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창 시절 우리를 울고 웃게 만든 것이 있었다. 바로 ‘성적표’다. 성적표는 점수가 몇 점인지 확인하는 도구였지만, 다른 한편으론 자신의 존재를 드러내는 이정표이기도 했다. 좋은 점수를 받았을 때는 칭찬이나 보상으로 돌아오고, 나쁜 점수를 받았을 때는 혼이 나기도 했기 때문이다. 인생의 행복은 성적순이 아니겠지만, 어렸을 때는 성적이 좋은 사람을 보며 많이 부러워했던 기억이 난다.
나이가 들어 어른이 되고 나니 다른 이름의 성적표를 받고 살지 않나 생각이 든다. ‘사회생활’이라는 성적표 말이다. 어떤 회사나 조직에 들어가 거기서 얼마나 잘 적응하고, 잘 지내는지 여러 과목이 우리의 성적표를 만들어 간다. 대인관계·친절함·봉사정신·근면함·업무 수행력 등 누가 채점해 점수를 매기는 건 아니지만, 그 모든 부분의 점수가 합쳐져 ‘나’라는 사람을 드러내는 것이다. “나는 어떤 사람인가?” “남들은 나를 어떤 사람으로 보고 있을까?” 주변의 인식이 모두 정답은 아니지만, 많은 부분 그 사람을 설명하는 지표가 된다.
예전과 다른 부분이 하나 있다면 사회생활이란 성적표는 생각보다 공평하지 않을 때가 많다는 것이다. 주변 사람들의 오해나 편견, 선입견으로 인해 마땅히 받아야 할 점수를 못 받는 경우도 생긴다. 또는 주변 사람들의 시기와 질투로 망가지는 경우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학창 시절엔 성적표가 안 좋아도 다음에 잘하면 됐지만, 사회생활은 한 번이라도 안 좋게 낙인찍히는 순간 재기하기 어려워진다. 그렇다. 모두가 이 어려운 사회생활이라는 외줄을 타며 하루하루 버티며 살아가고 있다.
그럼에도 종교인으로서 모두가 ‘인생의 성적표’를 믿길 희망한다. 비록 그 평가가 세상에선 제대로 이뤄지지 않을지라도 언젠가는 제대로 된 보상을 받길 바라서다.
그래야만 하루하루 남들이 보지 않아도 성실하고 양심적이었던 우리의 작은 행동이 의미가 있지 않을까. 사람이 사람답게 살아갈 때 그것이 아름답고 옳은 길이었음을 훗날 우리가 쌓아 온 성적표로 드러나게 될 터. 군 생활을 하는 우리는 특히 ‘인생의 성적표’를 잊지 않았으면 좋겠다. 군 생활을 돌이켜 보면 부대 안에서 적잖은 사건·사고가 있었다. 그것들을 나열할 순 없겠지만 잊지 말아야겠다고 다짐했던 교훈은 무심코 던진 돌에 누군가는 머리를 맞아 피를 흘릴 수 있고, 눈감으면 해결되는 게 아니라 상황은 변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이는 한 개인이 어찌할 수 없는 부분이지만, 한 사람이라도 마음먹지 않는다면 변화는 시작되지 않을 것이다.
‘나비효과(Butterfly effect)’라는 말이 있다. ‘작은 변화나 사소한 사건이 시간이 지나면서 예상치 못한 엄청난 결과로 이어지는 현상’을 뜻한다. 오늘 우리가 행했던 좋은 말과 행동이 선순환돼 훗날 군대마저 바꿀지, 오늘 우리가 무심코 행했던 나쁜 말과 행동이 악순환돼 군대를 더 안 좋게 만들지는 모두 우리에게 달렸음을 잊지 않았으면 한다. 그 좋은 변화를 가져오는 건 ‘인생의 성적표’를 믿는 사람에게서 오리라고 생각한다. 오늘도 자신의 성적표에 ‘플러스(+) 1점’을 더하는 이가 많아질 때 세상은 어제보다 오늘, 오늘보다 내일 더 좋아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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