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훈련병의 편지

바람을 이겨내는 힘

입력 2025. 06. 25   16:46
업데이트 2025. 06. 25   16: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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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현 이병 공군교육사령부
김태현 이병 공군교육사령부

 


병 868기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고된 훈련을 무사히 마치고 수료하게 된 여러분 모두 축하드립니다. 우리가 훈련받았던 지난 33일은 812시간에 달하는 긴 여정이었습니다. 이 시간 쉬지 않고 걷는다면 약 3200㎞입니다. 무려 서울에서 부산까지 왕복 4번을 이동할 수 있는 거리입니다. 우리는 공군인으로서 벌써 이만큼 걸어온 것입니다. 이곳 기본군사훈련단에 처음 입영하던 때와 오늘을 비교해 보십시오. 달라진 우리의 늠름한 모습을 보십시오. 이 길은 고된 만큼 아름답습니다.

개인적으로 가장 기억에 남는 훈련은 유격훈련이었습니다. 유격체조는 마치 누군가 제 다리와 목을 잡고 땅으로 끌어내리는 느낌이었습니다. 뜨거운 태양 아래 훈육관님들의 말씀을 들으면서 지친 몸으로 훈련받고 있으면, 매 순간 포기하고 싶은 충동이 밀려왔습니다. 하지만 차마 다리를 내릴 수 없었습니다.

옆을 보니 같은 호실 동기가 표정이 일그러진 채 힘들어하고 있었습니다. 나도 저런 표정일까 싶어 문득 남에게 비치는 모습은 어떨까 신경 쓰이기도 했습니다. 중요한 것은 그런 힘든 시간을 우리 병 868기가 함께 이겨 내고 있었다는 사실입니다. 우리는 군인이기에 힘들어도 포기할 수 없습니다.

훈련소 생활은 마치 바람처럼 느껴졌습니다. 바람은 때를 가리지 않고 언제, 어디서든 불어옵니다. 이 바람을 처음 맞는다면 강도와 상관없이 속수무책으로 밀리고 맙니다. 기본군사훈련단에 첫발을 내딛던 그날을 떠올려 보면 그렇습니다. 기본적인 차려 자세도 모르는 새내기 훈련병이었던지라 훈육관님들의 말씀을 들으며 몹시 긴장하곤 했습니다. 시간이 흐르면서 점차 어엿한 공군인으로 적응하고 성장했습니다.

학과 이동이 있을 때면 우리는 군가를 부르며 군인정신을 길렀고, 전투 뜀걸음을 하면서 동기들과 합을 맞췄습니다. 기지방어훈련 때는 우리를 지키는 법을 배웠고, 화생방훈련과 사격훈련에선 자신을 방어하는 법을 익혔습니다. 어느덧 바람을 견딜 수 있게 된 것입니다. 비로소 정예 공군인으로서의 첫발을 내디딜 힘을 얻었습니다.

병 868기 여러분, 군 생활 중 어려움과 맞닥뜨릴 때마다 지난 5주간의 기본군사훈련단 생활을 떠올리십시오. 우리가 성실히 훈련받고 멋지게 수료했다는 사실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자신감이 될 것입니다. 이곳에서 흘린 땀이 헛되지 않도록 모두 각자 자리에서 최선을 다할 수 있도록 응원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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