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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일 초급장교 교류회

입력 2025. 06. 17   15:18
업데이트 2025. 06. 17   15: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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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형민 중위 육군5보병사단 수색대대
박형민 중위 육군5보병사단 수색대대



‘초급장교’! 야전에서 주로 소대장 혹은 부중대장 직책을 수행하고 있는 소위, 중위를 일컫는 용어다. 장교로 복무했던 아버지는 초급장교란 아직 업무능력은 부족하더라도 애국심과 열정이라는 초심으로 묵묵히 행동하는 ‘바보’가 돼야 한다고 이야기하셨다. 그래서 나는 임관해 소대장으로서 처음 소대원들 앞에 섰을 때 현장에서 용사들과 함께 호흡하며 제한사항을 몸소 느끼는 ‘바보’가 되리라 다짐했다. 

이 때문에 한국과 미국·일본을 대표하는 ‘바보’들이 모여 자유롭게 생각을 이야기하는 ‘한·미·일 초급장교 방한 교류회’는 매우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미군과 일본군의 초급장교들은 어떤 각오로 장교로 군에 입대했을까?’ ‘그들의 지휘방식과 우리의 차이점은 무엇일까?’ 등 많은 궁금증을 안고 계룡대로 향했다.

첫째 날, 한자리에 모인 우리에게 언어와 문화의 차이는 큰 문제가 되지 않았다. 군인, 그중에서도 ‘초급장교’라는 공통점 아래 서로를 알아가기 바빴다. 취미를 묻는 가벼운 질문부터 동북아 정세에 관한 진중한 이야기까지, 첫날 밤은 너무나 짧았다.

둘째 날부터는 본격적으로 한국군의 조직과 문화, 한미 연합방위태세에 대한 이해를 높이기 위한 견학을 시작했다. 먼저 우리는 환대 속에서 육군본부를 둘러보며 미국과 일본의 초급장교들이 대한민국 육군을 이해하고, 고도화하는 북한의 위협에 관한 공감대를 형성하는 시간을 보냈다. 이후 평택의 미8군을 방문해 ‘파이트 투나잇(Fight Tonight)’이라는 구호 아래 24시간 빈틈없이 가동되는 한미 연합방위태세의 중요성을 체감하고, 미8군에서 현재 시행하는 교육훈련을 체험하는 시간도 가졌다.

셋째 날과 마지막 날 이뤄진 기계화부대 전술훈련 참관과 일반전초(GOP) 지역 방문, 그리고 육군사관학교에서 진행한 ‘소부대 과학화 훈련체계’ 관람은 국군 장교들에게는 자부심을, 미국과 일본 장교들에게는 감탄을 불러일으켰다. 소부대 전투기술에 대한 각자의 생각을 공유하고, 국군이 사용하는 무기체계를 관람하며 각국의 체계와 다른 점을 서로 이야기하는 등 열띤 토론이 이어졌다.

나흘간의 교류회 동안 ‘바보’들에게는 흔히 외교에서 필요하다고 여겨지는 가식적인 웃음도, 체면치레도, 위선적인 처세술도 없었다. 그저 군인, 초급장교, 그리고 ‘리더’로서 하나 돼 끈끈한 유대를 형성했을 뿐이었다. 초급장교 교류회를 통해 한·미·일 삼각동맹의 중요성과 국적은 달라도 우리는 모두 같은 목표를 가진 군인이라는 자긍심을 피부로 느낄 수 있었다.

짧은 만남을 뒤로 하고 훗날 삼각동맹의 주역이 돼 다시 만나자는 다짐으로 우리는 “Good bye” 대신 “See you later”로 작별 인사를 나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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