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병영의창

병역명문가

입력 2025. 07. 09   15:31
업데이트 2025. 07. 09   15:32
0 댓글
조태근 상사 육군과학화전투훈련단 대항군처
조태근 상사 육군과학화전투훈련단 대항군처

 


병역명문가란 1대 할아버지부터 손자까지 3대 가족 모두가 성실히 현역 복무를 마친 가문으로, 병무청으로부터 인정받은 가문을 말한다. 우리 집안은 지난 5월 ‘병역명문가’로 선정됐다는 연락을 받았다.

1대인 아버지는 육군 최초 방공포부대에서 만기 전역하셨다. 당시는 6·25전쟁 이후 국방의 의무를 자랑스럽게 생각하고 애국심으로 나라를 지켜야겠다는 이가 넘쳐나던 시기였다. 또한 현역으로 만기 전역하면 취업할 때 우대하는 분위기가 있어 입대율이 100%를 넘는 수준이었다고 한다. 군 생활은 매우 힘들었지만, 나라를 지키고자 하는 젊은이들의 국가 안보의식이 투철했음을 알 수 있다.

2대인 나는 1996년 12월 국가의 부름에 답하고자 입대했다. 군에 들어오기 전 자유롭게 생활해 군대와 완벽하게 맞춰지는 퍼즐은 없었다. 그러나 군 생활을 하며 느끼는 어려움과 고통은 앞으로의 인생에 귀중한 경험으로 돌아오리라는 확신이 서 1998년 육군 부사관에 지원했다. 녹색 견장의 무게는 병사 시절보다 무거웠다. 병사 때 힘든 시간을 이겨 내며 나를 단련시켰기에 부사관으로서도 최선을 다해 임무를 수행할 수 있었다. 어느덧 군 생활은 직업의 의미를 넘어 인생의 일부가 됐다.

3대인 아들 역시 2022년 10월 대한민국 남자로서 국방의 의무를 다하기 위해 신병교육대에 들어갔다. 최전방 수호병을 지원하겠다는 아들의 포부에 자랑스러움을 느낀 것도 잠시. 아들은 육군7보병사단에 자대 배치를 받은 뒤 더욱 강해져야 한다고 생각해 부사관에 지원하겠다고 선포했다. 우리 가족은 잠시 혼란에 빠졌지만, 아들의 의지는 강했다. 아버지의 뒤를 이어 육군 부사관이 돼 나라에 소중한 쓰임이 되고 싶다는 말에 우리는 주저 없이 아들을 지지했다. 현재 아들은 부사관(하사)으로 임관해 7사단 GOP에서 근무 중이다.

사실 군대란 적령기를 앞둔 청년들에게는 두려운 소식일 수 있다. 자유롭게 생활하다가 국방의 방패가 되기까지 수많은 시련과 고통이 뒤따른다. 하지만 지나고 나면 돈을 주고도 되돌아갈 수 없는 귀중한 시간과 추억이 된다.

대한민국은 아직 정전 상태다. 전방에는 155마일(약 249㎞)의 철책과 철조망이 있다. 특히 남북한의 수십만 군대가 대치하고 있다는 사실을 잊어선 안 될 것이다.

대한민국에서 아버지·자녀와 함께 병역명문가로 3대에 걸쳐 병역을 명예롭게 이행한 사람이 존경받고 보람·긍지를 가질 수 있는 사회 분위기가 형성됐으면 좋겠다. 젊은이들의 경우 실전적인 훈련을 받으면서 강인한 군인정신으로 거듭나 국가와 민족을 우선하고, 부모님과 이웃에게 고마움을 느끼며 군 생활을 하기 바란다. 병역을 이행하는 젊은이들의 군 경험이 사회생활에 귀중한 밑거름이 되길 소망한다.

< 저작권자 ⓒ 국방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댓글 0

오늘의 뉴스

Hot Photo News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