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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국보훈의 달에 되새긴 희생의 의미

입력 2025. 06. 27   17:25
업데이트 2025. 06. 29   13: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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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드 안자르 울하산 국방대학교 안보대학원 파키스탄 육군준장
사이드 안자르 울하산 국방대학교 안보대학원 파키스탄 육군준장


대한민국에서는 매년 6월을 ‘호국보훈의 달’로 기념한다. 6·25전쟁 발발일을 중심으로 조국을 위해 희생한 순국선열과 호국영령을 추모하고, 국민 전체가 안보와 평화의 소중함을 되새기는 의미 있는 시기다.

이러한 배경에서 6월 12일 대한민국 호국보훈의 달을 기념하며 국방대에 재학 중인 외국군 수탁생들과 가족이 국립대전현충원을 방문했다. 이곳은 단순한 묘지를 넘어 국가를 위해 헌신한 이들의 삶과 정신을 기억하고 전하는 상징적 공간이다. 입구에 우뚝 선 대형 현충탑과 깃발은 장엄한 분위기를 자아냈다. 그 순간부터 경건한 마음가짐이 자연스럽게 깃들었다.

조용하고 엄숙한 묘역을 걸으면서 자유와 평화를 누리기 위해 희생한 이들의 고귀한 삶을 떠올렸다. 묘지는 군 계급, 전사시기, 역사적 의미에 따라 질서정연하게 나뉘어 있었다. 각 묘비엔 이름과 생몰 연도, 간결한 묘비명이 새겨져 있었다.

하얀 석재의 통일된 형식은 절제와 단결, 공동체 정신을 상징했고 뒤편으로 펼쳐진 소나무숲과 맑은 하늘은 고요한 숭고함을 더했다.

‘현충탑’은 현충원의 중심으로, 그 구조는 희생자들의 불굴의 헌신을 상징한다. 기단부를 둘러싼 꽃장식과 향로 앞에서 방문객은 고개를 숙인 채 묵념하며 침묵 속에서 감사와 경외의 마음을 전한다. 바람에 흩날리는 깃발의 아우성과 새들의 울음소리는 인간의 언어보다 더 깊이 심금을 울렸다.

‘보훈 미래관’은 한국 현대사 속에서 국가와 국민을 위해 희생한 이들의 이야기를 생생히 전하는 교육공간이다. 전시관은 전사자들의 사진, 유품, 군복 등을 비롯한 역사 전시물과 디지털 영상자료, 홀로그램으로 구현된 영웅 패널까지 다양한 방식으로 구성돼 있어 한국인의 국가정신과 안보의식을 체감할 수 있었다. 이는 단순한 박물관이 아닌 살아 있는 기억의 공간이라고 여겨졌다.

기념관 옆 ‘호국장비 전시장’에는 퇴역한 전차, 자주포, 함정, 항공기 등 대한민국 국군이 사용했던 실제 장비들이 전시돼 있었다. 이는 대한민국 국방의 발전사와 실전적 대비태세를 보여 주는 실물 교육자료이자 안보를 피부로 느끼게 해 주는 살아 있는 역사였다.

군인에게 6월은 단지 달력 속 한 달이 아니다. ‘호국보훈’이란 말에는 조국을 위해 생을 바친 이들을 향한 기억과 남은 자의 책임이 함께 담겨 있다. 한 국가의 장군으로서 진정한 안보는 강한 군사력뿐만 아니라 국가 구성원 모두가 ‘기억’이라는 정신적 기반 위에 함께 서 있을 때 비로소 완성된다고 믿는다. 그런 점에서 현충원은 대한민국이 지닌 깊이 있는 안보문화의 상징이라고 할 수 있다.

파키스탄 역시 ‘순국선열’을 향한 존경심이 깊다. 우리의 문화에서는 이들의 희생을 종교적·민족적·국가적 가치로 기억하며, 이는 곧 이슬람적 가치와 국가적 자긍심의 상징이기도 하다. 한국의 현충문화를 직접 마주한 이번 방문은, 두 나라가 지닌 정신적 공통점을 더욱 선명하게 확인시켜 줬다. 우리는 언어나 제도가 달라도 ‘희생에 대한 경의’라는 동일한 가치를 공유하고 있었다.

현충원은 조용하지만 힘이 있는 공간이다. 과거의 기억이 현재를 지탱하고, 미래로 이어지는 신념의 장소였다. 이 숭고한 현장에서 다시금 군인의 사명과 국가를 위한 책임을 되새겼으며, 양국 간 이해와 우정을 더욱 굳건히 하는 소중한 기회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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