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방 방위사업

맞춤형으로 현지화하라 방산강국 방법론 찾았다

입력 2025. 07. 07   17:45
업데이트 2025. 07. 08   0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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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2 전차 폴란드 수출 2차 계약 경과와 의미

단일 계약 최대 약 9조 원…현지 생산+유지·보수 결합

민·관·군 역량 총결집 성과…새로운 수출 모멘텀 기대

지난 2일 완료된 K2 전차 폴란드 수출 2차 이행계약 협상은 국방·외교·산업 등 관계 부처·기관이 한마음 한뜻으로 역량을 총결집해 일궈낸 쾌거다(본지 7월 3일 자 1면 참고). 구체적인 계약 규모는 공개되지 않았지만 65억 달러(약 8조8000억 원) 안팎인 것으로 알려졌다. 새 정부 들어 첫 번째 대형 계약이자 K방산 단일 무기체계 계약으로는 역대 최고액이다. K2 전차 폴란드 수출 2차 이행계약 경과와 의미를 들여다봤다.  서현우 기자



2022년 시작…1차 계약, 완제품 전차 첫 수출 의의

K2 전차의 폴란드 수출은 2022년 시작됐다. 2022년 7월 27일 폴란드 바르샤바에서 현대로템과 폴란드 군비청이 K2 전차 1000대 물량 등에 대한 총괄 계약을 맺으면서 본격화했다. 계약은 K2 전차뿐만 아니라 K9 자주포, FA-50 전투기, 다연장로켓 ‘천무’ 등도 포함됐다.  이어 8월에 4조5000억 원 수준의 K2 전차 180대를 수출하는 1차 이행계약을 맺었다.

1차 이행계약은 우리나라 완제품 전차의 첫 번째 수출계약이라는 데 의미가 컸다. 2008년 튀르키예에 K2 전차 기술수출이 이뤄진 바 있지만, 완제품 수출계약은 처음이었다. 폴란드에 대한 K2 전차 수출계약 기대감은 그해 초부터 있었다. 2022년 5월 폴란드 대표단은 경남 창원시 현대로템 공장을 찾아 K2 전차의 우수성을 직접 확인했다. 6월에는 폴란드 국영 방산그룹 PGZ가 프랑스 국제 방산 전시회인 ‘유로사토리’ 현장에서 현대로템과 전차·장갑차 공동개발 업무협약(MOU)을 맺었다.

폴란드의 이런 행보는 국가 전략적 차원에서 자국의 국방력 강화 파트너로 우리나라를 지목하면서 빠르게 전개됐다. 폴란드는 우크라이나와 약 600㎞의 국경을 맞대고 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장기화하면서 서방과 우크라이나를 잇는 군사·전략적 요충지로서 역할을 해 왔다.
 

신속 출고에 역량 집중…실전형 전차 입증

이후 K2 전차 수출은 순조로웠다. 2022년 12월 6일 폴란드 항구도시 그디니아에서 K2 전차 초도 출고 물량의 첫 번째 입하식이 열렸다. 행사에는 안제이 두다 폴란드 대통령과 정부 주요 인사가 총출동했다. 이날 입하된 물량은 현대로템 창원공장에서 초도 출고된 10대로, 출고식이 진행된 지 50일 만에 폴란드에 무사히 도착한 성과였다. 2023년 3월 22일에는 추가 5대가 기존 납기 예정일보다 3개월이나 빨리 현지에 전달됐다. 폴란드 수출 물량 출고에 속도를 낸 것. 현대로템은 업무 부하가 예상되는 팀을 중심으로 인력을 재배치하고, 특별연장근로 신청을 통한 근무시간 연장으로 효율을 극대화하는 등 K2 전차의 신속 출고에 역량을 집중했다.

폴란드 현지에서는 기 납품된 K2 전차의 운영도 본격화했다. 여러 차례 열린 사격훈련에서 뛰어난 화력과 명중률을 보이며 실전형 전차라는 걸 입증했다. 특히 지난해 폴란드 최대 규모 지상 군사훈련인 ‘드래곤24’에서는 다른 전차들을 압도했다.

2022년 체결한 1차 수출계약은 총 180대 물량으로 지난해까지 84대가 공급됐다.
 

2022년 8월 26일 폴란드에서 열린 K2 전차 수출계약 체결식에서 마리우시 브와슈차크(왼쪽) 폴란드 부총리 겸 국방장관과 이용배 현대로템 사장이 손을 맞잡고 있다.  현대로템 제공
2022년 8월 26일 폴란드에서 열린 K2 전차 수출계약 체결식에서 마리우시 브와슈차크(왼쪽) 폴란드 부총리 겸 국방장관과 이용배 현대로템 사장이 손을 맞잡고 있다.  현대로템 제공



사업 범위·계약 규모 확대 

이번 K2 전차 폴란드 수출 2차 계약은 다소 늦어진 감이 있다. 2022년 총괄 기본계약에 포함된 다른 무기체계들이 1차 이행계약에 이어 2차 이행계약을 2023년(K9 자주포)과 2024년(천무) 체결하면서 K2 전차도 비슷한 체결이 예상됐다. 하지만 K2 전차 폴란드형(K2PL) 개발과 현지 생산 등이 계약 내용에 포함되면서 사업 범위가 넓어지고, 계약 규모가 커짐에 따라 협상 기간도 길어졌다. 수출 이후 유지·보수·정비(MRO) 관련 사항도 추가된 것으로 알려졌다.
 
 

요구 성능에 맞게 현지에서 개발·인도 병행

기본계약은 획득 절차상 향후 이뤄질 개별 실행계약 체결 전에 하는 적법 절차다. 사업 예산을 설정하기 위한 총물량과 사업 규모 등을 결정하는 단계다. 이행계약은 인도 물량에 대한 각각의 납기, 상세사양, 교육훈련, 유지보수 조건 등 세부 사항이 명기된다.

2차 이행계약 금액이 1차 때의 약 4조5000억 원보다 두 배 가까이 늘어난 8조 원대가 된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특히 2차 이행계약에서는 국내에서 생산한 K2 전차 완제품을 수출하는 1차 이행계약과 달리 한국 내 생산 물량 인도와 폴란드군의 요구 성능에 맞게 현지에서 개발·인도를 병행한다.

다시 말해 K2 전차 수출 물량 일부는 현대로템이 직접 만들어 공급하고, 나머지는 폴란드 PGZ가 현지에서 생산한다. 폴란드 현지 언론 보도 등에 따르면 계약물량은 1차 때와 비슷한 수준으로 정확한 분배 규모는 공개되지 않았지만 현대로템이 그중 60% 정도를 국내에서 만들 것으로 전해졌다.

이 경우 현대로템은 K2GF(갭필러)를, PGZ는 K2PL을 생산할 것으로 보인다. K2PL은 K2 전차의 폴란드형이고, K2GF는 신속한 납품을 위해 우리 군이 사용하는 K2 전차에 폴란드가 요구한 최소한의 설계 변경을 적용한 모델이다.
 

2023년 3월 폴란드 그디니아항에 도착한 K2 전차.  현대로템 제공
2023년 3월 폴란드 그디니아항에 도착한 K2 전차.  현대로템 제공

  

나머지 물량 후속 계약 이행 가능성 높여

K2 전차의 2차 이행계약은 국내외 어려운 여건에서도 민·관·군이 원팀으로 일궈낸 쾌거다. 방산업체는 물론 국방부, 방위사업청, 외교부, 기획재정부, 산업통상자원부, 육군 등 관계부처·기관이 모든 역량을 총결집한 성과다. 우리 정부는 양국에서 새 정부가 출범한 중에도 한결같이 적극적인 기술 이전과 군사협력을 약속하고, 방산수출금융 등 다양한 정책지원으로 폴란드의 신뢰를 확보했다.

이재명 대통령도 지난 3일 페이스북을 통해 “대한민국의 기술과 자부심이 담긴 흑표가 폴란드의 푸른 대지를 위풍당당 누비게 될 것이라는 생각에 참 자랑스럽다”며 쾌거를 축하했다. 이어 “지정학적 위기를 기회로 삼아 다져진 대한민국 방위산업 생산력, 높은 품질과 가격 경쟁력을 세계가 주목하고 있다”며 “역대급 규모의 폴란드 수출을 통해 다시 한번 입증된 사실”이라고 강조했다.

방위사업청은 2차 이행계약으로 상당 물량이 폴란드 내에서 조립·생산됨에 따라 현지 생산시설이 구축되고, 총괄계약에 포함된 1000대의 K2 전차 나머지 물량의 후속 계약 이행 가능성을 높였다는 점에도 의미가 크다고 설명했다. K방산의 우수한 성능과 생산경쟁력을 토대로 상대국이 희망하는 맞춤형 개량과 현지 생산이 결합한 수출계약으로 개별국가는 물론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차원에서도 새로운 방산 수출 모멘텀이 될 것이라고 부연했다.


K2 전차는?

국방과학연구소(ADD)가 독자 기술로 ‘대한민국 전차’를 만들겠다는 의지를 바탕으로 탄생했다. 2003년 체계 개발에 착수했고, 2008년 운용시험을 마쳤다. 2014년부터 양산과 전력화를 시작하며 작전배치됐다.

K2 전차는 56톤의 중량으로 450여㎞를 이동한다. 120㎜ 55구경장 활강포를 주포로 하며, 최대 유효사거리는 3㎞ 이상이다. 12.7㎜와 7.62㎜ 기관총을 부무장으로 장착한다. 표적 자동 획득·추적 기능을 갖춘 최신 사격통제장치로 정확한 타격 능력을 자랑한다. 대전차미사일과 로켓 위협에 대한 능동방호시스템(유도교란장치)도 겸비했다. 특히 △1500마력 디젤엔진을 원천으로 야지를 시속 50㎞ 이상 속도로 내달리는 주행 능력 △4.1m의 하천을 잠수 상태로 건너는 도하 능력 △주행 중 안전성을 보장하고 차체를 전후좌우 상하로 제어하는 현수장치 △기동 간에도 탄을 빠르고 정확하게 장전하는 자동장전장치 △C4I와 연계된 전술정보처리장치 등을 구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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