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병대교육훈련단에서 수료를 앞둔 지금, 확신과 자긍심으로 가득하다. 불안감과 망설임, 두려움으로 고달팠던 1주 차를 생각하면 놀랍도록 단단해졌다. 실무지로 이동하기까지 일주일밖에 남지 않았음에도 두렵지 않은 것은 해낼 수 있다는 자신감이 있어서다. 그 자신감으로 해병대라는 이름과 사랑하는 사람을 떠올리며 그들의 하루를 위해 주어진 임무를 완수할 것이라고 다짐한다.
처음부터 비장한 마음으로 해병대에 입대한 건 아니다. 해병대를 향한 동경, 멋있는 팔각모를 쓰고 ‘빨간명찰’을 달고 싶은 마음, 무엇보다 해병대 장교인 아버지를 따라다니며 어렸을 때부터 가졌던 친근함에 이끌려 해병대를 지원했다. 그러나 빨간명찰을 달기까지의 6주는 단편적인 예상보다 험난했다. 해상돌격훈련, 생애 첫 행군, 천자봉 고지 정복훈련까지 매일매일이 치열한 싸움이었다.
날이 갈수록 힘들어지는 훈련을 끝까지 이겨 낼 수 있었던 원동력은 가족을 향한 사랑과 소중한 이를 향한 열렬한 마음이었다. 힘이 들어 포기하고 싶을 때마다 주문을 외듯 기다려 주는 사람들을 생각했다. 어머니의 다정한 목소리, 눈앞에 있는 것처럼 선한 동생들의 얼굴, 1년 6개월을 선뜻 기다리겠다고 말해 준 사랑하는 연인, 무엇보다 오늘도 빨간명찰을 달고 일하고 계실 아버지를 떠올렸다.
포기하고 싶을 때면 수도 없이 되뇌었다. 어머니의 자랑이고, 아버지의 자부심인 내가 그 시간을 견디지 못할 리 없다. 아들로서 부모님의 평화로운 일상을 지킬 강인한 해병대원이 될 의무가 있다. 그렇게 생각하면 신기하게도 힘이 솟았다. 항상 오늘이 가장 힘들었지만, 그럼에도 내일은 찾아왔다. 하루하루 지날수록 확신을 갖게 됐다. 내 능력에 대한 확신이 아니라 소중한 사람들이 심어 준 확신이었다. 그들이 얼마나 의지가 되는지, 그 사람들을 위해 얼마나 힘을 낼 수 있는지 마음속에 확신이 차올랐다.
아버지는 젊은 시절 백령도에서 근무하며 어머니와 편지를 주고받으셨다. 두 분 사랑의 결실인 나 역시 얼마 뒤면 백령도에서 실무생활을 하게 된다. 두려움은 더 이상 없다. 빨간명찰을 단 해병이고, 피와 땀으로 얼룩진 명찰은 사랑하는 이들이 보내 준 응원과 힘으로 이뤄진 것이기 때문이다. 바쁘고 정신없는 나날이 되겠지만, 사랑하는 사람들의 일상을 지킨다는 사명 아래 극복해 나갈 것이다. 비로소 해병대원이 된다. 약자를 지키고 힘든 일에 앞장서는 상승불패의 해병대원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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