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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내 마음은 어떤가요

입력 2025. 06. 17   15:17
업데이트 2025. 06. 17   15: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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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석원 대위 공군교육사령부 법사
박석원 대위 공군교육사령부 법사

 


군 복무를 힘들게 하는 것들엔 무엇이 있을까? 새로운 환경, 고된 훈련, 단절된 인간관계, 미래에 대한 불안 등 다양한 요인이 있을 것이다. 그러나 군 생활이 진짜 힘든 건 외부 상황이 아닌, 그로 인해 요동치는 마음의 상태, 즉 감정 그 자체다.

사회에서와 마찬가지로 군대에서의 삶도 감정의 연속이다. 억울함, 분노, 외로움, 무기력감 등 다양한 감정이 하루에도 여러 차례 스쳐 지나간다. 하지만 많은 장병이 이런 감정을 다루는 법을 배우지 못한 채 단순히 참고 넘기는 것에 익숙해져 있다. 감정을 억누르는 방식은 일시적으로는 효과가 있을 수 있지만 결국 내면에 쌓여 어느 순간 폭발하게 된다. 중요한 것은 감정을 억누르는 것이 아니라 제때 알아차리고 다스리는 것이다.

불교에서는 이런 감정 다루기의 핵심을 ‘마음챙김’이라는 실천으로 설명한다. 이 순간 내 안에서 일어나는 감정이나 생각을 있는 그대로 인식하는 훈련이다. 단순히 명상을 하는 것이 아니라 감정에 휩쓸리기 전에 그것을 바라보는 힘을 키우는 것이다.

예를 들어 상급자의 거친 말에 마음이 상했을 때 ‘왜 나한테만 이래?’라는 반응 대신 ‘지금 나는 억울함을 느끼고 있구나’라고 스스로 감정을 인식하는 것이다. 후임의 실수에 화가 날 때도 ‘짜증 난다’하고 곧바로 반응하기보다 ‘내가 기대한 대로 되지 않아 속상하구나’라고 감정의 뿌리를 들여다보는 태도가 바로 마음챙김이다. 감정을 알아차리는 순간, 우리는 감정에 끌려가지 않게 된다.

마음챙김을 실천하는 가장 기본적인 수행법 두 가지를 소개하자면 첫 번째가 바로 호흡명상이다. 언제 어디서나 실천할 수 있는 간단한 훈련이다. 먼저 등을 곧게 펴고 조용히 앉아 눈을 감거나 시선을 편안히 아래로 둔다. 코로 천천히 숨을 들이마시고 내쉬며, 호흡의 흐름을 있는 그대로 느껴본다. 이때 마음속으로 ‘들이쉰다, 내쉰다’라고 조용히 되뇌면 집중에 도움이 된다. 잡생각이 들어도 억지로 없애려 하지 말고, 다시 숨으로 주의를 돌리면 된다.

두 번째는 ‘STOP 기법’이다. 일상생활에서 부정적인 감정이 생겨날 때 우리는 보통 감정이 행동을 이끌도록 내버려두는데, STOP기법은 그런 순간을 붙잡아 준다. 먼저 S(Stop)는 지금 하는 행동을 잠깐 멈추는 것이다. 다음으로 T(Take a breath)의 단계에선 깊고 안정된 호흡을 2~3회 하며 들숨과 날숨에 집중하는 것이다. 세 번째 O(Observe)는 지금 나의 감정, 몸과 마음의 상태를 조용히 관찰하고, 마지막으로 P(Proceed)의 단계를 통해 침착하고 자신의 상황에 맞는 반응을 선택하는 것이다.

마음챙김은 거창한 훈련이 아니다. 하루 1~3분이라도 자신의 감정을 돌아보는 습관, 부정적인 감정이 일어날 때 잠시 호흡을 고르는 연습, 잠들기 전 그날의 감정을 조용히 정리해 보는 작은 실천을 통해 마음의 근육을 단련시킬 수 있다.

『법구경』에 이런 말이 있다. “자기 마음을 이기는 자가 가장 위대한 전사다.” 지금, 당신의 마음은 어떤가? 그 감정을 부정하거나 억누르지 말고 있는 그대로 바라봐야 한다. 바로 그 인식이 군 복무의 시간을 단단하고 평화롭게 만들어줄 첫걸음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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