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교양 연·뮤·클 이야기

‘좋아요’ 없이도 행복할까요?

입력 2025. 07. 08   16:28
업데이트 2025. 07. 08   16:35
0 댓글

백 투 더 스테이지 - 뮤지컬 ‘차미’

외모·성격 다 잘난 ‘인플루언서’
실제론 내세울 것 없는 취준생
자아 혼란·회복 경쾌하게 다뤄
디테일 완성도 높인 세 번째 시즌 
구멍 없는 연기·중독성 짙은 넘버
장면 활기 더하는 무대 영상 눈길

국내 창작 로맨틱코미디 뮤지컬 ‘차미’.
국내 창작 로맨틱코미디 뮤지컬 ‘차미’.

 


‘싱글즈’ ‘김종욱찾기’ ‘카페인’ ‘오 당신이 잠든 사이’…. 국내 창작 로맨틱코미디 뮤지컬의 계보를 이을 만한 ‘차미’가 3년 만에 세 번째 시즌으로 돌아왔다. ‘완벽한 나’와 ‘진짜 나’, 그 경계에서 흔들리는 청춘의 이야기를 유쾌하고 따뜻한 시선으로 그려낸 뮤지컬이다. 대학로 TOM 1관에서 현실과 이상 사이에서 고민하는 젊은이들의 마음을 어루만지고 있다. 

‘차미’는 디지털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가 매일 직면하는 ‘자아의 문제’를 다룬다. 취업 준비와 편의점 알바로 하루하루를 버티는 평범한 청춘 차미호. 현실에서 자존감이 낮은 차미호는 자신이 원하는 이상적 자아를 SNS 안에서 만들어낸다. 계정 이름은 ‘Cha_Me’(차미). 화려한 외모, 완벽한 연애, 인기 많은 인플루언서 이미지로 꾸며낸 ‘차미’는 점점 미호 본인의 실체를 압도하게 된다.

그러던 어느 날, 미호가 만든 SNS 속 자아 ‘차미’가 현실로 튀어나오고, 차미는 미호의 삶을 대신 살아주겠다고 제안한다. 처음엔 모든 것이 완벽해 보인다. 짝사랑도, 취업도 차미가 해결해주는 듯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미호는 자신이 사라지고 있다는 걸 깨닫고 불안해진다. ‘진짜 나’는 어디로 가고 있는 걸까. 미호는 차미와 공존할 수 있을까. 아니면 이제라도 찌질한 본래의 모습으로 돌아가야 할까. 이 질문은 극이 ‘쿵’ 하고 마침표를 찍는 순간까지 끈질기게 이어진다.

 

국내 창작 로맨틱코미디 뮤지컬 ‘차미’.
국내 창작 로맨틱코미디 뮤지컬 ‘차미’.

 

국내 창작 로맨틱코미디 뮤지컬 ‘차미’.
국내 창작 로맨틱코미디 뮤지컬 ‘차미’.

 

국내 창작 로맨틱코미디 뮤지컬 ‘차미’.
국내 창작 로맨틱코미디 뮤지컬 ‘차미’.



홍나현의 ‘차미호’는 기대만큼 좋다. 뭘 하면 자신에게 잘 어울릴까를 천재적으로 간파해내는 배우이기 때문이다. 소심하고 평범한 미호의 내면을 한 땀 한 땀 정성스럽게 꿰매고 있다. 극 후반 ‘이해 못 해’와 ‘스크래치’ ‘내 이름은 미호’로 이어지는 넘버와 장면은 홍나현의 연기적 리듬감을 잘 보여준다. 음악으로 치면, 그는 ‘긴 프레이즈’를 만들 줄 아는 배우다.

박새힘의 ‘차미’는 여러모로 재미있다. 순정만화 스타일의 첫인상과 달리 의외로 다양한 얼굴을 지닌 배우인데, ‘완벽한 이상형’ 차미에도 잘 어울린다. 요즘 다작 배우로 불러도 될 정도로 많은 작품에 출연하고 있는 만큼 무대에서 볼 기회가 많아졌다.

황순종은 초연부터 삼연까지 모두 ‘김고대’로 참여한 배우다. 차미호에게 마음을 품고 있는 김고대는 이 작품에서 유일하게 아날로그 감성의 인물이기도 하다. 김고대의 솔로곡 ‘내 눈엔 보여’도 추천하고 싶다.

‘오진혁’의 서동진은 앞으로 로코물을 좀 더 많이 해줬으면 좋겠다는 바람이다. ‘재미없어’는 오진혁을 한 방에 읽을 수 있게 해주는 ‘캐릭터 설명송’으로 충분하다.

이 작품의 강점은 뭐니 뭐니 해도 음악이다. 작곡 최슬기, 작사 조민형인데 넘버들을 어쩌면 이렇게 귀에 쏙쏙 박히게 썼는지 감탄이 나올 정도다. 공연이 끝나고 나오는 길, “헤이 헤이 헤이”를 흥얼대는 남자 관객을 몇 명이나 보았다. ‘헤이 헤이 헤이’는 19곡의 넘버 중 가장 신나면서 중독성이 짙은 파워넘버다.

이 작품은 채만식의 단편소설 『레디메이드 인생』 『옹고집전』과 같은 고전 텍스트에서 모티브를 얻었다고 한다. ‘차미’와 ‘미호’의 충돌은 SNS 안팎의 정체성만이 아니라 외면과 내면, 현실과 환상의 대립, 인간의 욕망과 자아 회복이라는 보편적 주제를 포괄하고 있다. 이러한 서사적 기반 덕에 뮤지컬 ‘차미’는 로코, 힐링극을 넘어 우리 삶에 질문을 던지는 ‘메시지 있는 뮤지컬’ 반열에 오를 수 있게 됐다.

결국 이 뮤지컬은 이런 말을 하고 싶었던 것이 아닐까. 진짜 나로 살아간다는 건 어쩌면 조금 찌질하고 덜 근사할 수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장 나답게 빛나는 선택일 수밖에 없다고. 그러니 잔말 말고, 이 순간의 나를 사랑해 보라고. 당신이 상상하는 완벽한 인생은 배우들이 대신 살아줄 테니, 당신은 이제 그만 무대에서 내려가도 된다고. 사진=페이지1

 

필자 양형모는 15년 이상 연극·뮤지컬·클래식·국악 등을 담당해온 공연전문기자다. ‘일주일에 1편은 공연을 보자’는 ‘일일공’의 주창자. 스포츠동아 부국장으로 재직 중이다.
필자 양형모는 15년 이상 연극·뮤지컬·클래식·국악 등을 담당해온 공연전문기자다. ‘일주일에 1편은 공연을 보자’는 ‘일일공’의 주창자. 스포츠동아 부국장으로 재직 중이다.

 

< 저작권자 ⓒ 국방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오늘의 뉴스

Hot Photo News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