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군12보병사단 특별 정신전력교육
행동화 교육…실제 같은 전장의 공포
맞잡은 두 손…내 옆엔 전우가 있다
폭발음·VR 활용 전투 스트레스 체험
인지·호흡으로 불안 극복·정신력 강화
#트웰브ONE 안보콘서트
광복 의미·호국영웅 희생 담은 공연
콘서트와 접목 교육, 눈·귀 사로잡아
#테마형 현장 체험교육
전적비 참배 등 찾아가는 안보 현장
직접 보고 느끼니 감동·교육 효과 '업
육군12보병사단이 광복 80주년과 호국보훈의 달을 맞아 무형전력 핵심인 정신전력교육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 다채로운 프로그램을 개발·적용해 주목받고 있다. △뇌과학 이론을 바탕으로 전장 공포를 극복하는 ‘을지전장모드 ON’ △독립운동가의 활약상을 표현한 ‘트웰브ONE 안보콘서트’ △선배 전우의 희생과 헌신을 새기는 ‘테마형 현장 체험교육’ 등이 대표적인 사례다. 참여와 행동화에 방점을 둔 특별한 정신전력교육 현장을 소개한다. 글=이원준/사진=조종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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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전력교육에 등장한 소총…‘전장 공포’ 간접 체험
지난 16일 사단 예하 화령장전승대대 주둔지. 집중 정신전력교육 기간을 맞아 대대 장병들이 모처럼 한자리에 모였다. 보통 정신전력교육 하면 강연식 교육이 떠오르지만 이날 현장 분위기는 강연과는 거리가 멀어 보였다. 장병들 손에 펜·노트 대신 ‘K2 소총’이 들려 있었기 때문이다.
개인화기는 첫 번째 프로그램 ‘을지전장모드 ON’의 준비물이었다. 을지부대라는 애칭을 딴 이 프로그램은 뇌과학 이론을 토대로 전장 공포를 간접 체험하고, 이를 극복하는 것을 골자로 한 행동화 교육이다.
과거 전사(戰史)나 해외 사례를 살펴보면 실제 전장에선 죽음에 대한 두려움, 부족한 수면 등으로 전투원은 극심한 공포·불안을 느낀다. 반복되는 스트레스를 통제하지 못하면 정신력이 무너지며 임무수행이 불가능해진다.
하지만 전장 공포는 나약함 때문이 아니라 외부 자극에 따라 뇌·신경이 반응했기에 나타나는 결과물이다. 뇌과학 영역에서 바라보면 평소 실전적인 교육훈련으로 공포감과 스트레스를 줄일 수 있다. 간접적으로나마 전투 스트레스를 체험하고, 이를 극복해 보는 것은 그러지 않는 것과 하늘과 땅 차이다. 사단이 을지전장모드 ON을 구상한 이유다.
프로그램에선 전장 공포 및 뇌과학 이론에 대한 설명이 이어진 뒤 곧바로 행동화 교육에 들어갔다. 전장 상황을 묘사하기 위해 시각·청각 장치가 동원됐다. 교육장에 설치된 대형 스피커에선 폭발음·사이렌 등 굉음이 흘러나왔고, 가상현실(VR) 기기를 착용한 장병들 눈에는 전투 상황이 펼쳐졌다.
다음으로 장병들은 팔굽혀펴기, 버핏 테스트 등의 운동을 하며 심박수를 끌어 올렸다. 공포심으로 심박수가 상승한 것과 같은 효과를 내기 위해서다.
“탄창 결합!” 어수선해진 교육장에 짧은 명령이 하달됐다. 장병들은 지시에 따라 손에 쥐고 있던 탄창을 소총 쪽으로 옮겼다. 하지만 대다수는 탄창을 완벽히 결합하지 못한 채 손짓을 반복했다. 앞은 보이지 않고, 귀는 시끄럽고, 팔과 손은 덜덜 떨렸기 때문이다.
끝내 탄창 결합에 실패한 한 장병은 “평소에는 느낀 적이 없던 혼란스러움을 경험했다”며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관련 뉴스에서 보던 자폭드론 영상이 생각나면서 더 긴장했다”고 소감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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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우와 호흡하고 구호 외치며 공포 극복
다음은 전우와 함께 전장 공포를 극복하는 차례. 첫째로 제시된 해결법은 전술호흡이다. 교관 통제에 따라 눈을 감은 장병들은 숨을 4초간 들이쉬고, 2초간 멈추고, 6초간 내쉬는 것을 3회 반복했다. 이후 옆의 전우와 눈을 맞추며 ‘우리는 준비돼 있다’는 내용의 구호를 제창했다. 복식호흡을 하며 신경계를 자극하고, 전우와 함께하는 상황을 인지하기 위한 차원이다.
두 번째는 소중한 사람을 떠올리고, 지원 의사를 표현하는 것이다. 자신에게 소중한 사람을 떠올리고, 이 사람이 왜 소중한지 전우들 앞에서 발표한다. 이 과정을 통해 군인으로서 ‘국가와 국민을 지켜야 한다’는 사명감을 상기하고 불안감을 해소한다.
세 번째 단계는 ‘을지 셰이크 앤 리셋’이다. 2인 1조로 ‘내가 도와줄게, 괜찮아, 지금부터 우리가 함께하는 거야’라고 대화한 뒤 교관 지시에 맞춰 서로의 어깨를 두드린다. 그리고 자신의 소속과 임무를 전우가 대신 말하도록 한다. 신체 접촉을 통해 심리적 안정감을 되찾고, 나와 전우를 위해 무엇을 해야 하는지 생각하기 위해서다.
다음 순서는 ‘을지 선언’이다. 을지 선언은 교육에 참여한 모든 장병이 원형으로 대열을 맞춰 ‘나는 혼자가 아니다’ ‘우리는 함께 훈련했고, 함께 이겨낸다’는 구호를 제창한다. 모든 부대원이 공동의 목표를 외치며 마음의 안정을 회복하는 것이다.
프로그램은 감정 곡선을 종이에 그리고 자기 선언을 하는 것으로 마침표를 찍는다. 각각의 단계를 진행하면서 느낀 감정의 정도를 표현한 뒤 스트레스와 공포심이 얼마나 해소됐는지와 교육에 참여한 소감을 작성한다.
사단은 미 육군의 ‘ICOVER 프로그램’에 착안해 이러한 교육 방법을 구성했다. ICOVER 프로그램은 전투 중 발생할 수 있는 급성 스트레스 상황에 팀 단위로 대응하는 일종의 행동요령이다. 현재 상태를 명확히 인지하고, 전우와 함께 두려운 감정을 극복하는 것이 주된 목표다.
사단은 전장 공포를 경험하고, 전우와 함께 마음의 안정을 취하는 일련의 경험을 통해 장병들이 즉각적인 임무수행이 가능한 정신적 대비태세를 갖출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실제로 장병들도 각 단계를 거치며 전우가 함께하고 있다는 생각에 안정감이 들었다고 소감을 발표했다.
교관으로 교육에 참여한 권윤재 중위는 “교육을 준비하고 진행하며 을지전장모드 ON의 행동화 프로그램을 직접 해 보니 심리적 안정을 빠른 시간에 찾을 수 있었다”며 “전·평시 모두 도움이 되는 프로그램이라는 확신을 갖게 됐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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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립운동가 헌신 ‘트웰브ONE 안보콘서트’
다음으로 펼쳐진 프로그램은 ‘트웰브ONE 안보콘서트’. 정신전력교육과 군악 공연이 융합된 콘서트식 교육으로, 프로그램 이름 트웰브ONE은 ‘12사단은 하나다’란 의미를 담고 있다. 사단 정훈실과 군악중대가 힘을 모아 제작한 안보콘서트는 ‘광복 80주년’에 담긴 의미를 풀어내는 데 중점을 뒀다. 국난 속에서 나라를 되찾기 위해 목숨을 바친 독립운동가의 헌신과 희생이 콘서트의 주요 내용이었다.
이날 안보콘서트는 안중근 의사의 하얼빈 의거에 대한 스토리텔링으로 막을 올렸다. 이어 독립을 위한 당찬 포부를 담은 뮤지컬 ‘영웅’ 수록곡 ‘장부가’와 ‘그날을 기약하며’ 공연이 장병들의 눈과 귀를 사로잡았다.
“장부가 세상에 태어나 큰 뜻을 품었으니, 죽어도 그 뜻 잊지 말자. 하늘에 대고 맹세해 본다. 하늘이시여, 도와주소서. 우리 꿈 이루도록.”(장부가 中)
공연은 대한민국을 지키다가 산화한 호국영웅 이야기로 이어졌다. 전쟁이 발발하자 펜 대신 총을 들었던 학도병 사연을 담은 ‘학도병의 편지’, 1·4 후퇴를 배경으로 한 ‘전선야곡’ 등이 연주됐다.
마지막으로 MZ세대 장병들이 선호하는 군가를 엮은 ‘군가 메들리’ 공연으로 국가관과 안보관, 군인정신을 함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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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체험교육으로 마침표…‘정신적 대비태세 확립’
교육의 마지막은 ‘테마형 현장 체험교육’이다. 사단은 작전지역 내 안보·역사를 주제로 3개 코스, 자연·예술을 주제로 3개 코스를 구성해 부대 선호에 따라 원하는 현장을 체험할 수 있도록 했다.
화령장전승대는 교육 코스로 6·25전쟁 최초 유격부대 활약상이 기록된 ‘백골병단전적비’와 강릉 무장공비 침투사건 현장인 ‘연화동전투전적비’를 선택했다. 대대원들은 교육 이틀째인 17일 두 전적비를 참배하며 국가와 국민을 지켜낸 선배 전우들의 희생·헌신을 가슴에 오롯이 새겨 넣었다.
사단은 호국보훈의 달을 맞아 6월 한 달간 을지전장모드 ON, 트웰브ONE 안보콘서트, 테마형 현장 체험교육 등으로 구성된 특별 정신전력교육을 집중 실시하고 있다. 앞으로도 GP 투입 부대와 GOP대대 등을 중심으로 교육을 전개해 최전방을 수호하는 장병들의 전투의지를 고양할 방침이다.
윤영초(중령) 정훈참모는 “사단 장병들이 정신적 대비태세를 확립하고, 전우애를 함양할 수 있도록 실효적인 정신전력교육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발전시켜 나가겠다”고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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