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물 전쟁
리튬·구리·니켈 등 5대 광물 부상
美·中 중심 글로벌 패권 경쟁 다뤄
中 50년간 희토류 등 자원 확보할 동안
美 환경 기준·규제 막혀 광물 자립 위기
우리도 에너지 안보 직결 해결책 고심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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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튬·니켈·구리·코발트·희토류 다섯 광물은 오늘날 첨단 산업의 핵심이자 군사와 에너지 주권을 좌우하는 전략자원이다. 이 자원 없이는 전기차도, 풍력발전도, 최신형 전투기도 만들 수 없다. 특히 희토류는 테슬라의 구동시스템부터 F-35의 핵심 부품에 이르기까지 ‘보이지 않는 뼈대’로 기능한다. 중국은 세계 희토류 채굴의 약 70%, 가공의 90%를 차지하고 있다. 리튬 가공의 59%, 코발트 가공의 73%도 장악하고 있다. 세계 리튬이온배터리 공장 200곳 중 148곳, 즉 78%를 점유한 곳도 중국이다. 반면 미국은 주요 50개 광물 중 41개를 50~100% 수입에 의존한다.
미국처럼 땅덩어리가 크고 광물이 차고 넘치는 나라에서 어쩌다 ‘광물 자립’이 위기에 빠졌다는 소리가 나오는 걸까. 최근 국내에 번역 출간된 『광물 전쟁』은 이런 미국의 딜레마와 배터리에 쓰이는 5대 핵심 광물을 둘러싼 글로벌 쟁탈전을 다루고 있다.
광물자원 확보를 위한 중국의 노력은 오래전에 시작됐다. 중국의 전 지도자 덩샤오핑은 1987년 “중동에는 석유가 있고, 중국엔 희토류가 있다”고 언급했다. 그의 후계자 장쩌민은 1999년 “중국이 희토류 개발과 활용을 발전시키고, 이 자원에서 얻은 이점을 경제적 우위로 바꿔야 한다”고 주장했다. 중국은 무려 50년간 광물의 무기화를 준비해 왔다.
미국은 어떤가? 기후변화를 저지하기 위해 친환경 에너지 전환의 필요성을 주장하면서도 환경오염 때문에 그 어떤 것도 채굴하지 못하고 있다. 아이러니하게도 미국엔 막대한 천연자원이 ‘잠들어’ 있다. 네바다주의 리오라이트 리지 광산은 추정량 1조4600만 톤의 리튬을 품고 있으며, 애리조나주의 레졸루션 광산은 미국에서 소비되는 구리의 25%를 공급할 수 있다. 미네소타주의 트윈메탈스 니켈·구리 광산, 캘리포니아주의 마운틴패스 희토류 광산 등 미국은 사실상 전 세계에서 거의 모든 핵심 광물을 ‘보유’하고 있는 몇 안 되는 나라다. 그런데도 지난 몇십 년간 새로 운영을 시작한 광산은 단 ‘한 곳’도 없다. 많은 자원이 있지만 개발하지 못하고 있다.
답은 간단하다. 중국은 국가적 어젠다를 ‘그냥’ 실시할 수 있지만, 미국은 사정이 다르다. 규제기관의 엄격한 환경기준을 통과하지 못하면, 그 어떤 광물도 채굴할 수 없다. 내무부는 40가지 이상의 환경조사를 요구하고, 토지관리국의 환경보고서 검토 과정뿐만 아니라 시민 의견수렴 절차까지 거쳐야 한다. 여기에 시간이 얼마나 들어갈지는 예측 불가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2기 취임 전부터 “우리는 그린란드를 차지할 것이다. 100%”라며 캐나다를 미국의 51번째 주로 합병하고, 덴마크령인 그린란드를 매입하겠다는 발언을 거듭 밝힌 것도 이러한 이유에서다. 미국 연방정부에서 광업 허가를 받으려면 10년 혹은 그 이상 걸리지만 캐나다에선 보통 몇 년밖에 걸리지 않는다. 그러하기에 『광물 전쟁』은 단순한 산업분석서가 아니다.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지구의 자원 분쟁지도를 보여 준다. 미국과 중국을 중심으로 한 ‘핵심 광물 패권 경쟁’을 다루되 광산 개발의 현장성과 생생한 인터뷰, 역사적 맥락, 정책 분석, 글로벌기업 전략 등 다양한 층위의 이야기를 복합적으로 엮어 낸다. 광물자원 개발에 매진하는 여러 국가의 각축전 양상도 흥미롭다. 이제 ‘전쟁’은 총이 아닌 채굴허가증과 공급망 지배력으로 벌어진다.
우리도 마찬가지다. 강원도의 상동 텅스텐 광산이 캐나다 회사에 인수된 사실은 한국도 이 지정학적 전쟁에서 자유롭지 않음을 드러낸다. 앞으로의 한국 정책은 기술 주도권과 공급망 재편에 적극 나서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 특히 리사이클링과 재생자원 정책이 에너지 안보와 직결된다는 점을 되새기게 한다.
세계 최대 배터리 생산국으로서 전쟁에 휘말릴 수밖에 없는 우리에겐 어떤 선택지가 있을까? 『광물 전쟁』이 쏘아 올린 거대한 시대적 질문에 답을 찾을 차례다. 자원의 지배를 둘러싼 전 세계 흐름을 알고 싶다면 이 책을 반드시 읽어야 한다. 이주형 기자/사진=한국광해광업공단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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