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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지전 강국 러·중 북한과 협력 가능성 … 한반도 문제 개입 대응 방안 마련해야

입력 2025. 06. 20   15:28
업데이트 2025. 06. 22   11: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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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이슈 돋보기
2025 글로벌 신흥안보 동향 ② 신흥안보위협으로서의 인지전과 한국의 대응 

중대한 도전인 이유는?
적극적 내정간섭으로 국제 규범 위반
표현의 자유 민주주의 국가에 취약성
다영역 작전 개념상 새로운 전장 부상
문명의 이기 무기화…근본적 차단 곤란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가?
허위정보 생산·살포·확산 행위 막아야
국민 문해력 제고…제작자 적극 처벌
SNS·매체 등 통제·규제 강화도 방법

미국 해군연구소는 일찌감치 인지전을 새로운 전쟁수행 개념으로 보고, 이에 대한 방어적·공격적 접근 방식의 개발을 주장했다. 사진=미 해군연구소 화면 캡처
미국 해군연구소는 일찌감치 인지전을 새로운 전쟁수행 개념으로 보고, 이에 대한 방어적·공격적 접근 방식의 개발을 주장했다. 사진=미 해군연구소 화면 캡처



인지전의 부상

인지전은 일반적으로 일국의 지도부 혹은 국민에게 잘못된 인지를 바탕으로 비합리적 결정을 내리게 하거나 전략적 실수를 유도하는 방식으로 전쟁을 승리로 이끄는 것을 의미한다. 인간의 인지 작용에 오류 및 편향을 일으켜 정치 혹은 전략적 목적을 달성하려는 책략은 과거부터 존재해 왔다. “상대방을 서로 의심하게 해 분열을 조장하는 이간계가 적을 이기는 가장 수월한 방안”임을 강조한 중국 고대 전략가 손자는 물론 20세기 초중반 정치적 선전선동을 위해 대중매체를 적극 활용한 나치 독일과 구소련의 볼셰비키도 있었다. 20세기 주요 전장에서는 상대방 전사와 국민의 사기를 저하하고, 전략적 오판을 야기하기 위한 정치심리전이 활발하게 수행됐다.

최근 들어 인지전 위협이 더욱 부각되는 이유는 정보기술(IT)과 소셜미디어 기술 발전으로 인지 오류 및 편향이 보다 강력하고 신속한 형태로 나타날 수 있기 때문이다. 먼저 그래픽 등 각종 정보 가공 기술의 발전으로 허위 정보를 진실인 것처럼 조작하는 게 용이해졌다. 글로벌 네트워크의 고도화·모바일화는 허위 정보의 확산 속도를 대폭 증가시켰다. 흥미로운 것은 인간의 호기심을 자극하는 가짜뉴스의 제작 기법으로 인해 진실보다 빠른 속도로 확산하고 있다는 점이다. 피터 싱어와 같은 전문가들은 향후 가짜뉴스가 진실을 압도하게 될 수도 있음을 경고할 정도다. 이러한 가공할 위력 때문에 인지전은 회색지대 및 하이브리드 전술의 핵심 구성 요소로도 부상하고 있다.

그렇다면 인지전은 어떠한 위험성을 갖고 있으며,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이에 대한 해답을 얻기 위해서는 인지전 이해도를 높일 필요가 있다. 인지전에 대한 이해를 돕기 위해 다음 네 가지 질문의 해답을 제시한다.


인지전 위협을 주목해야 하는 이유는?

인지전은 다음과 같은 차원에서 안보적으로 중요한 도전이다. 첫째, 인지전은 현행 국제규범에 대한 엄중한 도전이다. 유엔 헌장을 비롯해 현행 국제규범은 내정간섭을 금하고 있다. 하지만 인지전은 적극적인 내정간섭 수단이므로 유엔 헌장을 비롯한 국제규범을 정면으로 위반하는 행위가 된다.

둘째, 서방을 위시한 민주주의 국가가 대응하기 어려운 도전이다. 인지전은 개방과 표현의 자유를 핵심 가치로 규정하는 민주주의 국가의 취약성을 공격한다. 인지전은 외견상 여론 분열 혹은 내부 갈등으로 보이기에 이에 대한 적극적 규제와 제재는 민주주의 국가의 핵심 가치인 언론 및 표현의 자유와 충돌하게 될 수밖에 없다. 반면 권위주의 국가는 강력한 내부 통제에서 상대적으로 자유롭기에 인지전에 대한 예방적이고 적극적인 제재가 가능하다. 따라서 인지전은 민주주의 국가의 취약성을 공격하는 비대칭 공격 수단으로 활용될 수 있다.

셋째, 인지전은 인지 공간을 전투 공간화함으로써 향후 중요한 전쟁 양상으로 부상할 가능성도 있다. 기존 다영역 작전 개념상의 5개 전장(지상, 해상, 공중, 우주, 사이버)에 더해 인지 공간이 새로운 전장(domain)으로 규정될 가능성도 있으며, 인지 공간이 ‘결전 장소’가 되는 미래도 배제할 수 없다.

넷째, 인지전은 SNS와 같은 문명의 이기를 무기화해 공격하기에 근본적 차단이 어렵다. 근본적 차단은 문명의 이기에 대한 접근을 제한하기에 대중의 일상을 무너뜨리고 이에 대한 거센 저항을 초래할 수밖에 없다. 다시 말해 인지전은 근본적이고 강력한 대응이 제약되는 위협이다.


인지전과 관련해 위협적인 주체는 누구며, 그들의 역량은 어느 정도인가? 

가장 위협적이고 활발히 활동하는 국가는 러시아와 중국이다. 러시아의 경우 공산 혁명 당시부터 선전 및 선동 기법을 발전시켜 왔다. 1960년대 미국 내 인종갈등을 증폭시켜 내전 상황으로 만들기 위한 영향력 공작 작전을 수행하기도 하는 등 장기간 인지전 노하우를 축적해 왔다. 21세기 들어 러시아는 인지전 역량 강화를 위해 다각적인 노력을 기울였다. 러시아는 허위 정보 생산 및 살포를 상시 할 수 있는 1000명 규모의 인지전 수행 기관인 IRA(Internet Research Agency)는 물론 APT28, KillNet과 같은 친러시아 해커 조직을 최소 17개 보유하고 있다. 이들을 활용해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침공과 같은 전시 인지전 수행은 물론 2016년 미 대선, 2017년 프랑스 대선, 2022년 헝가리 총선, 2023년 몬테네그로 대선 등 타국의 국내 정치 개입을 위한 평시 인지전도 적극 수행하고 있다.

중국도 상당한 인지전 역량을 보유한 국가로 알려졌다. 가장 많이 거론되는 중국의 인지전 조직은 ‘우마오당’으로 200만 명 규모의 ‘댓글 부대’라고 할 수 있다. 2022년 랜드(RAND)연구소의 보고서는 중국의 인지전이 보다 입체적으로 구사될 수 있음을 경고하고 있다. 해당 보고서는 중국의 주변국에 대한 다양한 회색지대 위협을 분석하고 종합한 것이다. 보고서는 가장 위협적인 중국의 인지전 공격은 다양한 대리인(proxy)을 활용해 공격 대상 국가의 SNS 및 미디어 기업을 인수하는 것이라고 주장한다. 중국의 인지전은 단순히 매체를 무기화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입체적 전술을 사용해 상대의 매체 자체를 장악하는 수준까지 강화될 수 있다는 의미다.

공교롭게도 한국은 지정학적으로도 군사·안보적 역학관계에서도 이들 국가의 인지전 위협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특히 최근 러·북 관계 강화 및 러·북·중 3개국의 협력 강화로 인해 인지전 능력을 활용한 러시아·중국의 한반도 문제 개입이 새로운 위협 요소로 등장할 가능성도 있는 상황이다.


인지전 대응 방안

인지전 대응 방안은 인지전을 수행하는 메커니즘 분석에서 찾아볼 수 있다. 인지전은 크게 2개의 메커니즘으로 수행된다. 하나는 인지 오류 및 편향을 일으키는 허위 정보의 생산이고, 다른 하나는 생산된 허위정보의 살포 및 확산이다.

허위정보 대응 방안으로 가장 많이 거론되는 것은 일반 국민 혹은 병사의 문해력을 높이는 것이다. 하지만 이 문해력 제고는 교육을 통해 이뤄지므로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다는 문제점이 있다.

보다 실질적인 대응으로 허위정보 제작자에 대한 적극적인 처벌과 제재가 거론되나, 타국 정보기관과 같은 주체의 허위정보 작성을 처벌하기는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문제가 남는다.

허위정보의 살포 및 확산의 대표적 대응으로는 SNS와 같은 소셜미디어와 매체의 규제·통제가 있다.

이러한 매체 규제에 가장 적극적인 곳은 바로 유럽연합(EU)이다. EU는 국내 정치 개입 및 극단주의 성향의 확산과 관련한 SNS의 위험성을 조기에 인식하고 이에 대응하기 위해 디지털서비스법을 제정했다. 동 법령에 따르면 SNS 기업은 자체적으로 허위정보를 검열하고 삭제해야 하며, 이를 어길 시 전체 수익의 최대 6%의 과징금을 내야 한다.

이 외에 체험형 인지전 대응 훈련에도 활용되고 있다. 대표적으로 병사들을 가상의 허위정보 환경에 노출시킨 채 작전지속성을 유지하도록 훈련하는 미군의 SMEIR 기법을 들 수 있다.

끝으로 강조하고 싶은 것은 개인정보 보안의 중요성이다.

최근 국내 통신 기업 해킹으로 유심칩 관련 정보가 탈취되는 사건이 벌어졌다. 2016년 러시아의 미 대선 개입 당시 러시아 정보기관이 허위 정보 살포를 위한 불법 SNS 계정을 만들기 위해 휴대전화 복제를 위한 SIM칩을 대량 구매했다는 점을 유념할 필요가 있다.

 

이장욱 한국국방연구원 신흥안보연구실장
이장욱 한국국방연구원 신흥안보연구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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