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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 위에서 가족에게 전하는 감사의 편지

입력 2025. 06. 27   17:26
업데이트 2025. 06. 29   13: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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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성환 상사 해군기동함대사령부 세종대왕함
문성환 상사 해군기동함대사령부 세종대왕함



여느 때와 같이 부여된 임무를 완수하고자 우리 세종대왕함은 파도를 가르며 푸른 바다를 항해하고 있다. 요즘 들어 잠잠해진 바다를 보니 뜨거운 태양이 작열하는 여름과 태풍이 머지않았음을 느낀다.

해군 이지스구축함 세종대왕함에서 유도탄·함포 등을 운용하는 무장부사관으로 근무 중이다. 한 달에 절반 이상을 바다에서 임무에 임하다 보면 자연스레 가족의 소식은 멀어지기 마련이다. 게다가 변덕스럽고 예측할 수 없는 바다에서 각종 임무·훈련을 수행하다 보면 지칠 법도 하지만, 흔들리지 않고 묵묵히 해낼 수 있는 건 가족이라는 든든한 버팀목이 있기 때문이다.

2002년 임관한 뒤 풍족하지 않던 시절에 만난 아내와 가정을 꾸렸다. 그런 아내에게 항상 미안하고 고맙다는 말밖에 할 수 없다. 바다로 떠나 집을 비운 사이 우리 가족의 일상을 흔들림 없이 지켜 와서다.

아내가 말없이 감당해 온 시간이 얼마나 켜켜이 쌓여 있을지 잘 안다. 하지만 매번 잘 다녀오라며 웃어 주는 아내의 목소리에 종종 눈시울이 붉어진다. 오늘도 바다로 떠나는 내게 그 말 한마디는 큰 위로가 된다.

어엿한 성인이 된 두 아들이 해군에서 함께 근무하고 있다는 점도 묵묵히 군 생활을 해 나갈 수 있는 원동력이다. 진해기지사령부 상황실에 있는 첫째는 입대 전 그다지 살갑지 않았지만, 이제는 세종대왕함이 진해 군항으로 들어오고 나갈 때면 누구보다 안전항해를 빌어 주는 든든한 전우가 됐다. 나의 군 복무가 자랑스럽고 감사하다는 첫째의 말은 이루 말할 수 없는 뭉클함을 안겨 준다.

최근 둘째도 해군에 입대했다. 진해기지사령부 항만방어전대에 배치되면서 우리 가족이 얼굴을 맞대는 시간은 더 줄었지만, 해군이라는 울타리 안에서 각자 역할을 하고 있다는 게 너무나 감사하고 행복하다.

대부분의 군인이 훈련·임무에 임하다 보면 가족과 잠시 떨어져 지내게 된다. 그래서 늘 가족에게 미안한 마음을 갖기 마련이다. 물리적으로 떨어져 있다고 마음까지 멀어진다는 건 아니다. 오히려 떨어져 있을수록 가족을 향한 그리움과 사랑은 더욱 깊어진다. 가족이란 언제든 돌아갈 수 있는 편안한 항구이자 꺼지지 않는 등대와 같다. 그들이 있기에 오늘도 두려움 없이 파도를 헤쳐 나갈 수 있다.

든든한 가족에게 평소 하지 못했던 말을 꺼내 본다. “사랑하고 감사합니다!” 전국의 모든 군인과 그 가족에게도 존경을 표한다. 국군 장병들의 헌신과 군 가족의 지지는 우리의 안보를 견고히 지탱하는 핵심 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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