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병영의창

‘나는 반딧불’

입력 2025. 06. 19   15:50
업데이트 2025. 06. 19   15:54
0 댓글
김홍수 중사 육군35보병사단 신병교육대대
김홍수 중사 육군35보병사단 신병교육대대



신병교육대대에서 훈련병을 교육하는 임무를 맡고 있다. 주말에 외출했다가 돌아오는 길에 한 생활관에서 들려온 노랫말이 발걸음을 멈춰 세웠다. 

“나는 내가 빛나는 별인 줄 알았어요. 한 번도 의심한 적 없었죠. 몰랐어요 난 내가 벌레라는 것을….”

‘나는 반딧불’이란 노래를 듣고 있노라니 한때 스스로를 빛나는 별이라고 믿었던 시절이 떠올랐다. 시간이 지나면서 문득 누군가에게 부담을 주는 존재가 돼 있지는 않나 뒤돌아보게 됐다.

이 노랫말은 낯선 환경에 처한 훈련병들의 마음을 대변하는 듯하다. 모든 게 낯설고 불편하며, 자신이 한없이 초라하게 느껴지는 시간을 견디는 훈련병들. 그들에게 나는 과연 어떤 교관일까?

그때 좌우명이 갑자기 떠올랐다. ‘진정한 성공은 남을 돕고 함께 성장하는 것이다’. 이를 계기로 인생을 살아가면서 지시하는 사람이 아니라 함께 걸어가는 이가 되자고 다짐했다.

다음 날부터 ‘이름을 불러 주는 일’로 하루를 시작했다. 훈련병의 이름을 부르는 게 그들을 존중하는 첫걸음이라고 여겼다. 훈련병들이 낯선 공간에서도 자신의 존재를 분명히 느낄 수 있도록 하고 싶어서다.

훈련 때는 작은 것에도 격려의 말을 아끼지 않았다. “잘하고 있네!” “괜찮아, 멋있어!” 이 짧은 한마디가 위로가 되고 용기가 돼 훈련병들이 스스로를 믿고 자존감을 키울 수 있는 발판이 돼 주길 바라는 마음에서다.

가끔 훈련병들과 함께 웃는다. 어색한 실수나 엉뚱한 대답에 웃음이 나올 때면 참지 않는다. 웃음은 방심이 아니라 여유였고, 그 여유 속에서 훈련병들은 조금씩 마음을 열었다.

그렇게 훈련병들은 어색하고 힘든 군 생활을 반복하면서 자연스레 강인한 군인의 모습으로 변모해 간다. 그동안 작은 관심과 정성이 삶을 변화시키는 원동력이 된다는 것을 경험했다. 바른 자세, 올바른 언어, 군인다운 행동. 이 모든 훈련은 결국 좋은 행동과 습관을 만들기 위한 것이었다. 이 ‘행동과 습관’이 훈련병들을 점점 더 단단하고 강한 전사로 성장시키는 모습을 매일 확인할 수 있었다.

국가를 위해 헌신하는 영웅, 소중한 훈련병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 “스스로를 별이라고 믿었던 그 마음을 잃지 말자. 지금은 작은 고난과 어려움에 흔들릴지 몰라도 좋은 행동과 습관을 지키는 너희들은 분명히 빛날 것이다. 너희들의 이름을 기억하는 교관으로서 그 길을 언제나 응원할게.”

< 저작권자 ⓒ 국방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댓글 0

오늘의 뉴스

Hot Photo News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