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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더’s 다이어리] 화기중대장, 명령자 아닌 실전 전문가여야 한다

입력 2025. 07. 10   15:24
업데이트 2025. 07. 10   15: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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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민재 대위 육군73보병사단 독수리여단
최민재 대위 육군73보병사단 독수리여단



“호남선, 여기는 만리포. 호남선은 포병 무전병을 바꿔라. 넷 둘 사격 임무 송신한다. 화집점(표적) AB 311, 방위각 4360, 사격 중인 적 박격포, 포대 10발! 이상!” 

지금으로부터 59년 전, 우리는 화력을 앞세워 기적 같은 역사를 만들어 냈다. 사방에서 적이 공격해 왔다. 중대장은 적의 포격으로 중상, 소대장들 역시 모두 부상 당해 지휘체계는 와해됐다. 포병 지원 또한 제한되는 절망적인 상황에서 박격포 등의 화력을 기계획된 화집점에 집중했다. 이러한 화력 덕분에 베트콩의 압도적 공격은 와해돼 우리는 조직적 방어를 감행할 수 있었고, 박격포 한 발 한 발이 득꼬(두코)의 운명을 바꿔 놨다.

이상은 베트남전쟁 ‘두코전투’에 참전한 맹호부대 관측장교의 증언을 각색한 것이다. 4.2인치 박격포를 운용하는 화기중대는 보병대대의 화력을 극대화하는 핵심 부대로, 적의 병력과 진지를 무력화하고 보병부대의 전투력을 높인다. 특히 정밀한 박격포 사격과 꼼꼼한 화력계획은 부대원의 생명을 살리고, 적의 피해를 강요하는 화기중대의 역할이자 책무다.

혹자는 말한다. 화기중대장은 작전 지휘에 집중하고, 화기 운용은 병사들이나 부사관의 영역이라고. 나 또한 화기중대장 보직 이전까지 그런 고정관념을 갖고 있었다. 그러나 화기중대장은 단순 관리자나 명령자가 아닌 언제든 화기를 직접 운용할 수 있는 실전형 전문가가 돼야 한다는 것을 사단 박격포 관측 및 사격제원 산출 교육과정을 이수하고 깨달았다.

박격포 사격은 탄도학적 이해와 환경변수 분석이 필요한 정밀한 작업이다. 중대장이 이를 숙달하지 못하면 부대원들에게 효과적인 교육과 지휘를 제공할 수 없다. 아울러 중대장은 대대장의 화력 참모 역할과 동시에 포반에 자신감 있는 사격명령을 내리기 위해 화기를 능수능란하게 운용할 수 있는 지식과 경험이 필요하다.

빠르게 변화하는 전장환경에서 현실에 안주하며 도태될 것인가, 아니면 성찰을 통해 변화하는 실전적 화기 운용력을 갖춘 간부로 거듭날 것인가? 자문해 본다. “Deep Change or Slow Death?” 베트남전쟁에서 화력을 자유자재로 운용해 승리로 이끈 관측장교의 사례처럼 간부들 역시 화기 숙달을 체계화하고, 실전적 교육훈련을 체득해야 한다. 실제 전장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라도 간부는 실전형 전문가가 돼야 한다. 그래야 문제점을 알고 해결책과 비전을 제시할 수 있다. 화기중대장이 사격제원을 산출해 보고 직접 사격하며, 부대원들과 함께 훈련하는 문화가 정착될 때 안전한 교육훈련 보장과 실질적인 전투력 강화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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