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젠가는 그날이 온단다.”
할머니의 말씀처럼 그날이 제게도 왔습니다. 유난히도 뜨거웠던 봄날의 햇살이 내리쬐던 오후 2시. 눈물 젖은 부모님의 응원과 건강히 다녀오겠다는 다짐이 무성한 입영심사대의 행사장을 가로지르며 저는 입대했습니다. 행사가 끝나고 논산의 진한 향기를 느끼며 분대장님의 인솔을 따라 부대로 향했습니다.
돌이켜보면 입대 후 고동치던 심장은 제식훈련을 하며 차츰 진정된 듯합니다. 신속하고 정확하게, 절도 있는 모습으로 움직이는 것은 말처럼 쉽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전우들과 함께 연습을 더 하니 뻗어내는 손끝과 발끝에 힘이 실리면서 확신이 생겼습니다. 제식은 단순한 동작의 나열이 아니라 하나가 되는 법을 배우는 과정이라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얼마 지나지 않아 또 다른 과제가 눈앞에 닥쳤습니다. 손아귀에 쥐어진 총기는 열기를 내뿜으며 저를 어지럽게 했습니다. 그 자체로 두려움이었고 긴장이었던 세열 수류탄 투척을 앞두고, 던지는 동작을 여러 차례 반복했습니다. 동작은 간단하고 단순했지만 그 위력은 결코 가벼운 것이 아니었기에 매번 호흡을 가다듬고 손바닥에 맺힌 땀을 닦으며 준비했습니다.
하지만 저는 믿기로 했습니다. 저를 믿고, 전우들과 함께한 시간을 믿기로 했습니다. 제 몸과 정신은 할 수 있다는 강인한 신념으로 뜨거워져 갔고, 모든 긴장과 두려움은 표적 넘어 사라졌습니다. 제식과 총기, 수류탄 훈련을 마치며 우리는 하나가 됐습니다.
각개전투가 끝나고 행군이 시작됐습니다. 자욱하게 깔린 어스름은 그동안 훈련소에서의 기억을 하나하나 떠올려 줬습니다. 한 걸음 한 걸음 내딛는 걸음에 전우의 코골이에 잠에서 깼던 새벽, 훈련장으로 이동 중 전우와 나눠마신 물 한 모금 등. 사소하고도 찰나와 같은 순간들이었습니다. 그 모든 순간이 저를 지탱해 준 전우들과의 시간이었음을 알게 됐습니다.
그리고 오늘, 그날이 다시 왔습니다. 저와 함께 그날을 준비했던 여러분의 6주는 어떠셨습니까. 그날을 기다리며 걱정과 두려움도 있었지만, 저는 설렘과 기대로 하루하루를 채워나갔습니다. 전우들이 있었기에 더욱 뜨거운 오늘을 맞이할 수 있었습니다.
앞으로도 우리는 수많은 그날을 준비하게 될 것입니다. 그날은 여전히 걱정스럽고 또 두려운 존재일 것입니다. 하지만 저는 믿습니다. 전우들과 함께 만들었던 오늘처럼, 우리는 또 다른 그날들을 맞이할 것을. 그날을 준비하는 여러분의 모든 걸음을 응원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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