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우의 시체를 넘고 넘어 /앞으로 앞으로 /낙동강아 잘 있거라/ 우리는 전진한다.”
이 노래 가사에는 6·25전쟁 당시 낙동강까지 밀려났던 전세를 뒤엎고, 이북까지 전진한 우리 국군의 위용과 애환이 담겨 있다. ‘전우야 잘 자라’라는 진중가요인데, 듣다 보면 마치 전장을 향해 나아가고 있는 듯한 현장감이 느껴진다. 이 노래는 정식 군가는 아니었지만, 구전으로 전파돼 장병들의 사기를 북돋았다. 6·25전쟁 제70주년 ‘영웅에게’ 행사 중 마지막 유해를 운구하는 장면에서 연주되기도 했다.
군악중대장으로서 군가에 관해선 익히 알고 있었으나 진중가요는 사실 잘 몰랐다. 지난달부터 ‘해설이 있는 군가 이야기’라는 순회교육을 하며 진중가요의 존재를 알게 됐다. 이 순회교육은 장병 대적관 함양을 위해 군단에서 개발한 프로그램이다. 군악중대 연주와 함께 정훈장교가 군가·진중가요의 제작 배경·의미를 상세히 설명해 주는 교육이다.
군악중대에서 주특기에 맞게 6명의 소조밴드를 꾸려 준비했고, 한 달간의 연습 끝에 첫 교육을 했다. 오전부터 악기와 음향장비를 싣고 군악중대원들과 일반전초(GOP)로 향했다. 차량도 힘겨워하는 고지를 올라 마침내 백두대대에 도착했다. 네온사인 하나 없는 험준한 산악을 접하니 그간 고생했을 GOP 전우들을 위해 최선을 다해 교육에 임해야겠다는 마음이 절로 들었다.
6·25전쟁 때 전선에서 어머니를 그리워하며 승리를 다짐하는 ‘전선야곡’, 1·4후퇴와 흥남철수작전을 배경으로 한 ‘굳세어라 금순아’, 전사한 전우를 그리며 조국 통일을 염원한 ‘전우야 잘 자라’, 사단가를 제창하며 1부 교육을 마쳤다. 2부는 6·25전쟁 때 사단 지역에서 있었던 전사(戰史)를 정신전력 장교가 교육했다. 도솔산전투, 피의 능선 전투, 가칠봉전투…. 선배 전우들이 이 고지에서 목숨 바쳐 싸웠다는 사실을 새삼 깨달았고, 매일 적을 바로 앞에 두고 작전에 임하는 GOP 부대원들에게는 더할 나위 없는 대적관 교육이었다.
그렇게 4곳의 격오지부대 교육을 성공적으로 마쳤다. 이번 교육 때 군악장교로서 장병들과 직접 소통하고, 사기를 진작시키는 역할을 할 수 있어 큰 보람을 느꼈다. 교육에 임할 때마다 마치 매진된 콘서트장에 온 것 같은 벅찬 감정이 들 정도였다. 교육을 마칠 땐 나뿐만 아니라 모두가 아쉬워했다. 일상에서 잠시 숨을 고르고, 같이 웃으며, 벅찬 감동을 공유할 수 있는 뜻깊은 순간이었다. 앞으로는 사단 예하 보병·직할대대를 대상으로 교육을 시작하려 한다. 군악중대와 함께하는 감동이 넘치는 ‘해설이 있는 군가 이야기’ 교육을 기대해 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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