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양전의 본질은 상호 간 화력 교환이다. 그중에서도 동시다발적 미사일 포화 속에서 적·아 간 공격과 방어가 상호 작용하는 전투 양상을 ‘일제사격 경쟁(Salvo Competition)’이라고 부른다.
냉전기 미·소 해군은 대규모 미사일 일제사격 경쟁을 벌였다. 소련은 장거리 대함미사일을 집중 운용했고, 미국은 다층 방어망으로 대응했다. 미 해군은 미사일(화살)이 발사되기 이전 적의 미사일 플랫폼(사수)을 먼저 공격하는 항모비행단 중심의 ‘Outer air Battle’이란 작전개념을 구축하고자 이지스 구축함을 포함한 다층 방어력을 강화했다.
냉전 이후 미 해군의 일극체제로 일제사격 경쟁은 공백기가 있었으나 최근 미·중 경쟁에 따라 일제사격 경쟁이 재부상하고 있다. 정밀유도무기, 자폭형 무인항공기(UAV), 대함탄도미사일 등이 확산하면서 일제사격 경쟁의 양과 질이 동시에 확대됐다. 이처럼 해양전은 개별 함정 간 전투를 넘어 네트워크 기반의 복합전 양상으로 전환됐다. 이에 미 해군은 ‘분산 해양작전(DMO)’ 개념을 도입해 일제사격 경쟁의 대응책을 마련하고 있다. 북한도 신형 호위함과 화살 계열 장거리 미사일로 미사일 공격 능력을 키우고 있다.
우리도 변화하는 해양전 양상에 맞춰 작전개념과 전력 발전에 더욱 집중해야 한다. 우선 대함미사일 공격력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 적의 방어망을 돌파하고 선제타격을 실현하기 위해선 미사일의 사거리·속도를 증가시키고, 원거리 데이터링크 능력을 토대로 유연성과 정밀타격 능력을 갖춘 대함미사일을 확보해야 한다.
또한 중·소형 함정에도 다기능 레이다와 수직발사체계(VLS) 등 일정 수준 이상의 대공방어 능력을 확장해 함대의 방공력을 강화하고, 전력을 분산시킬 필요가 있다. 아울러 수상함의 레이다 수평선 한계를 극복하고 공격·방어미사일을 효과적으로 운용하기 위한 유·무인 항공전력의 확보·통합운용이 중요하다.
나아가 다양한 전력이 보유한 대함 화력을 통합운용해 분산된 플랫폼 간에도 실시간으로 표적정보를 공유하고, 동시다발적 합동타격을 수행할 수 있는 능력이 요구된다. 이 과정에서 해양작전 전문성을 갖춘 해군의 주도적 지휘통제 역할이 필요하다.
“먼저 효과적으로 발사하라”라는 미 해군 전술연구가 웨인 휴스의 말은 단지 미사일의 속도, 발사 타이밍을 의미하지 않는다. 얼마나 먼저 준비돼 있느냐, 얼마나 유기적으로 전력을 통합해 운용하느냐의 싸움이다. 일제사격 경쟁은 화력을 더 많이 준비하는 것을 넘어 작전개념과 그에 맞는 전력 발전방향의 전환을 요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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