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채로운 색깔 머금은 고창
싱그러운 녹음 가득한 오솔길 따라…
라벤더 내음 그윽한 들길 따라…
고즈넉이 계절 속으로 걸어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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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청농원 라벤더 농장 - 보랏빛 인생 사진을
유채와 청보리가 봄의 전령사였다면 여름의 시작을 알리는 것은 보라색 꽃을 피우는 라벤더다. 공음면에 자리한 팜스테이 관광지, 청농원으로 향하자. 그저 개인이 운영하는 농장일 뿐인데도 사람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곳이다. 고창에서 가장 아름다운 라벤더 풍경을 즐길 수 있는 곳으로 유명해서다. 인기에 힘입어 매년 6월이면 이곳에서 ‘고창 청농원 라벤더 축제’가 열리기도 한다. 올해도 마찬가지다. 오는 29일까지 축제가 진행된다.
청농원에서 꼭 무언가를 해야 하는 건 아니다. 라벤더밭을 거닐어 보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 완만한 경사지에 조성된 이 라벤더밭에는 포토존이 가득하다. 저 멀리 바다가 보이는 언덕 위에는 보라색 라벤더에 맞춰 채색된 흔들의자가 설치돼 있는데, 방문객의 단골 포토존으로 손꼽힌다. 라벤더밭 사이로도 기념사진을 남길 만한 공간이 여럿 조성돼 있다. 방문객을 위한 농장주의 배려다. 곳곳에 놓인 벤치에 앉아 푸른 하늘과 라벤더밭의 대비를 감상해 보는 것도 좋겠다.
라벤더밭 뒤로는 대나무숲 산책로가 이어진다. 이왕 언덕에 오르기로 했다면 흙길을 따라 농장 전체를 한 바퀴 산책하기를 추천한다. 잠시 쉬고 싶다면 한옥 스타일로 지은 카페에 들러 라벤더 음료를 마시며 시간을 보내는 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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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상하농원 - 치즈·잼 만들고 건강 밥상 먹고
상하농원은 매일유업이 운영하는 농촌체험형 테마공원이다. 이곳에는 소와 양을 방목하는 목장, 이용객이 직접 가꿀 수 있는 텃밭, 지역에서 재배한 농산물을 활용한 요리를 제공하는 식당, 카페, 숙박시설 등이 있다. 이를 기반으로 다채로운 체험 프로그램까지 마련해 가족 단위 여행객에게 큰 사랑을 받고 있다.
가장 인기를 끄는 것은 아이들을 대상으로 하는 체험 프로그램이다. 치즈·찹쌀고추장·딸기잼·소시지·핫도그 만들기 등 누구나 쉽게 따라 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 매일 진행된다. 공장에서 우유와 치즈를 만드는 과정을 전문 도슨트의 설명과 함께 둘러보는 견학 프로그램은 빠르게 매진될 정도로 인기다. 계절에 따라 텃밭을 배정받아 다양한 농산물을 길러 볼 수도, 고창의 특산물을 화분에 심어 볼 수도 있다. 송아지나 양에게 먹이를 주며 교감하는 공간 또한 마련돼 있다.
상하농원이 자랑하는 게 하나 더 있다. 바로 질 좋은 식재료를 활용해 건강한 밥상을 내놓는 식당이다. 많은 식재료를 자체적으로 생산하거나 지역에서 찾는다는 점이 특징이다. 상하농원에서 생산하는 무항생제 유정란, 햄 공방에서 직접 만든 소시지, 제철 채소 등을 활용하는 건 기본이다. 고창의 특산물인 장어로 덮밥을, 서해안에서 잡은 꽃게로 게장을 만들어 판매하기도 한다. 고창의 농산물로 만든 여러 제품을 구매할 수 있는 파머스마켓도 그냥 지나치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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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선운사 - 울창한 숲길 따라 고느넉한 산책
숲길을 산책하며 차분한 시간을 보내고 싶다면 선운사는 어떨까. 선운사는 백제시대에 창건해 지금까지 역사를 이어오고 있는 천년고찰이다. 사찰의 긴 역사와 그에 걸맞은 전통 건축물, 유서 깊은 문화유산을 둘러보는 재미도 쏠쏠하지만 가장 매력적인 곳은 숲 산책로다. 입구부터 사찰, 그 너머 선운산 깊숙한 곳까지 뻗은 오솔길은 초여름의 고즈넉한 오후를 누리기에 더할 나위 없이 좋다.
길 옆으로 도솔계곡이 잔잔하게 흐른다. 선운사만큼이나 오랜 역사를 품고 있는 나무들이 크고 작은 가지로 오솔길을, 하늘 전체를 뒤덮는다. 계곡과 울창한 숲 덕분에 여름에도 이 길은 청량하기만 하다. 선운사 입구를 지나면 숲의 고요한 공기가 사방을 감싼다. 길은 선운사 암자 중 하나인 도솔암이 있는 곳까지 거의 평지로 이뤄져 있다. 누구나 쉽게 거닐 수 있다는 의미다.
선운사 경내도 둘러보자. 대웅전을 비롯해 금동지장보살좌상, 도솔암 금동지장보살좌상, 동불암지 마애여래좌상 등이 국가유산 보물에 지정됐다. 매년 8월에는 경내 중심에 있는 배롱나무가 분홍색 꽃망울을 터뜨리며, 초가을에는 새빨간 꽃무릇이 숲길을 장식한다. 한겨울에는 동백나무 군락의 꽃잔치를 즐길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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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운곡습지 - 사람 떠나고 희귀 동식물 삶터로
자연 깊숙한 곳을 탐험하고 싶다면 운곡습지로 향하자. 울창한 천연림, 야생동물이 모여 사는 습지대, 거대한 호수가 이어지는 이 일대는 인간의 손길이 닿지 않은 듯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사실은 원래 사람들이 살았던 곳이다. 강 하류에 댐이 건설되며 마을이 물에 잠겼고, 주민들이 떠나며 버려지게 된 농경지가 자연상태로 복원된 것. 한반도 토종 야생식물 등 희귀 동식물을 포함해 800종이 넘는 생물이 이곳에서 조화를 이루고 있다. 자연의 복원력은 실로 대단하다.
습지와 호수를 보존하고자 최소한의 탐방로만 남겨 두고 있다. 정글 탐험이라고 해도 좋을 정도로 울창한 숲을 만날 수 있는 이유다. 언제, 어디서 야생동물이 튀어나올지 모른다. 긴장을 늦추지 말자. 운곡습지와 관련해 자세한 설명을 듣고 싶다면 탐방안내소에서 안내받는 것을 추천한다.
운곡습지 트레킹은 준비가 필요하다. 중간에 식수를 보충할 만한 곳이 없기 때문이다. 규모도 상당한 편이다. 어느 지점을 반환점으로 삼느냐에 따라 다르지만 고창고인돌박물관 쪽에서 시작한다면 호수까지 왕복 1시간 정도, 호수를 한 바퀴 돌아서 온다면 2시간 이상 걸릴 만큼 큰 규모라는 점을 참고하자.
몇 달 전 넷플릭스 드라마 ‘폭싹 속았수다’가 인기를 끌면서 작품에 나오는 촬영지 또한 관심을 모았다. 제주도를 배경으로 하는 드라마였던 만큼 다른 지역을 주요 촬영지로 삼았다는 이야기는 상당히 의외였다. 전북 고창군은 ‘폭싹 속았수다’의 주요 촬영지 중 하나다. 두 주인공, 애순과 관식의 사랑 이야기가 시작된 유채밭이 다름 아닌 고창에 있다. 고창의 매력이 어느 정도이길래 감독은 제주의 수많은 유채밭을 내버려 두고 이곳을 낙점했을까.고창의 숨겨진 매력을 찾아 떠나 보자. 물론 드라마 속 노란 유채밭이나 초록색으로 물든 청보리밭은 봄에만 볼 수 있다. 그래도 아쉬워하지 말자. 고창의 다채로운 매력은 여름에 더 빛을 발하니까! 복분자가 익어 가고, 라벤더가 보랏빛 향기를 사방에 퍼뜨리기 시작할 때다. 여름을 머금어 가고 있는 고창을 소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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