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기고

[리더’s 다이어리] 변암동전투를 기억하며

입력 2025. 06. 19   15:49
업데이트 2025. 06. 19   15: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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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해강 대위 육군3보병사단 진백골여단
전해강 대위 육군3보병사단 진백골여단



6·25전쟁의 국면이 교착되고 38선 부근에서 전선이 굳어져 가던 1953년 3월, 백골연대는 전장을 뒤흔드는 과감한 작전을 성공시켰다. 박석순 소대장과 17명의 소대원으로 구성된 결사대가 적진 깊숙이 침투해 중공군 6명을 사살하고, 포로 3명을 생포해 무사히 전원 복귀한 ‘변암동전투’다. 

당시 결사대는 중책을 맡은 지휘관을 향한 ‘충성심’과 전우들과 같이 죽더라도 임무를 완수하겠다는 ‘필사즉생 골육지정의 백골정신’으로 무장돼 있었다. 변암동전투를 접하고 맨 처음 떠올린 것은 중대원을 적진으로 보내며 홀로 감당했을 지휘관의 무거운 책임감이었다. 중대장 임무를 수행하는 나 또한 그날의 무게감을 감당해야 할 책무가 있음을 어렴풋이 느꼈다. 곧 그것을 실감할 수 있는 상황과 마주하게 됐다.

지난 2월 중대 마일즈 훈련 때다. 훈련 초반엔 작전이 계획대로 진행됐지만, 예상치 못한 상황이 연달아 발생했다. 목표를 코앞에 두고 갑작스럽게 1개 소대가 전멸했고, 평소 신뢰하던 중대원들이 소극적으로 행동하며 주어진 임무를 해내지 못했다. 아군 사망자가 조금씩 늘고, 전혀 예상치 못한 상황에서 수시로 중요한 판단을 해야 하는 갈림길에 섰다. 그 순간마다 중대원들의 생명을 지켜야 한다는 무거운 책임감을 절감했다. 결과적으로 중대는 작전 목표를 달성하고 임무를 완수했지만, 실제 전투였다면 결코 승리라고 부를 수 없는 결과였다.

이 훈련으로 2가지를 명확히 깨달을 수 있었다. 첫째, 지휘관의 명령은 단순히 병력을 움직이는 지시가 아니라 전투원의 생사를 결정짓는 무겁고 엄숙한 책임이다. 작전에 성공하더라도 전우를 단 한 명이라도 잃는다면 온전(穩全)한 승리라고 할 수 없었다.

둘째, 한 치 앞을 알 수 없는 전장에서 장병을 살리는 유일한 방법은 철저한 교육훈련이다. 아무리 긴급한 상황이라도 전투원이 절대적 신뢰를 바탕으로 지휘관의 명령을 과감히 따를 수 있어야 하는데, 이는 지속적이고 실전적인 교육훈련으로 이룰 수 있다. 변암동전투 당시 소대장 역시 중대장과 함께 치러 왔던 전투에서 지휘관을 향한 신뢰와 임무 완수의 자신감을 키웠고, 마침내 완전한 승리로 이끌 수 있었다.

장병들에게 말하고 싶다. “우리가 수행하는 훈련과 임무는 목숨으로 지켜 낸 선배 전우들의 군인정신과 자랑스러운 부대 전통을 계승하는 일이다. 우리는 호국보훈의 달을 맞아 조국을 위해 헌신했던 선배 전우들의 용맹을 되새기고, 그들의 희생 위에 세워진 대한민국의 가치를 다시금 가슴에 새기는 시간을 가져야 한다.”

나 또한 국군 장병의 일원으로서 다짐한다. 그날처럼, 우리는 언제나 승리할 것이다. 온전하고 완전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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