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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공생리 연구 공군 여성 장교 제트전투기 첫 체험비행

입력 2025. 06. 12   15:04
업데이트 2025. 06. 12   1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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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istory in 국방일보 - 1993년 6월 2일 자

 



모든 일에는 처음이 있습니다. 지금은 지극히 상식적인 일도 과거 누군가의 어려운 첫걸음이 있었기에 가능해진 것입니다.

1993년 6월 2일 자 국방일보에는 이러한 선구자 중 한 명의 기사가 게재됐습니다. 우리나라 최초로 여군이 공군 전투기에 탑승했다는 내용입니다. 그런데 이날의 주인공은 조종사가 아닌 연구원이었습니다.

국방일보는 이 내용을 다음과 같이 기록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 최초로 제트전투기에 여성이 탑승했다. 공군3526부대는 지난달 31일 공군 항공의학적성연구원 산하 항공생리훈련부의 요청으로 항공생리교관인 장정숙 소위의 제트전투기 관숙비행을 지원, 관심을 모았다”고 보도했습니다.

이어 “이날 장 소위는 비행 전 안전교육을 받은 뒤 주조종사인 심동섭 소령과 함께 A-37 전투기에 올라 한 시간여 동안의 비행을 성공리에 마치고 무사히 착륙, 제트전투기에 탑승한 최초의 여성이 됐다. 장 소위는 이날 조종사들이 공중 상황에서 체험하게 되는 각종 신체적 변화를 연구하기 위해 탑승했다”고 기록하고 있습니다.

기사에 언급된 ‘관숙비행(慣熟飛行)’은 일종의 체험비행으로 교관과 함께 탑승, 비행감각을 익히는 과정입니다. 첫 여성 장교의 전투기 탑승이었던 만큼 국방일보는 장 소위의 인터뷰도 함께 실으며 그 의미를 전했습니다.

장 소위는 인터뷰에서 “항공생리를 연구하는 교관으로서 항공생리에 관한 이해도를 높이기 위해선 실제 비행을 하면서 신체적 변화를 직접 체험해야만 효과적이고 실용적인 연구와 교육을 할 수 있기 때문”이라며 전투기 동승 이유를 밝혔습니다.

첫 비행 느낌을 묻는 질문에는 “항공기가 좌우로 선회하거나 피치업을 할 때는 4~5G의 선속이 가해져 배가 아파 아랫배에 힘을 줘 피 쏠림을 막아야 했다. 몸이 마비된 것처럼 전혀 내 뜻대로 움직이지 않았다. 매일 이러한 비행을 반복하는 조종사들의 고충을 알 것 같다”고 실제 경험한 비행의 어려움도 토로했습니다.

놀랍게도 향후 국내 여성 전투조종사도 예상했습니다. 그는 “머지않아 우리 공군사관학교에서도 여성 생도를 모집할 것으로 전망된다. 얼마 전 미국에서 여성 조종사가 탄생했다는 신문기사를 봤지만 우리도 충분히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습니다. 장 소위의 예상대로 그로부터 4년 뒤 1997년 공군사관학교는 여성 생도의 입학을 허용했습니다. 2002년에는 여군 첫 전투기 조종사가 탄생, 금녀의 벽을 허물었습니다.

장 소위는 1993년 간호사관학교 출신 최초로 공군 간호장교로 임관했던 인재였습니다. 이후 2007년 공군간호장교 최초 의무대대장 부임, 2019년 공군 간호장교 최초 대령 진급에 이어 항공우주의료원장 취임 등 공군 여군사에 굵직한 발자취를 남겼습니다.

이영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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