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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술이 전쟁을 바꾼다

입력 2025. 06. 30   16:09
업데이트 2025. 06. 30   16: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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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건 중령 공군사관학교 전자통신공학과 교수
이영건 중령 공군사관학교 전자통신공학과 교수



이재명 대통령은 취임 직후 첨단 기술산업에 대규모 투자와 전폭적인 지원을 선언하면서 미래 산업강국으로 도약하겠다는 청사진을 제시했다.

이러한 AI 중심 정책기조는 세계 국방 분야에도 빠르게 확산되고, 주요 국가들은 이미 시험운용 및 실전배치에 나서고 있다. 미국은 ‘로열 윙맨(Loyal Wingman)’ 프로그램을 통해 유인 전투기와 자율 무인기의 복합운용체계를 개발 중이다. 이스라엘의 ‘하롭(Harop)’ 자폭드론, 러시아의 ‘우란(Uran)-9’ 무인 전투차량, 중국의 ‘블로피시(Blowfish) A2’ 자율 무인 헬리콥터 등도 대표적인 AI 기반 무기체계다.

이러한 기술을 전력화하기 위해선 다양한 도전과제가 존재한다. 전통적인 무기체계는 요구사항 정의와 성능 기준이 명확하게 설정된 상태에서 개발·평가·전력화 절차가 진행되나 AI 기반 무기체계는 기존 방식으로 성능을 입증하는 데 어려움이 있다. AI 기술은 학습 데이터의 질과 양에 크게 의존하며, 군사 작전환경과 같은 보안성 높은 영역에선 실제 데이터를 충분히 확보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민간과 달리 군은 보안·기밀·작전환경의 특수성으로 데이터 접근 자체가 제한돼 AI 무기체계의 신뢰성과 안정성을 확보하는 데 더 많은 시간이 요구되기도 한다.

이런 한계를 극복하고자 미국은 최근 AI 기술 도입 속도를 높이는 방향으로 제도 변화를 시도하고 있다. 미 국방부는 주요 무기체계의 운용시험과 평가를 담당하는 독립기관인 DOT&E(Director, Operational Test and Evaluation) 조직을 절반 이상 축소하며 무기체계 검증절차 간소화와 기술 도입 가속화를 동시에 추진 중이다. 이는 속도를 중시하는 국방획득체계로의 전환을 상징하는 조치이지만, 무기체계의 안전성과 검증 공백 우려도 낳고 있다. AI의 경우 오류나 환각현상이 실전에서 치명적 결과를 초래할 수 있어서다.

이러한 배경에서 최근 주목받는 개념이 ‘진화적 개발(evolutionary development)’ 및 ‘반복적 획득(Iterative Acquisition)’ 방식이다. 이는 장기간 고정된 계획에 따라 움직이는 기존 획득체계의 한계를 극복하고, 기술 변화에 유연하게 대응하기 위한 새로운 접근법이다. 무기체계 개발과 시험평가 과정에 이 방식을 적용하면 AI 기반 무기체계를 보다 빠르게 도입하면서 안정성과 신뢰성을 확보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초기 개발단계에선 업체가 확보한 데이터를 활용해 AI를 학습·검증하고, 이후 군의 시험평가 기간 실제 작전환경에서 수집한 데이터를 추가로 학습에 반영한다. 완성형 무기체계를 일괄적으로 전력화하는 방식이 아니라 실전 데이터를 바탕으로 성능을 지속 개선해 나가는 ‘블록’ 혹은 ‘배치’ 기반의 단계적 전력화 모델이라고 할 수 있다. 이 방식은 군이 민간 기술을 빠르게 도입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실제 작전환경에 최적화된 무기체계를 실질적으로 확보할 수 있다는 강점을 지닌다.

AI, 자율시스템, 빅데이터 등 첨단 기술이 실전 전장환경으로 빠르게 확산하는 지금 대한민국 국방 역시 변화에 유연하게 적응해야 생존과 우위를 확보할 수 있다. 기존의 정형화된 평가체계에서 벗어나 ‘진화적 평가’와 같은 유연한 접근을 체계적으로 도입해야 할 시점이다. 이에 대한민국은 민간과 군의 경계를 넘어 빠르게 발전하는 AI 기술을 실질적인 국방력 강화로 전환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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