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istory in 국방일보 - 1996년 6월 12일 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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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9 자주포는 한국의 방산 위상을 높이는 대표적인 무기 중 하나입니다. 압도적 화력과 기동성, 뛰어난 생존성으로 해외에서도 높은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1996년 6월 11일은 한국이 독자적으로 개발하던 K9 자주포가 베일을 벗고 첫 포성을 울린 날입니다. 이날 국방과학연구소(ADD)는 안흥시험장에서 화려한 화력 시범을 보이며 K9 자주포의 등장을 세상에 알렸습니다.
국방일보는 그다음 날인 6월 12일 ‘현대전은 입체 기동전’이란 제목의 기사에서 관련 내용을 싣고 있습니다. “기동성과 생존성이 향상되고 신속·정확한 대량 화력 집중이 보장되는 사거리 40㎞급 신형 155㎜ 자주포가 국내 기술로 독자개발됐다”로 시작되는 기사는 당시 우리 군의 흥분을 그대로 전달합니다.
기사는 “이날 화력 시범을 통해 선보인 신형 자주포는 구경 155㎜로 장사정 자주포 체계 및 장사정 신형탄, 단위모듈형 장약 등을 독자개발해 40㎞ 이상 사격이 가능하고 자동위치확인장치·자동사격통제장치·자동송탄 및 장전장치 등 사격자동화체계를 구현, 발사 속도를 증대시켰다”고 적고 있습니다. 더불어 “사격 임무 접수 후 초탄 발사시간은 정지상태 30초 이내, 기동상태 60초 이내로 사격 요청 즉시 표적타격이 가능하고 초탄 명중률은 98%에 달한다”며 뛰어난 성능을 자랑합니다.
K9 자주포 개발은 1980년대 후반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1980년대 우리 군은 자주국방의 기치 아래 독자기술로 52구경장(포신 길이 8m) 자주포 개발에 착수합니다. 자주포 기반기술 수준이 매우 낮았던 우리나라에서 독자기술로 52구경장 자주포를 개발한다는 건 매우 어려운 일이었습니다.
하지만 우리 군은 그동안 KH179 견인포·K55 자주포 등 미국 기술 도입, 면허생산 등으로 확보한 포신포와 자주포의 기초기술에 인적 역량을 집중해 1998년 K9 자주포 개발을 완료하고 이듬해부터 전력화에 착수합니다. 개발과정에서 기술력 부족으로 우여곡절과 시행착오도 많았고, 외국의 기술 견제도 심했습니다. 이러한 모든 어려움을 극복하고 독자기술로 독일에 이어 세계에서 2번째로 52구경장 자주포를 개발합니다.
민간 스키장에서 기동 테스트를 했던 흥미로운 일화도 있습니다. 개발이 마무리되던 1998년은 눈이 많이 내리지 않아 ADD는 강설 기동 테스트를 위해 많은 스키장에 시험 요청을 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수많은 거절 끝에 다행히 강원 홍천군의 ‘대명 비발디파크 스키장’이 수용의사를 밝혀 그해 3월 2일부터 5일간 밤 11시부터 이튿날 새벽 5시까지 테스트를 진행했습니다. 이때 스키장 측은 연구진과 시험평가 장교의 요청에 적극 지원에 나섰습니다. 무사히 시험을 마친 뒤 연구진은 조명 등 전기요금으로라도 사례하려 했지만, 스키장 측은 “국가안보를 위해 썼다고 생각하겠다”며 극구 사양해 이후 국방과학연구소장이 감사장을 전달했다는 개발비사가 전해지고 있습니다. 이영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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