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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복 80주년 다시 빛날 기억들] 나랏빚을 갚자…나라를 되찾자…숨결은 잦아들지 않고 역사는 잠들지 않는다

입력 2025. 06. 10   16:58
업데이트 2025. 06. 10   17: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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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복 80주년 다시 빛날 기억들
전국 독립운동기념관 탐방
④ 경기 김포시독립운동기념관

애국계몽·국채보상운동서 비롯된 김포 독립운동…오라니장터서 4000여 명 “만세”로 폭발
메타버스 가상전시·학교 순회전시…지역 독립운동가 활동 생생하게 미래세대에 전달 노력

경기 김포시독립운동기념관 앞에 서자 100년 전 만세의 함성이 귓가에 선명히 되살아난다. 한때 김포 최대 장터였던 오라니장터가 있던 이곳은 김포 만세운동의 중심지였다. 해설을 맡은 권민지 학예연구사는 “김포 독립운동의 출발점이자 오늘의 역사가 이어지는 공간”이라고 강조했다. 안내에 따라 전시실을 걷는 동안 우연히 단체관람을 온 광복회 고양시지회 회원들은 만날 수 있었다. 정동수 부지회장은 “10여 년 전 왔을 때와 비교해 전시 내용과 구성이 내실 있어졌다”며 감탄했다. 기념관은 김포의 독립운동사를 온몸으로 체험하며, 선열들의 숨결과 희생을 오늘에 새기는 ‘살아 있는 역사현장’이었다. 글=임채무/사진=조용학 기자
 

김포시독립운동기념관 전경.
김포시독립운동기념관 전경.



김포 독립운동의 흐름을 따라

2013년 2월 개관한 기념관은 대지면적 6500㎡ 규모에 상설전시실과 특별전시실, 영상실 등으로 구성됐다. 입구를 따라 들어오면 가장 먼저 보이는 로비에선 메타버스 가상전시관을 체험할 수 있는 공간과 김포 독립운동을 영상으로 볼 수 있는 영상실을 만날 수 있다.

안쪽으로 조금 더 걸어가면 상설전시실이다. 상설전시실은 ‘김포에 울려 퍼진 독립의 함성’이라는 주제 아래 김포 독립운동의 전 과정을 시간 흐름에 따라 입체적으로 보여 준다. 1900년대 초 김포는 경성(현 서울)과 강화도를 잇는 교통·상업의 요충지이자 소금 생산으로 시장경제가 활발했던 지역이었다. 이를 노린 일제는 지주회사를 앞세워 염전산업에 큰 타격을 줬다.

이런 상황에서 태동한 김포 독립운동은 애국계몽운동과 국채보상운동에서 시작됐다고 볼 수 있다. 1904년 강화도 보창학교 설립의 영향으로 김포에도 공·사립 학교와 교육단체가 잇따라 세워졌다. 그중 분남학교는 김포지역에서 국채보상운동에 가장 먼저 참여하며 분위기를 주도했다. 이에 따라 김포·통진지역에서만 958명이 311원을 모금하는 등 지역민의 적극적 참여가 이어졌다.

의병운동 또한 활발하게 이뤄졌다. 이동희, 지옥룡 등 강화의 의병 지도자들이 김포로 내려와 조직적으로 군자금을 모집하고 항일투쟁을 했다. 기념관에는 이들의 일제 판결문, 군자금 모집 기록 등이 전시돼 있어 당시 상황을 생생하게 보여 준다.

1919년 2·8독립선언의 여파로 김포 출신 김도영 등 유학생들이 일본 도쿄에서 독립선언을 발표했다. 이어 3·1운동이 일어나면서 같은 달 22일 김포에서도 만세운동이 전개된다. 김포 만세운동은 월곶면 군하리와 검단면을 시작으로 29일까지 8일간 양촌, 고촌, 하성 등 김포 전역에서 15회에 걸쳐 계속됐다.

특히 3월 23일 오라니장터(현 양곡시장)에서는 2차례에 걸쳐 총 4000여 명이 만세를 외쳤다. 월곶면 구나리, 양촌, 고촌 등지에서 학생·농민·여성 등 각계각층이 참여하면서 김포 만세운동은 29일까지 계속된다. 권 학예사는 “김포 만세운동은 독립을 염원하는 지역민의 굳은 의지가 하나 돼 치열하게 퍼져 나갔다”며 “폭력적인 운동을 펼치기보다 구호를 외치며 횃불을 들고 시위하는 등 비교적 평화적인 만세운동이 이뤄졌다”고 설명했다.

전시실에는 당시 만세운동의 전보, 판결문, 사진과 함께 오라니장터 만세운동을 재현한 디오라마가 설치돼 있다. 광복회 고양시지회 회원들은 전시실을 둘러보며 “젊은 세대가 이곳에서 역사를 직접 보고 배우면 좋겠다”고 입을 모았다.

 

 

김포시독립운동기념관을 찾은 광복회 고양시지회 회원들이 경기 김포시 일대 독립운동 역사를 담은 전시물을 관람하고 있다.
김포시독립운동기념관을 찾은 광복회 고양시지회 회원들이 경기 김포시 일대 독립운동 역사를 담은 전시물을 관람하고 있다.

 

김포 만세운동을 형상화한 그림.
김포 만세운동을 형상화한 그림.

 

 

김포 출신 독립운동가 집중 조명

특별전시실에서는 ‘1920 독립전쟁의 해’를 주제로 김포 출신 독립운동가들의 활동과 무장투쟁, 임시정부 지원운동을 집중 조명하고 있었다. 특히 1919년 서울에서 조직됐던 독립운동단체 주비단의 초대사령장 심영택 선생의 활동이 자세히 소개돼 있다.

김포군 검단면(현 인천시 서구) 출신인 심 선생은 서울 경신학교에서 주비단을 조직, 상하이임시정부에 독립자금을 지원하고 비밀결사활동을 이끌었다. 그는 6000여 원의 독립자금을 모아 임시정부를 지원했고, 일제에 체포돼 옥고를 치렀다. 

이외에도 특별전시실에는 당시 김포 고촌·양촌·월곶면 등지에서 활약한 독립운동가들의 활동을 상세히 소개하고 있다. 

고촌면 만세운동은 신곡리 출신의 김정의에 의해 시작됐다. 그는 경성 중동고등보통학교 재학 중 3·1만세운동에 참여했다. 일제의 체포를 피해 고향으로 돌아왔다가 김정국·윤재영·이흥돌·윤주섭과 함께 같은 달 25일 만세시위를 펼쳤다.

양촌면 만세시위는 누산리 출신 박충서에 의해 주도됐다. 그는 박승각·박승만·안성환·전태순과 함께 3월 23일 오라니장터 장날 군중을 향해 ‘독립 만세’를 외치며 시위를 주도했다. 2시간 뒤에는 정인섭·임철모·이효원에 의해 다시 한번 만세운동이 진행됐다. 정인섭·임철모는 군중을 이끌고 주재소, 면사무소를 향하던 중 출동한 일본 헌병대에 태극기를 압수당하고 체포됐다. 월곶면은 박용희·성태영·백일환·이살눔·정인교·윤종근·민창식 등의 주도로 22일부터 29일까지 지역 내에서 수차례 만세운동이 일어났다.

특별전시실은 지역별 만세운동의 전개과정, 주요 인물의 활동상, 훈장증 등을 전시해 관람객들의 이해를 도왔다.

권 학예사는 “특별전시실은 보통 연 2회 주제를 바꿔 운영한다”며 “올 6월에는 의열단을 주제로 관람객에게 독립운동의 이해를 돕고 볼거리를 제공할 것”이라고 말했다.

 

조선독립군가 전시물.
조선독립군가 전시물.

 

양촌면 오라니장터 만세운동을 재현한 모형.
양촌면 오라니장터 만세운동을 재현한 모형.

 

오라니장터 만세운동 전시물을 살펴보는 모습.
오라니장터 만세운동 전시물을 살펴보는 모습.

 

광복회 고양시지회 회원들이 양촌면 오라니장터 만세운동에 관한 설명을 듣고 있다.
광복회 고양시지회 회원들이 양촌면 오라니장터 만세운동에 관한 설명을 듣고 있다.



독립운동 알리기 위한 기념관의 노력과 과제 


김포시독립운동기념관은 여러 교육·체험 프로그램과 디지털 전시관을 통해 독립운동의 의미를 널리 알리고 있다.

특히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학교 연계 순회전시, 메타버스 가상전시관, QR 전시해설 시스템 등 첨단 기술을 활용해 접근성을 높였다. 이 중 메타버스 가상전시관은 어린이와 청소년들에게 독립운동사를 쉽고 재미있게 전달해 인기가 높다는 게 권 학예사의 설명이다.

권 학예사는 “3·1절, 현충일, 광복절 등 기념일을 계기로 체험행사를 하고, 체험형 프로그램을 마련해 학생과 시민의 참여를 유도하고 있다”며 “청소년들의 올바른 역사의식 정립과 나라사랑 정신 함양을 위해 다양한 특성화 사업을 지속적으로 이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풀어야 할 과제도 있다. 대표적으로 김포 독립운동의 역사가 교과서나 대중매체에서 충분히 조명받지 못하고 있다는 점, 관람객 대부분이 지역주민에 머물러 있다는 점이다.

권 학예사는 “독립운동기념관을 무겁고 어려운 주제로 인식하는 경향이 있다”며 “더 많은 시민이 쉽게 찾아올 수 있도록 콘텐츠 개발과 학교·단체 연계 프로그램 확대 등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독립운동 관련 자료의 추가 발굴과 체계적 보존, 소장품의 전문적 관리, 전시 콘텐츠의 다양화 등도 추진할 것”이라고 부연했다.

정동수 부지회장은 “김포시독립운동기념관 정도면 지역 독립운동사를 매우 체계적이고 일목요연하게 전시하고 있는 것”이라며 “이런 기념관이 더 많이 알려져 많은 관람객이 찾아와야 한다”고 말했다.


양촌/대곶면민만세운동유적비와 대한독립군위령탑.
양촌/대곶면민만세운동유적비와 대한독립군위령탑.


김포지역 현충시설 
대한독립군위령탑 등 유적비
주요 기념일마다 추모행사도

김포시는 지역 곳곳에 만세운동 유적비와 현충시설을 세워 독립운동의 역사를 기리고 있다.

대표적으로 ‘양촌/대곶면민만세운동유적비’는 1919년 3월 김포 전역에서 펼쳐진 만세운동의 뜨거운 함성과 희생을 기념하는 상징적 공간이다. 이곳에는 유적비와 함께 대한독립군위령탑과 임철모 등 9명의 애국지사 묘비석이 함께 세워져 있다. 이는 만세운동을 주도하고 옥고를 치른 지역 독립운동가들의 넋을 기리고, 후세에 그 정신을 전하기 위함이다. 매년 3·1절, 순국선열의 날 등 주요 기념일마다 이곳에서 추모행사가 열려 지역민과 학생들이 선열들의 뜻을 되새기고 있다.

월곶면 군하리장터 인근 ‘월곶면민만세운동유적비’ 역시 김포 만세운동의 시작점이자 항일정신의 상징으로 남아 있다. 고촌읍에는 ‘고촌면민독립만세유적탑’, 윤재영 애국지사의 기념비가 세워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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