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방부, 합동참모본부, 육군본부에서 15년간 근무하며 13명의 국방 수장을 가까이서 지켜봤다. 절반 이상은 함께 일하며 직접 호흡을 맞췄던 분들이고, 대부분 뛰어난 경륜과 혜안을 갖춘 지도자였다. 시간이 지나 돌아보니 늘 한 가지 아쉬움이 남는다. 바로 ‘시작의 전략’이다.
새 정부가 출범하고 새로운 국방 지휘부가 들어설 때마다 군 안팎에선 기대와 관심이 쏠린다. 그러나 그 기대에 부응할 만한 청사진과 실질적인 실행계획을 준비해 온 지휘부는 많지 않다. 설령 준비가 돼 있어도 현실은 녹록지 않다.
국회의 예산 심의, 언론의 관심사, 대통령실의 정책지침, 민원 등 눈앞의 현안에 휩쓸리다 보면 정작 중요한 미래 전략은 뒷전으로 밀려난다. 결국 국방개혁은 늘 단기처방에 머무르고 만다.
표면만 건드리는 피상적 개혁, 공감 없이 추진된 탓에 좌초된 개혁, 부작용만 남긴 개혁까지 다양한 실패가 반복돼 왔다. 이런 시행착오는 현장에서 냉소와 불신을 낳고, 결국 개혁의 기대 자체를 꺾는다. 이러한 상황을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서라도 국방개혁은 출범 첫해, 특히 첫 1년에 힘을 집중해야 한다. 준비된 전략, 실행 가능한 계획, 명확한 목표 설정이 이 시기에 뿌리내려야 한다. 그래서 제안하는 것이 ‘3-3-7 프로젝트’다.
첫 번째 ‘3’은 출범 후 30일, 즉 한 달이다. 이 시기는 밀어붙이는 때가 아니다. 철저히 진단하고 파악해야 한다. 국방의 현주소를 냉정하게 바라보고, 문제의 본질이 무엇인지 들여다봐야 한다. 피상적인 현상이 아니라 구조적 병목을 파악해야 한다. 각급 부대의 현실, 병사들의 고민, 참모들의 제언까지 모두 수집하고 분석해야 한다. 이 과정을 국민과 공유하면서 국방개혁의 첫 단추를 끼우는 것이 중요하다.
두 번째 ‘3’은 출범 3개월 후, 즉 100일 시점이다. 앞서 도출한 핵심 과제를 어떻게 실행할지 구체적인 로드맵을 짜야 한다. 이 시기의 핵심은 공감대 형성이다. 군 내부만이 아니라 국회, 학계, 시민사회 등 다양한 목소리를 반영해야 한다. 국방개혁은 군만의 일이 아니라 국가 전체의 문제다. 무엇보다 실현 가능한 현실적 계획이어야 한다. 말뿐인 계획은 의미가 없다. 실행력이 담보돼야 한다.
마지막 ‘7’은 출범 7개월 후, 즉 첫 1년이 되는 시점이다. 이 시기에는 개혁 실행에 박차를 가해야 한다. 단기적으론 눈에 띄는 성과를 낼 수 있는 과제를 추진하는 동시에 중장기 개혁의 걸림돌이 되는 제도적 장치를 정비해야 한다.
법과 제도가 바뀌지 않으면 아무리 좋은 구상도 무용지물이다. 기반을 잘 다져야 건물도 흔들리지 않는다. 첫 1년 동안 얼마나 성실히 준비하고 실행했는지가 향후 개혁의 성패를 가른다. 구호가 아니라 결과로 증명해야 한다. 보여 주기식 이벤트가 아니라 실제 군의 변화를 이끄는 개혁이어야 한다.
이 순간에도 장병들은 각자 위치에서 묵묵히 임무를 수행하고 있다. 모두 바쁘고 힘들지만, 늘 ‘군이 더 나아지기를’ 바라는 마음이 있다. 그런 장병들에게 국방부의 개혁은 남의 일이 아니다. 직접적 영향을 주는 현실이다. 국방부가 실효성 있는 개혁으로 장병들의 삶을 실질적으로 개선한다면 신뢰는 자연스럽게 따라올 것이다.
군은 조직이자 사람들의 공동체다. 강한 군대는 체계적인 시스템과 그 안에 있는 사람들의 신뢰와 열정으로 완성된다. 새로운 국방 지휘부가 ‘3-3-7 프로젝트’로 진정성 있게 출발한다면, 장병들도 흔쾌히 동참할 것이다.
개혁은 누구를 위한 것이 아니다. 우리 모두를 위한 일이다. 그리고 혁신은 시작이 중요하다. 그 시작은 바로 지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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