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조명탄

우크라이나군의 ‘거미줄 작전’이 남긴 숙제

입력 2025. 06. 23   15:42
업데이트 2025. 06. 23   15: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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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우 한국군사문제연구원 핵안보연구실장
김태우 한국군사문제연구원 핵안보연구실장

 


지난 1일 우크라이나군은 ‘거미줄(Spiderweb)’ 작전으로 러시아 공군기지를 타격했다. 120여 대의 자폭드론을 컨테이너에 실어 수천 ㎞를 이동시킨 뒤 4곳의 공군기지를 급습했다. 우크라이나에서 4300㎞나 떨어진 이르쿠츠크의 벨라야 기지 공격은 우크라이나군이 기록한 최장거리 종심공격이었다. 장거리 폭격기의 20%에 해당하는 20여 기가 파손된 러시아군은 크게 놀랐겠지만, 러시아군 말고도 충격받은 사람은 많다. 한국군도 예외가 아니다.

그동안 드론의 군사적 효용성과 가성비를 분석하면서 드론이 미래 전장의 게임체인저가 될 것인지를 놓고 왈가왈부해 왔던 군사전략가들에게 이번 기습작전의 성공은 드론의 역할을 가장 극적으로 재확인한 기회였다. 그렇지 않아도 인명 손실을 수반하지 않으면서 다양성과 치명성을 발휘하는 드론이 전장 투명성을 높이고, 지휘권의 분권화를 가능하게 하는 ‘전장의 혁명’을 예고하던 중이었다.

실제로 우크라이나를 포함한 여러 전장에서 대인공격, 감시정찰, 자폭, 요인 암살, 정밀타격 등 다양한 용도의 드론이 사용되고 있다. 초고가·고첨단의 전략임무 무인기도 개발 중이다. 이로 인해 하급 지휘관이나 병사도 과거엔 고위 지휘관들만 알 수 있는 정보를 접하게 됐고, 일선 소대장들도 전문 군사조직이 수행했던 특수임무를 맡게 됐다. 빗발치는 총탄 속에서 “돌격 앞으로”를 외치던 전쟁은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질 전망이다. 대신 인공지능(AI) 기반 고첨단·고기능 드론들이 상호 네트워킹을 하면서 전략적 임무를 담당하는 모습을 보게 될 전망이다. ‘거미줄’ 작전은 대당 270만 원에 불과한 드론으로 핵 운용 Tu-95 전략폭격기를 포함한 수천억 원짜리 항공기 10여 대를 파괴함으로써 ‘가성비 혁명’을 증명했다.

이를 지켜본 미국 군사전문가들은 자국 항공기들은 안전한지를 물었다. 그도 그럴 것이 모든 항공기를 격납고에 주기할 수 없고, 모든 공격을 막아 내는 격납고도 존재하기 어려우며, 항공기가 활주로로 이동하는 동안엔 야외에 노출될 수밖에 없어서다. 모든 공군기지에 드론돔을 구축할 순 있겠지만 100% 방어를 담보할 수 없다. 전국에 산재한 통신센터, 전력망, 교통시설, 항만 등 기간시설은 또 어떻게 할 것인가? 비슷한 논쟁은 다른 나라에서도 벌어지고 있다. 인도의 한 예비역 장성은 중국의 드론·전자통신·해킹 능력을 의식한 듯 “군복을 입은 사람들 간의 밀고 밀리는 재래전쟁 개념에서 탈피해 민·군 소프트웨어가 무기화되고, 전선도 전투원 구분도 없는 전쟁에 대비해야 한다”고 외쳤다.

이젠 우리가 해·공군기지는 드론 공격에 안전한지를 물어야 할 차례다. 만약 북한이 지난 13일 이스라엘의 ‘일어서는 사자(Rising Lion)’ 작전에서처럼 미리 침투시킨 요원들을 활용해 수천 기의 포탄과 미사일, 수천 대의 드론으로 우리의 해·공군기지, 주한미군 기지, 한국군 병력 집결지, 방위산업단지, 기타 기간시설 등을 향해 ‘섞어 쏘기’를 개시하고 주요 전산망을 해킹으로 마비시킨다면 어떻게 될까? 그렇다고 모든 시설을 지하화할 순 없는 노릇이다. 전 국토를 덮개로 씌울 수도 없지 않은가? 그래서 다시 강조하고 싶다. 전쟁은 싸워 이기는 것보다 억제하는 게 최상이어서 적의 선제공격에 생존할 수 있는 제2격 능력을 키우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 많은 전문가가 원자력추진 잠수함의 조기 건조를 촉구하는 건 이 때문일 터. 우리도 스텔스 무인전투기를 개발하고 있다는 소식이 더없이 반가운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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