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이란 전쟁과 국제안보에의 함의
핵보유 인정도 부정도 않는 이스라엘
사실상 중동 유일의 ‘보유국’으로서
이란의 개발 ‘선제적 저지’ 공격 감행
네타냐후 총리 정권 유지 문제도 걸려
미·유럽, 이스라엘 ‘자위권’ 해석
묵인 속 독자적 공습 지속될 가능성
미·이란 협상 성공 땐 조건부 중단
핵도미노에 대한 국제사회 ‘경계’ 중요
2025년 6월 13일 이스라엘이 이란을 기습적으로 공격하면서 이스라엘·이란 전쟁이 시작됐다. 이스라엘은 2023년부터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와 전쟁을 시작했고, 올 1월 휴전 협정에 합의하면서 아랍 지역의 무력 분쟁은 일단락되는 듯 보였다. 그 와중에 이스라엘은 이란의 핵시설, 핵 과학자, 군사령부 등을 표적으로 대규모 공격을 감행하면서 중동은 다시 역사의 비극을 반복하게 됐다. 이슬람 시아파 종주국인 이란은 이슬람 수니파 종주국인 사우디아라비아와 견원지간으로 중동 갈등의 핵심이었다. 이스라엘의 이란 공격은 이슬람 시아파에 대항하면서 중동 지역 힘의 균형을 바꾸는 시도일 수 있으며, 이는 국제안보에 부정적 파급효과를 미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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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차례 전쟁과 이스라엘·이슬람 세력의 대립
이스라엘과 이슬람 세력 간 대립은 한 세기를 넘는 현재진행형이다. 오스만 제국이 제1차 세계대전에서 패망한 후 영국은 현재 팔레스타인으로 알려진 지역을 지배하게 된다. 당시 이 지역의 민족 구성에서 유대인은 소수였고 대다수가 아랍인이었다.
제2차 세계대전 시기 유럽 본토에서 자행된 홀로코스트로 유대인이 팔레스타인 지역으로 이동했다. 1947년 유엔은 팔레스타인 지역을 아랍과 유대 국가로 분리하고, 예루살렘을 공동 통치하는 일종의 팔레스타인 분할을 진행했다.
그러나 아랍 측은 이를 거부했고, 영국이 철수하면서 유대인은 이스라엘 건국을 선언하면서 1948년 제1차 중동전쟁이 벌어졌다. 이스라엘은 팔레스타인 지역을 장악했지만 종전협정은 체결하지 못했다. 그러나 이후 벌어진 2차(1956년), 3차(1967년) 중동전쟁에서 이스라엘이 승리함으로써 현재의 이스라엘 영토를 확정했다. 1973년 이집트와 시리아가 이스라엘을 기습공격해 시작된 4차 중동전쟁은 이스라엘이 승리하고 이스라엘·이집트 간 평화협정이 체결되는 결과를 가져왔다.
이렇듯 냉전기 이스라엘은 국가 존속을 목표로 중동 분쟁의 중심에 섰고 지역 내 이슬람 세력과 대립하면서 세력을 공고화했다. 그리고 갈등은 온전히 해소되기보다는 전쟁을 통해 일시 봉인하는 결과를 가져왔다.
이스라엘의 공격으로 시작된 전쟁 경과
그렇다면 왜 이스라엘은 2025년 6월 이란에 대규모 공습을 가했을까. 이스라엘은 2023년 10월 이스라엘을 기습한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와 전쟁을 시작했는데 레바논 무장단체 헤즈볼라의 공격을 받았다.
이에 이스라엘은 헤즈볼라 군과 시설 파괴를 위해 2024년 10월 레바논을 침공한다. 올 1월 극적으로 이스라엘과 하마스 간 휴전이 합의돼 갈등은 일단 소강 국면에 접어든 것 같았다. 그러나 이번에 이스라엘이 이란 테헤란 북동부, 나탄즈 핵시설, 타브리즈 군사시설 등에 대한 기습 공격을 감행하면서 중동 정세는 새로운 위기로 크게 흔들리고 있다.
이스라엘의 이란 공격 배경은 크게 두 가지로 읽힌다. 첫째, 정치적 배경이다. 이스라엘은 이란을 팔레스타인이나 하마스, 헤즈볼라 등 이슬람 시아파 세력을 적극 지원하는 배후로 지목했고, 이란을 ‘악하고 억압적인 정권’으로 다뤘다.
이스라엘은 지난 몇 년간 이란을 대리하는 세력과 교전하면서 승리하기는 했지만, 여전히 생존과 안전을 온전히 담보하지 못하는 딜레마에 처해 있었다. 이에 시리아의 이란대사관을 폭격해서 이란 혁명수비대 지휘관을 암살하는 그림자 전쟁을 수행하면서 이슬람 수니파 종주국인 사우디아라비아와 관계 개선에 힘썼다. 그러나 이란 위협에 따른 근본적 안보 불안은 해소할 수 없었고, 이는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의 정권 유지에 직결되는 문제가 됐다.
둘째, 군사적 배경이다. 이란의 핵능력 고도화를 막기 위한 공습이라는 관점에서 이스라엘의 무력 공격은 실존적 위협에 대한 군사적 대응이 된다. 이스라엘은 자국의 핵무기 보유에 긍정도 부정도 하지 않는 모호함을 유지한 채 핵비확산조약(NPT)에 가입하지 않았다. 이렇게 외교적으로 비공식이지만 중동 유일의 핵무기 보유국임은 자명하다. 그러한 이스라엘에 중동 핵확산 저지는 안보적 과업이 됐다.
실제로 1980년대 이스라엘은 이라크의 오시라크(Osirak) 원자로를 폭격하고, 핵무기 개발이 가능한 핵심 시설을 무력화한 바 있다. 2010년에는 스턱스넷이라는 컴퓨터 바이러스를 활용해 이란의 나탄즈 핵시설에 대한 사이버 공격을 실시하기도 했다.
네타냐후 총리는 이번 기습 공격을 ‘이스라엘의 생존을 위협하는 이란 위협을 격퇴하기 위해 표적화된 군사작전’이라고 설명했다. 최근 국제원자력기구가 이란의 고농축(60% 근접) 우라늄 생산 정황을 포착하는 등 이란의 잠재적 핵무기 생산 가능성이 우려되는 시기였던 만큼, 이스라엘은 이란의 핵무기 개발을 선제적으로 막는 공격을 감행한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배경에서 이스라엘은 이란 전역에 대한 선제공격을 정당화하고 있으며 핵 과학자, 고위급 군 지휘관 등에 대한 암살 작전, 주요 핵시설에 대한 중대한 타격, 미사일 발사대·무기공장·석유시설 파괴 등 공격 표적을 확대하고 있다.
한편 이란도 보복 공격을 시작했다. 그러나 이스라엘이 공습을 멈추지 않는 이유는 농축 우라늄을 대량 보관하고 있는 이란의 포르도 지하 핵 시설에 있다. 이란의 핵 능력을 해체하기 위해서는 포르도를 무력화해야 하는데 그 군사 수단은 미국이 유일하게 보유하고 있다.
결국 이스라엘의 대이란전 승리는 미국의 군사적 지원 여부에 달려 있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이란의 무조건적 항복을 요구하면서 이란 공격 계획이 임박하고 있음을 SNS 등을 통해 알리지만, 과연 미국이 이스라엘·이란 전쟁에 참전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여러 고려가 필요하다.
국제안보적 함의
현재 국제사회는 두 지역의 전쟁을 치르고 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과 이스라엘·이란 전쟁이다. 규모와 범위는 다르나 두 전쟁 모두 단기간에 평화협정과 같은 해결책이 도출되기는 어려워 보인다.
이번 이스라엘·이란 전쟁의 향방을 현시점에서 단정하기는 어려우나 역사적 배경과 이스라엘의 정치군사적 목적을 고려했을 때 두 가지 전망이 가능하다.
첫째, 전쟁의 지속이다. 미국과 유럽 국가들은 이번 이스라엘의 공격이 자위권으로 해석될 수 있다는 공통적 견해를 보였다. 그 배경에는 이란이 평화적 핵이용을 위한 우라늄 농축을 지속 요구하지만 이를 군사용으로 전용할 가능성, 즉 이란의 핵무기 생산·보유라는 가능성이 현실화됐기 때문이다. 일단 핵무기를 생산하면 이를 포기시키는 외교적 강압은 실패하기 쉽다. 트럼프 2기 행정부가 이란과 핵협상을 벌이던 와중에 벌어진 이스라엘의 공습은 외교적 강압의 유효성에 의문을 제기한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점에서 이스라엘은 당분간 독자적 공습을 지속할 가능성이 있다.
둘째, 전쟁의 중단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확전은 피하고 싶다는 의지를 드러내며, 외교적 해법에 기대고 있다. 이란은 보복 대응을 시작했지만 얼마큼의 효과를 발휘할지는 의문이다. 따라서 미국과 이란 간 핵협상이 일단 마무리된다면 이스라엘의 공격은 조건부로 중단될 수 있다.
이러한 두 가지 전망에 더해 우리는 최악의 시나리오도 고려해볼 필요가 있다. 즉, 이란이 핵무기화를 선언하고 핵보유국으로 전향하는 돌발적인 전개다. 실현가능성은 낮지만 이러한 핵도미노에 대한 국제사회의 경계가 제대로 작동할 때 핵비확산이라는 국제규범이 존속 가능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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