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조명탄

해명의 역설: 왜 설명은 때로 불신을 키우는가

입력 2025. 06. 17   15:17
업데이트 2025. 06. 17   15: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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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윤경 프레인글로벌 상무
김윤경 프레인글로벌 상무

 


“(논란에 대한) 설명은 충분히 했는데 왜 여론은 더 나빠졌지?”

그것참 곤란하다 싶은 상황이다. 논란이 일자 입장을 밝히고 해명을 했고, 사실과 다른 부분은 정정했다. 하지만 대중의 신뢰는 돌아오지 않는다. 최근의 위기 커뮤니케이션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사례다. 심지어 해명이 오히려 또 다른 논란의 불씨가 되기도 한다.

더본코리아는 지난해 인제군 축제 ‘캠프레이크 페스티벌’ 홍보 협업을 했다. 백종원 더본코리아 대표가 직접 출연하는 유튜브 영상 2편이 제작됐다. 유튜브 영상 2편의 조회수는 수백만 뷰를 기록했다. 그만큼 효과적인 홍보가 진행됐다고 볼 수도 있겠지만 뒤늦게 논란이 일기 시작했다.

우선 유튜브 영상 2편에 너무 과도한 예산이 들어갔다는 지적이 나왔다. 예산이 약 5억5000만 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는데 이는 인제군 전체 축제 예산의 28%에 달한다. 두 번째로는 행사 현장에서 촬영에 쓰인 소스통이 문제였다. 이전 해에도 다른 지역 축제 때 고기에 사과주스를 뿌릴 때 농약을 분무하는 통을 사용해 논란이 됐는데 이번에도 또 그랬다. 이런 상황이 되자, 그래서 더본코리아가 축제 홍보에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긴 했느냐는 근본적인 의문마저 제기됐다.

더본코리아는 “영상 제작에는 1억5000만 원만 사용됐고 나머지는 시설 조성과 운영 컨설팅 비용”이었다고 설명했고, “5개월에 걸쳐 사전 기획을 했고 전문 인력이 투입됐다”면서 과잉 지출이 아니라고 해명에 나섰다.

그러나 소셜미디어와 커뮤니티에서는 계속 시끄러웠다. “왜 공공 예산이 특정 연예인의 채널에 투입돼야 하나” “이건 영상이 아니라 지역경제에 쓰일 예산이었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등 논란이 더 커진 것. 인제군은 올해부터 더본코리아와 협업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더본코리아의 해명이 통하지 않은 이유는 생각보다 명확하다. 정서적으로 실패했기 때문이다. 팩트 확인보다 더 먼저 필요한 건 ‘읽히는 말’을 넘어 ‘느껴지는 태도’다.

농약 분무기 사용은 이미 논란의 대상이었다. 그런데도 이미 불편한 여론을 만들었던 과거 사례를 반성하고 수정하지 않았다. 그러면서 “우리는 충분히 했다”고 주장했다. 이런 프레임의 대응은 오히려 “우리는 실망했다”라는 대중의 감정을 무시하는 결과로 해석될 수 있다.

해명이 곧 신뢰를 불러오진 않는다. 해명은 신뢰를 복원하는 하나의 시도다. 따라서 해명보다 먼저 회복해야 하는 것은 ‘정서적 관계’일 수 있는데, 더본코리아의 경우 그 ‘감정 읽기’에 실패한 것이다.

많은 사람은 사실이 틀렸다고 분노한 것이 아니라 그 사실을 대하는 태도에 실망한 것이다. 그래서 해명은 “당신이 느꼈을 실망에 공감한다”는 기반 위에 잘 설계돼야 하고, 그 설계는 맥락을 잘 따라야 한다. 더본코리아 사례는 해명의 언어 자체보다 그 맥락, 기대, 정서, 그리고 사전 신뢰 자산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보여준다.

같은 맥락에서 또 하나 중요한 것은 해명도 상호작용이어야 한다는 점이다. 즉, 해명은 일방향 발표가 아니라 대화의 문을 여는 것이어야 한다. 예를 들어 “왜 그렇게 느끼셨는지 이해합니다.” 이 한마디만으로도 해명이 ‘정보 전달’이 아닌 ‘이해와 공감의 제스처’임을 보여줄 수 있다.

위기 상황의 핵심은 커뮤니케이션이다. 그리고 커뮤니케이션이란 ‘상대방이 어떻게 받아들이는가’를 전제로 한 쌍방향 행위다. 반응 없는 설명은 변명이 되고, 공감 없는 해명은 방어가 된다. 상호 커뮤니케이션 없는 해명은 일방적인 ‘통보’일 뿐이다. 재차 강조하지만 해명은 말이 아니라 태도다. 그리고 그 태도는 사람들의 마음을 향해 열려 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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