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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급제대 병사-저비용 소모성 드론 협력해 전투 수행

입력 2025. 06. 27   16:48
업데이트 2025. 06. 29   13: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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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플리케이터로 가능해질 ‘인간·기계 전투협업’

미, 중국과 경쟁 우위 위해 AI 적극 활용
자율무기체계 중심 국방혁신 방향 설정
분산형·네트워크형 군대 ‘승리의 핵심’
다량의 무인기 조종용 SW 획득 주력

단순한 기술 확보·장비 도입 접근 안 돼
우리 전략적·작전적 필요 먼저 살펴야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은 첨단 기술의 군사적 효용성을 보여 줬다. 이를 계기로 미국의 국방혁신 전략도 더욱 빠르게 현실화하고 있다. 2022년 우크라이나 동부 돈바스 최전선에서 우크라이나 군인들이 자주포를 쏘는 모습. 연합뉴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은 첨단 기술의 군사적 효용성을 보여 줬다. 이를 계기로 미국의 국방혁신 전략도 더욱 빠르게 현실화하고 있다. 2022년 우크라이나 동부 돈바스 최전선에서 우크라이나 군인들이 자주포를 쏘는 모습. 연합뉴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서는 작고 값싼 무인기가 고가의 탱크나 군함을 파괴하며 드론과 같은 첨단 기술의 군사적 효용을 분명히 보여 줬다. 2010년대 중반 제3차 상쇄전략과 같이 중국과의 경쟁 속에서 추진됐던 미국의 국방혁신 전략도 우크라이나 전쟁을 계기로 더욱 빠르게 현실화하고 있다.

2023년 8월 캐슬린 힉스 미 국방부 부장관은 ‘혁신의 시급성(Urgency to innovate)’이라는 제목의 연설에서 2년 내 수천 대의 소모성 자율무기체계를 도입하는 리플리케이터(Replicator) 사업을 공식 발표했다. 이는 필요시 이 자율무기체계를 복제(replicate)해 지속적으로 전장에 투입하려는 구상이다.



미국의 국방혁신과 인간·기계 전투협업

미국은 2014년부터 중국보다 군사적 우위를 유지하는 길을 고민해 왔다. 과거 1970년대 미국은 제2차 상쇄전략으로 정밀유도무기와 전투 네트워크를 갖춘 결과 1990년 걸프전에서 압도적인 군사력을 증명했다. 하지만 2000년대 미국이 반테러전에 집중하는 동안 중국·러시아가 그러한 정밀타격과 작전체계 능력을 따라잡았다. 중국의 반접근지역거부(A2AD) 능력이 대표적 사례다.

이에 따라 미국은 2010년대 중반부터 중국·러시아와 격차를 다시 벌리기 위해 제3차 상쇄전략을 추진했으며, 2014년 말 이를 포함한 국방혁신구상(DII·Defense Innovation Initiative)을 출범시켰다. 상쇄전략은 첨단 기술을 활용해 경쟁국보다 군사적 우위를 확보하려는 것으로, 핵심은 미국 군사력의 인공지능(AI) 기반 자율성을 높이는 것이었다. 이는 중국이 구사할 것으로 예상되는 전략이 체계파괴전 혹은 체제대항전이었기 때문이다.

체계파괴전이란 기존의 전투 네트워크에 정보 경쟁망을 추가해 미국의 전투 네트워크를 물리적 공격만이 아니라 비물리적 공격으로 마비시킴으로써 미국의 작전 효율을 저하시키고 자신의 정보 우세를 확보하려는 전략이다. 이에 미국은 전투 네트워크 곳곳에 자율기술을 도입해 작전 속도를 더욱 높이고, 네트워크를 한 차원 더 진화시키면 체계파괴전에 대응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이때 자율무기를 효과적으로 이용할 수 있게 해 주는 기술이 바로 AI다. 미국은 AI가 제3차 상쇄전략의 핵심 기술이라고 파악했다.

기술의 한계로 인해 단·중기적으로는 포괄적인 의사결정을 AI에 전적으로 맡기기 어려운 만큼 단일 임무 중심으로 한 AI 활용이 모색됐다. 특히 인간의 의사결정이나 정보 처리를 AI가 돕는 것을 인간·기계 협업으로 부르고, 인간의 전투나 작전 활동을 자율체계가 돕는 후자를 인간·기계 전투협업으로 명명해 둘을 구별했다. 이러한 AI 활용이 축적되고 광범위하게 늘어나면 전투 네트워크 자체가 완전히 다른 차원으로 발전해 장기적으로는 알고리즘 전쟁이 가능할 것으로도 전망된다.


지난 1월 우크라이나 키이우에 드론 공격으로 폭발이 일어난 모습. 연합뉴스
지난 1월 우크라이나 키이우에 드론 공격으로 폭발이 일어난 모습. 연합뉴스



리플리케이터 구상과 인간·기계 전투협업

이러한 미국의 DII 맥락에서 우크라이나 전쟁은 미 국방혁신을 한 단계 진전시키는 계기로 작용했다. 우크라이나는 군함, 미사일, 병력이 더 많은 러시아를 상대로 드론과 첨단 기술을 활용해 방어에 성공했다. 이는 자율무기체계 중심의 국방혁신 방향이 타당하다는 인식을 미국 내에 확산시켰다.

이런 배경 속에서 힉스 부장관은 2023년 8월 연설에서 미·중 경쟁이 혁신의 시급성을 부각하고 있다며 미국의 장점인 창의성, 혁신 능력, 미래전 주도 역량을 활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때 발표된 게 바로 국방혁신의 전투 중심 접근법인 리플리케이터 구상이다.

이후 2024년 5월 1차 인도분 드론으로 스위치블레이드600 등이 선정됐고 11월엔 육군용 드론으로 고스트X·C-100, 해병대 드론으로 알티우스600 등이 추가로 정해졌다. 2024년 9월 로이드 오스틴 당시 국방장관은 상대국의 소형 드론 대응체계를 구축한다는 리플리케이터 2차 사업도 발표했다.

리플리케이터 구상의 궁극적 목표는 전투부대에 자율무기체계를 광범위하고 대량으로 보급해 인간·기계 전투협업을 구현하는 데 있다. 이 구상에 따라 배치되는 저비용의 소모성 드론은 하급제대 병사와 협력해 전투를 수행하게 된다는 것이다. 리플리케이터 구상은 육군, 공군만이 아니라 전 영역에서 병사들이 소모성 자율무기체계와 전투협업을 하는 미래전의 가능성을 시험하고 있다.

나아가 이러한 변화는 적응성·복원성이 높은 군사력을 만드는 데도 기여한다. 미국은 중국과의 경쟁을 고려할 때 체계파괴전에 강한 분산형·네트워크형 군대를 승리 이론의 핵심으로 본다. 이때 분산된 부대들을 소모성 자율무기체계로 보강할 수 있다. 이 자율무기 능력은 저비용 센서, 위성, 정찰기 등 네트워크의 지원을 받아 소규모 부대의 통신·화력·정보 등 작전 전반의 역량을 실질적으로 강화해 준다.

동시에 이런 소모성 자율체계를 효과적으로 활용하려면 AI 소프트웨어의 역할이 더욱 중요해진다. 대량의 자율무기체계를 효율적으로 통제하기 위해서다. 따라서 그에 필요한 AI 기반 소프트웨어 개발, 시험, 평가, 배치 논의도 활발히 진행 중이다. 실제로 힉스 부장관도 2024년 11월 많은 무인기를 조종할 수 있게 해 주는 소프트웨어 획득을 추진 중이라고 언급했다. AI 기술의 발전과 함께 인간·기계 전투협업과 AI 기반 군대의 등장은 현실화하고 있다. 리플리케이터 구상도 그러한 흐름의 일부다.


한국형 인간·기계 전투협업과 리플리케이터 

리플리케이터 구상은 무인기와 AI 등 첨단 기술을 미국의 전략적 필요에 따라 미군의 작전 능력을 강화하기 위한 것이다. 미국은 중국과의 경쟁에서 군사적 우위를 지키기 위해 AI를 적극 활용하며, 인간·기계 전투협업을 구현하고자 소모성 자율체계를 도입하려 한다.

우리 또한 신흥 군사기술 활용을 단순한 기술 확보나 장비 도입이 아니라 한국의 전략적·작전적 필요에 바탕을 두고 접근해야 한다. 우리 군은 북한의 핵과 재래식 위협에 대응해야 하는 만큼, 첫째 북한의 예상 도발전략을 무력화할 수 있는 전략 개념을 정립해야 한다. 둘째 작전 및 대응속도를 높이기 위한 자율기술 도입 방향을 설정하고, 셋째 전투부대 강화를 위한 자율체계 유형과 수요를 신중히 검토하며, 넷째 자율체계의 효과적 이용을 위한 AI 기반 소프트웨어 개발도 병행해야 한다.


이중구 한국국방연구원 연구위원
이중구 한국국방연구원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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