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방 공군

[항공작전 히든 히어로즈] 1인치의 오차도 없는…성공이 펼쳐진다

입력 2025. 06. 23   17:04
업데이트 2025. 06. 23   17:41
0 댓글

항공작전 히든 히어로즈 ③ 공군군수사령부 60수송전대 공정화물의장대 

전군 유일 항공화물 의장기술 보유
낙하산 포장부터 적재·검사·회수까지
화물투하 전 공정 원스톱으로 수행

병력 생존·물자 손실 직결 ‘정확이 생명’
철저하게 매뉴얼 따라 측정하고 판단
낙하산 재활용기술 개발…예산 절감도

재봉기가 쉴 새 없이 돌아간다. 특수재봉기 앞에 앉은 장병들의 손도 분주하게 움직인다. 바닥에는 낡은 낙하산이 펼쳐져 있다. 장병들은 낙하산을 자르고 이어 붙이기를 반복하며 생명을 불어넣는다. 이곳은 공군군수사령부 60수송전대 공정화물의장대의 ‘낙하산 수리·개조실’. 21세기 군부대에서 다소 낯선 풍경이지만, 항공작전의 성공을 뒷받침하는 특별한 작업장이자 숨겨진 전선이다. 글=송시연/사진=김병문 기자

 

공군군수사령부 60수송전대 공정화물의장대는 ‘전군 유일’이라는 수식어가 많은 부대다. 특히 낙하산 개조는 예산 절감에도 톡톡히 기여하고 있다. 화물의장사가 낙하산 포장 전 바람을 불어넣은 낙하산에 손상된 부분은 없는지 확인하고 있다.
공군군수사령부 60수송전대 공정화물의장대는 ‘전군 유일’이라는 수식어가 많은 부대다. 특히 낙하산 개조는 예산 절감에도 톡톡히 기여하고 있다. 화물의장사가 낙하산 포장 전 바람을 불어넣은 낙하산에 손상된 부분은 없는지 확인하고 있다.

 

 

공정화물의장대는 전군에서 유일하게 항공화물 탑재·투하를 위한 의장기술을 보유한 부대다. 공중 투하를 제외한 작전·훈련계획부터 낙하산 포장, 항공화물 의장, 적재, 합동검사, 회수까지 항공기 화물투하에 필요한 전 공정을 원스톱으로 수행하고 있다. 

전쟁이 발발하면 가장 먼저 마비되는 건 지상 보급로다. 도로가 파괴되고, 철도는 끊긴다. 차량이 갈 수 없는 곳, 고립된 병력에 보급을 이어 주는 유일한 길은 하늘뿐이다. 우리나라같이 산악지형이 70% 이상을 차지하는 환경에서는 지상 접근이 물리적으로 불가능한 곳이 많아 전시 공중 화물투하는 작전의 숨통을 틔우는 마지막 수단이다.

정보경(준위) 공정화물의장대 감독관은 “공중 화물투하 때 절대적으로 중요한 것은 정확한 화물 의장”이라며 “식량, 의약품, 탄약, 장비 등 현장에서 즉시 사용해야 할 물자가 잘못된 의장으로 인해 파손될 경우 물자 손실은 물론 병력의 생존력 저하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모든 작업은 철저하게 매뉴얼대로 진행한다. 먼저 투하할 화물의 규격·무게를 측정해 투하 방식과 속도, 사용 낙하산 등을 판단한다.

낙하하는 화물이 차량이나 화기 같은 중장비인지, 식량이나 통신기기 같은 소형 물자인지에 따라 유형이 HE, CDS, BDL로 나뉜다. 각 화물 유형에 맞게 투하 속도를 결정하고, 무게중심을 고려해 화물을 플랫폼 위에 배치한 뒤 충격 흡수를 위한 완충재를 둘러싼다.

정 감독관은 “화물이 착지할 때 받는 충격은 상당하다. 이를 제대로 흡수하지 못하면 내부 장비가 파손되거나 폭발 위험이 있다”며 “화물의 무게·형태에 맞춰 플랫폼과 완충재도 직접 제작하고 있다”고 부연했다.

이후 낙하산을 연결하고 화물 의장에 이상이 없는지 탑재 전후 검사를 한다. 얼핏 보면 간단해 보이지만 낙하산과 화물을 결속하는 데 수십 가지의 매듭법뿐만 아니라 각종 장비가 필요하다.

검사도 상당히 까다롭다. 낙하산이 제대로 펼쳐지지 않거나 목표지점에서 벗어난 곳에 떨어지면 큰 사고로 이어지는 만큼 체크리스트에 따라 항공적재사와 합동검사를 한다. 이들은 단 1파운드와 1인치의 오차도 허용하지 않는다.

준비가 끝나면 화물은 수송기에 탑재된다. 이 과정에서도 화물의 방향·위치를 조정해 기체 무게중심이 벗어나지 않도록 조절하고, 투하 순서에 따라 적재한다.

 

 

화물의장사들이 투하 물자에 개조된 낙하산을 연결하고 있다.
화물의장사들이 투하 물자에 개조된 낙하산을 연결하고 있다.

 

공정화물의장대는 전군에서 유일하게 낙하산 개조 임무를 수행하고 있다. 특수재봉기로 낙하산을 개조하는 모습.
공정화물의장대는 전군에서 유일하게 낙하산 개조 임무를 수행하고 있다. 특수재봉기로 낙하산을 개조하는 모습.

 

소형전술차량을 의장하는 화물의장사들.
소형전술차량을 의장하는 화물의장사들.



실제 낙하에서 모든 화물은 적절한 고도와 속도로 목표지점에 투하된다. 철저한 사전작업과 준비가 만든 결과물이다. 

의장기술도 날로 발전하고 있다. 공정화물의장대는 현재 전군에서 유일하게 1.2톤에서 최대 16톤까지 중장비 화물의 공중 투하를 할 수 있다. 2023년에는 5.8톤에 달하는 소형전술차량 투하에 성공하기도 했다.

특히 공정화물의장대는 전군에서 유일하게 낙하산 개조업무를 담당하고 있다. 이전까지는 일정 기간이 지나거나 사용 횟수를 초과하면 파손 여부와 상관없이 불용처리했다.

낙하산 개조임무를 맡고 있는 김준우 중사는 “공정화물의장대는 오랜 시간 불용처리된 낙하산 재사용법을 연구했다”며 “불용 대상 낙하산의 주요 구성품을 정밀점검하고, 형상 변경 및 개조 재봉작업을 거쳐 2023년 화물 낙하산으로 재활용하는 기술을 개발했다”고 말했다.

낙하산 개조는 낙하산 천을 일정한 길이로 자른 뒤 특수재봉기로 사용 가능한 부위만 이어 붙이는 방식이다. 손상된 부분은 재봉하고, 로프는 새것으로 교체해 다시 조립한다. 완성된 낙하산은 여러 번의 테스트를 거쳐 작전 가능 여부를 확인한 뒤 투입한다.

낙하산 개조는 예산 절감에도 톡톡히 기여하고 있다. 공정화물의장대는 1000개의 불용 낙하산 개조 시 연간 약 21억 원의 국방예산을 절감할 것으로 보고 있다. 2026~2027년은 500개, 2028년 이후에는 1000개를 목표로 세우고 단계적으로 추진할 방침이다.

정 감독관은 “공정화물의장대는 국제공수경연대회, 국내외 연합·합동훈련 참가, 재해·재난 구조지원 등 다양한 영역에서 그 존재감을 발휘하고 있다”며 “우리 부대가 선도하는 분야, 우리 부대만 할 수 있는 기술, 우리만 할 수 있는 기술이 있다는 건 명예이자 자부심”이라고 강조했다.

김 중사도 “전군에서 유일한 기술을 우리가 지키고 있다는 게 자랑스럽다. 그만큼 책임감도 따른다”며 “실수는 용납되지 않는다. 더 정교하게, 더 책임감 있게 전문성을 연마해 작전 성공에 이바지하겠다”고 다짐했다.



인터뷰 윤용노 공정화물의장대 공정화물2중대장 
“하늘에서의 완벽한 보급…그만큼 땅에서 정확히 준비했다는 뜻” 

공중 화물투하 목적은 명확하다. 윤용노(대위) 공정화물2중대장은 “전시 지상 병참선이 단절돼 고립된 아군 작전지역에 탄약과 식량, 의약품 등의 필수 물자를 가장 효율적으로 보급하는 방법”이라고 설명했다.

윤 중대장은 “산악지대, 적지 침투작전, 재해지역 등 어떤 지형에서도 보급할 수 있다는 점에서 작전성을 보장하는 결정적 수단”이라며 “다만 기술이 뒷받침될 때만 가능하다”고 덧붙였다.

그는 특히 ‘정밀성’을 강조했다. 무게중심 계산, 결속 위치, 낙하산 전개 각도, 충격 흡수장치 설치 위치까지 치밀하게 계산해야 하기 때문이다.

윤 중대장은 “1파운드, 1인치의 오차도 허용하지 않는다는 말을 매일 실감한다”며 “낙하 후 화물이 파손되면 단순한 손실이 아니라 작전이 중단되거나 병력이 위험에 노출될 수 있다”고 역설했다.

공정화물의장대의 전 장병은 전문성을 높이고자 꾸준히 연구하고 공부한다. 그는 “공중 투하를 위한 화물의장업무는 공정화물의장기술 자격을 소지하고, 국내외 화물의장과정을 수료한 전문인력만이 할 수 있다. 이들은 기술 습득과 능력 발전을 위해 80여 종의 도서를 숙지하고, 공중 투하 연합훈련 등으로 전술을 교류하고 있다”며 자부심을 드러냈다.

윤 중대장은 끝으로 “하늘에서 완벽한 공중 보급이 이뤄진다는 건, 그만큼 우리가 땅에서 정확히 준비했다는 뜻”이라며 “공정화물의장대는 실전에서 검증된 전문성과 기술력을 스스로 길러 냈다. 완벽한 임무 수행으로 공중기동작전 완성에 일조하겠다”고 다짐했다.


< 저작권자 ⓒ 국방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댓글 0

오늘의 뉴스

Hot Photo News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