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배 전우에 감사 육군 뜻깊은 행사
6·25전쟁 전사자 발굴유해 합동안장식
아빠이자 남편…형이고, 오빠였던…
잊은 줄 알았지만 잊혀지지 않은
그들이 집으로 돌아왔다
육군이 호국보훈의 달을 맞아 선배 전우의 헌신을 기리는 뜻깊은 행사를 마련했다. 조국을 지키다 산화한 11명의 호국영웅은 70여 년 만에 영면에 들었고, 서울 여의도 KBS홀에선 참전용사에 대한 존경의 마음을 표현한 ‘대한민국 육군 호국음악회’가 성대히 열렸다. 각급 부대 장병들은 6·25전쟁 전적지를 탐방하며 ‘조국을 위한 값진 희생을 영원히 잊지 않겠다’는 다짐을 남겼다. 글=이원준/사진=조종원 기자
|
18일 서울 동작구 국립서울현충원 현충관. 이곳에서 열린 ‘6·25전쟁 전사자 발굴유해 합동안장식’에 참석한 고(故) 김석연 일병의 딸 김문숙 씨는 ‘얼굴 없는’ 아버지의 영정을 바라보며 다시 한번 눈물을 흘렸다. 전쟁 통에 사진 한 장 남기지 못한 채 떠난 아버지는 75년 만에 가족 품으로 돌아왔다. 사진 없는 영정에는 아버지의 이름과 소속, 그리고 군번 ‘K1116840’뿐. 그래도 김씨는 “아버지를 찾아주셔서 감사하다”며 고개를 숙였다.
육군이 이날 국립서울현충원과 국립대전현충원에서 거행한 6·25전쟁 전사자 발굴유해 합동안장식은 가족 품으로 돌아온 호국영웅이 영면에 들어서는 자리다. 2000년 유해발굴사업을 시작한 이래 신원이 확인된 국군 전사자는 총 256명. 육군은 매년 합동안장식을 열어 호국영웅의 마지막 길을 배웅하고 있다.
김 일병은 1944년 10월 결혼 후 슬하에 1남 1녀를 뒀다. 6·25전쟁이 발발하자 피난길에 올랐지만, 이 과정에서 아내가 사망했고 너무 어렸던 둘째 아들은 미처 데리고 오지 못했다. 고인은 ‘북한에 복수하겠다’며 1950년 8월 카투사로 입대했지만 같은 해 장진호전투에서 전사했다.
|
|
이날 서울현충원에 안장된 7명의 호국영웅은 김 일병 사례처럼 저마다 다양한 사연을 가지고 있다.
고 김익장 이등중사는 군산사범대학교 재학 중 6·25전쟁이 발발하자 한 치의 망설임 없이 자원입대했다. 1사단 소속으로 후방지역 잔적소탕과 38도선 진격작전을 수행하다 1950년 10월, 20세의 나이로 장렬히 전사했다.
고 이찬규 이등중사는 임신한 아내를 뒤로 한 채 입대, 1951년 10월 백선산전투에서 전사했다. 평생 남편을 기다린 아내는 2019년 91세의 일기로 사망했다. 다행히 고인의 신원을 확인함에 따라 부부는 75년 만에 서울현충원에 합장될 수 있게 됐다.
고 강성순 하사는 6·25전쟁 발발 당일 ‘운천-포천-의정부전투’에서, 고 정인학 일등중사, 함상섭 하사, 조영호 일병은 정전협정 체결을 코앞에 둔 1953년 7월 ‘적근산-삼현지구전투’에서 장렬히 전사했다. 강 하사의 아들 강기남 씨는 “아버지가 북한에 포로로 끌려갔다고 생각하며 언젠가 살아 돌아오실 것이라 믿었으나, 제 나이 일흔이 넘으면서 포기하고 지냈다”면서 “이제라도 아버지의 유해를 찾아 현충원에 모시게 돼 다행이다”라고 말했다.
오늘의 뉴스
Hot Photo News
많이 본 기사
이 기사를 스크랩 하시겠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