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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문이 불여일견’이라는 말이 있다. 최근 이를 직접 체험하는 기회가 생겼다. 부대에서 진행했던 집중정신전력교육 안보견학 때 난생처음 경기 평택시에 위치한 서해수호관을 찾으면서다. 그동안 육군으로서 해군의 이해도와 지식이 부족하기도 했고, 말로만 듣던 ‘서해수호의 날’의 의미·배경을 제대로 공부할 기회라는 생각에 방문을 앞두고 설렘이 가득했다.
그러나 들뜬 기분도 잠시뿐. 수병의 안내로 처음 본 실제 천안함은 실로 충격적이었다. 정신전력교육 시간 때 천안함 피격사건을 수도 없이 들었지만 눈으로 직접 마주한 천안함의 잔해는 상상 그 이상이었다. 피해 흔적은 당시 엄청난 어뢰 공격의 파급력을 짐작하게 했다. 잘려진 수많은 전선과 휘어진 배의 절단면은 폭침이 있었던 그날의 충격을 고스란히 보여 줬다. 천안함의 단면을 바라보면서 어뢰 공격의 주체인 북한군은 우리 눈앞에 있는 적이라는 사실을 다시 한번 절실하게 느꼈다.
우리는 천안함 위로 내리는 보슬비를 맞으며 순직하신 선배 전우들을 위해 묵념을 올렸다. 조용히 눈을 감고 군복을 입고 있는 이유를 되새겼다.
미국에서 태어나 자랐던 나로선 처음 느껴 보는 감정이었다. 공부에 매진했던 미국에서나 군 복무를 위해 돌아온 한국에서나 국방의 의무가 지니는 무게감을 깊이 생각하지 못했던 지난날을 반성했다. 입대는 그저 의무이니까 하는 거라고 생각했던 마음가짐이 부끄럽기도 했다.
과거에 나라를 수호하기 위해 사투를 벌였던 흔적을 두 눈으로 마주하면서 지금 군복을 입고 있는 이유를 되새겨 봤다. 여태껏 마음 편히 살아왔던 것은 나라를 위해 몸 바친 많은 호국영웅이 있었기 때문이다. 이제는 그 역할을 이어받아 나라를 지킬 때라는 마음이 들었다.
연평해전 참전용사들의 유품을 접하고 유족들의 편지를 읽어 보면서 울컥하기도 했다. 국가를 위해 희생한 용사들을 향한 감사함과 함께 남겨진 이들의 마음을 보듬어 봤다. ‘나라면 어땠을까?’ 하는 상상의 질문이 꼬리를 물었다. 대한민국을 지키고자 어떤 자세를 가져야 하는지, 용기 있는 군인인지 자문했다.
비록 바다에서 싸우는 해군은 아니지만, 지상을 지키는 여단의 통신병으로서 선배 전우들의 희생을 기억하기 위한 이 발걸음이 앞으로 잊지 못할 순간으로 남을 것임을 직감했다. 안보견학을 마친 지금도 선배 전우들의 얼굴이 쉬이 잊히지 않는다. 대한민국이 존재할 수 있게 지켜 낸 이들에게 무한한 감사를 표하며, 이젠 그 은혜를 갚을 때라고 생각한다. 한 분 한 분의 용기를 본받아 강한 국방력에 일조하기 위해 노력할 것을 오늘도 다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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