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군사 현대 군사명저를 찾아서

국력 5배 이상 차이 전쟁서 약자는 어떻게 승리했나

입력 2025. 06. 25   16:23
업데이트 2025. 06. 25   16: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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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 군사명저를 찾아서
이반 아레긴-토프트의 『약자가 전쟁에서 이기는 이유: 비대칭 분쟁 이론』
Arreguin-Toft, I. 2005. How the Weak Win Wars: A Theory of Asymmetric Conflict. Cambridge University Press. 250 pp. 

1800년에서 2002년까지 발생한 
역사적 비대칭 분쟁 202개 분석
강자와 같은 전략 때 약자 승률 23%
다른 전략 선택하면 64%로 급상승
보어전쟁 등 5개 사례 분석으로 확인

 

현대 분쟁에서 가장 경이로운 일은 약자가 전쟁에서 이기는 경우가 점차 늘어나고 있다는 점이다. 전체적으로 볼 때 1880년 이후 비대칭적 분쟁에서 강자가 승리할 확률은 71.5%였다. 그런데 승률의 격차가 점차 줄어들더니 1950년 이후에는 마침내 약자가 51.2%로 앞선다. 5배 이상의 현격한 국력 차이에도 불구하고 약자가 승리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저자 아레긴-토프트는 정량적 분석에서 출발한다. 여기서 비대칭의 기준은 국력 차이가 5 대 1 이상 나는 경우다. 1800년에서 2002년까지의 비대칭 분쟁 202개를 분석했더니 이러한 결과가 나온 것이다. 이는 ‘권력’ 혹은 ‘군사력’으로 전쟁의 승부를 이해해 왔던 우리의 통념과 다른 것이다. 군사력이 약간 차이가 난다면 모르겠지만 5배 이상 차이가 나는 국가 간 전쟁에서 어떻게 약자가 이긴다는 것일까?


왜 약자가 승리하는 걸까?

가장 일반적인 설명은 ‘행위자의 본질’과 연관시키는 것이다. 권위주의 세력이 민주주의 체제보다 더 잘 싸운다는 점에 착안한 것인데, 경험적으로나 논리적으로 타당하지 않다. 제1, 2차 세계대전에서 알 수 있듯이 권위주의 체제보다 민주주의 체제가 오히려 유능하다는 것이 확인됐다. 또 다른 이론은 ‘무기의 확산’이다. AK소총과 RPG로 대변되는 값싸고 사용이 쉬운 무기들이 비정규전에 얼마나 효과적으로 사용되는지 생각하면 된다.

그러나 그만큼 강자들의 무기도 발전했다. 비용은 늘어났지만 전쟁 승패를 결정할 요인은 아니라는 것이다. ‘이익의 비대칭성’도 중요한 요인으로 언급된다. 강자는 약자에 비해 이익이 작기에 온 힘을 다해 전쟁에 임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민주주의 국가는 국민 눈치를 봐야 하고, 다소 무심한 권위주의 정권이라고 해도 국민의 반응을 완전히 무시할 수 없다.

국내적 차원의 정치적 취약성을 갖고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주장을 민주주의 국가에 적용한 것이 전쟁에 대한 ‘사회적 불편함’이다. 민주주의 사회는 승리에 필요한 희생을 회피하는 경향이 있기에 전쟁을 지속할 수 없다는 것이다. 희생을 크게 요구하지 않는 화해 전략도 있고, 아주 빠르게 끝난 전쟁도 있기 때문에 보편적 설득력을 주장하기 어렵다.

 

 

보어전쟁은 영국군에 비정규전의 무서움을 일깨워준 사건이었다. 정규전에 패배한 보어인들이 게릴라전을 전개하자 전세는 보어인에게 유리하게 돌아갔다. 그러나 영국군 또한 같은 전략을 채택함으로써 결국 보어인을 굴복시킬 수 있었다. 그림은 전쟁 초기 보어인이 처음으로 영국군에게 패배를 안겨준 마주바전투(1881)에서 영국군의 진지 모습. 사진=위키미디어 커먼스
보어전쟁은 영국군에 비정규전의 무서움을 일깨워준 사건이었다. 정규전에 패배한 보어인들이 게릴라전을 전개하자 전세는 보어인에게 유리하게 돌아갔다. 그러나 영국군 또한 같은 전략을 채택함으로써 결국 보어인을 굴복시킬 수 있었다. 그림은 전쟁 초기 보어인이 처음으로 영국군에게 패배를 안겨준 마주바전투(1881)에서 영국군의 진지 모습. 사진=위키미디어 커먼스

 


핵심은 전략적 상호작용

저자가 내세운 설명은 ‘전략적 상호작용’이다. 전략을 크게 ‘직접 전략’과 ‘간접 전략’으로 나눈다. 직접 전략은 상대 전력을 정면에서 공격하는 것으로, 적의 물리력을 파괴하는 데 초점을 두고 있다. 간접 전략은 게릴라전이나 테러리즘, 심리전과 같이 상대의 의지를 약화하기 위한 것이다. 여기서 분쟁의 당사자가 어떤 전략을 선택했느냐에 따라 원리상 4개의 조합이 발생한다. 하지만 크게 보면 같은 전략을 선택하는 경우와 다른 전략을 선택하는 경우 등 두 가지로 집약된다.

여기서 재미난 결과가 발견된다. 같은 기간에 발생한 비대칭 사례를 살펴보면 같은 전략을 선택한 분쟁에서 약자가 승리한 경우는 23.2%에 불과하지만, 다른 전략을 선택한 경우에서는 약자의 승률이 63.6%로 뛰어오른다. 거의 3배나 높은 기록이다.

외부 도움이 없는 경우에도 같은 전략을 선택할 경우 약자의 승률은 18.1%에 불과했지만 다른 전략을 선택할 경우 56.3%나 됐다. 요약하면 강자가 직접 전략을 선택하고 약자가 간접 전략을 선택하면 약자가 승리할 가능성이 훨씬 크다는 말이다. 그것도 5배의 국력 차이를 극복하고 말이다.

저자는 이러한 통계적 결과를 5개의 사례 분석을 통해 확인한다. 각 사례를 하나의 전략 조합으로 압축하지 않고, 국면에 따라 전략적 상호작용이 달라지는 데 주목한다. 보어전쟁(1899~1902)의 경우 처음 영국군과 보어인 모두 같은 직접 전략을 선택했을 때 영국군이 우세했다. 보어인들이 게릴라전(간접 전략)을 채택하자 상황은 영국군에게 불리하게 돌아갔다. 영국군 또한 야만적인 게릴라전에 돌입하자 전세는 다시 영국군에 유리하게 바꿨다. 다른 전략을 선택했을 때만 약자(보어인)에게 유리하다는 것을 잘 보여준다. 이탈리아·에티오피아 전쟁(1935~1940), 미국의 베트남 전쟁(1965~1973), 그리고 옛소련의 아프가니스탄 전쟁(1979~1989)도 비슷한 경향을 보였다.

물론 예외적인 사례도 있다. 아프가니스탄에서 패색이 짙었던 소련군이 자신들도 게릴라전을 선택했지만 무자헤딘의 저항을 넘어서지 못했다. 에티오피아 전쟁에서 양쪽이 정규전을 펼쳤던 초기 국면에서 강자였던 이탈리아는 에티오피아 군대를 압도하지 못했다. 군사력이나 리더십에 문제가 있었기 때문에 같은 전략을 사용했음에도 약자를 굴복시키지 못한 사례다.


정책적 조언 

이 책이 목표로 했던 것은 비대칭 분쟁에서 “왜 약자가 승리하는가?”, 그리고 “이러한 경향이 왜 강화되는가?”였다. 모든 사례를 완벽하게 설명하는 것은 아니지만, 비대칭 분쟁에 대한 설명으로 만족할 만한 이론을 제공하고 있다는 점에서 전략이나 정책 설정을 위한 지침으로 모자람이 없다.

그렇다고 한계가 없는 건 아니다. 러시아·일본 전쟁(1905)에서 알 수 있듯이, 국력의 영역별 차이를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 지상력에서는 러시아가 압도적 우위였지만 해상력에서는 큰 차이가 나지 않았다. 반제국주의 민족주의 열정 또한 약자의 간접 전략 수행에 큰 역할을 한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고 저자는 강조한다.

정책적 조언도 잊지 않는다. 미국이 개입하려 한다면 장기간 분쟁에 휘말릴 준비를 해야 한다. 반분란전을 수행할 수 있는 전력(특히 휴민트)을 양성해야 하고, 전쟁 이후 상황에 대한 이해와 준비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미국이 분쟁 지역에 평화를 원한다면 위선적인 이중잣대를 없애고, 부패하고 억압적인 정권을 지지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한다. 미국이 베트남에서 실패했던 이유이며, 40년이 지난 아프가니스탄에서 패배했던 이유도 여기에 있다. 저자의 체계적인 논리 전개, 경험적 근거, 그리고 정책적 통찰이 빛난다. 학위 과정에 있는 이들이라면 줄을 그어가며 정독해야 할 책이다.


필자 최영진은 국방전문가로 전쟁사, 전략론, 정신전력, 병력구조 등에 많은 관심을 갖고 있다. 현재 중앙대 정치국제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필자 최영진은 국방전문가로 전쟁사, 전략론, 정신전력, 병력구조 등에 많은 관심을 갖고 있다. 현재 중앙대 정치국제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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