복을 벗더라도 운동은 계속할 것이다. 아직은 엄두가 나지 않지만, 풀코스 마라톤에도 도전하고 싶다. 꾸준히 체력을 키우다 보면 언젠가 그 목표도 충분히 이룰 것이라고 믿는다. 이렇게 운동을 하면서 몸과 마음을 단련하고, 한결같은 자세로 살아가고자 한다. 그것이 군 생활에서 얻은 가장 큰 자산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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