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국심·○대심·전우○는 군인이라면 응당 가져야 할 마음으로, 군대에서 가장 강조되는 군인정신의 근간이다. 이들 단어에 공통으로 들어갈 ○의 글자는 무엇일까? 바로 ‘애(愛)’, 사랑이다. 참다운 군인이 되고자 한다면 사랑이 필요하다는 말이다. 조금 낯설지 않은가? 군인이 되는 데 사랑이 필요하다니!
그러나 실제로 그렇다. 전투현장에서 인류애가 없는 군인은 인간성을 잃어버리고 살인기계로 전락한다. 애국심과 애대심이 없는 군인은 위기 상황에 주어진 임무를 내팽개치고 책임 완수보다 일신의 안위를 추구한다. 또 전우애가 없는 군인은 어떤가? 사선을 넘나드는 전선에서 곁에 있는 전우를 버리고 자기 살길만을 찾는다. 이들을 우리는 과연 군인답다고 말할 수 있을까?
군인다움을 유지하고 보다 나은 군대를 만들기 위해선 반드시 사랑이 있어야 한다. 오직 사랑만이 한 사람의 군인이 조국에 충성하고, 부대를 위해 용기 있게 희생하며, 전우를 향한 끝없는 책임을 다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사랑이 곧 힘이요, 전투력인 셈이다.
군인을 군인답게 하고, 부대를 하나 되게 만드는 ‘진정한 사랑’은 어디서 생기는 걸까? 바로 신앙이다. 신앙을 통해 인간은 초월적 존재와 가치에 눈뜨게 된다.
신앙은 ‘나’의 생명보다 더 크고 위대한 존재와 가치를 위해 살아가게 만들며, 심지어 죽음까지 두려워하지 않게 이끈다. 이러한 믿음은 인류와 공동체, 조국과 부대, 전우를 위한 헌신으로 자연스럽게 연결된다.
대표적인 예가 고(故) 강재구 소령의 이야기다. 그는 베트남전 파병을 앞두고 수류탄 투척훈련 중 박모 이병의 실수로 중대원들 쪽으로 잘못 던져진 수류탄을 향해 몸을 날렸다. 자신의 희생으로 중대원들을 구한 것이다. 어떻게 그 찰나의 순간에 그런 행동을 할 수 있었을까? 그의 유품 가운데 나온 작은 성경책에는 그 질문에 답하듯이 다음과 같은 구절에 빨간 밑줄이 그어져 있었다.
“사람이 자기 친구를 위해 목숨을 내놓는 것보다 더 큰 사랑은 없다.”(요 15:13) 독실한 신앙인이었던 그는 자신을 위해 생명을 내주시기까지 한 예수님의 사랑으로 중대원들을 구하고자 생명을 던졌다. 신앙에서 우러난 진정한 사랑이 기꺼이 자신을 내던지게 만든 것이다.
육군3사관학교는 최근 학교 임무를 재진술했다. 그중에는 육군의 미래 인재상과 연계한 우수인재 선발과 올바른 가치관·품성을 갖춘 정예 장교 육성이 있다.
그렇다면 정예 장교로서 마땅히 갖춰야 할 올바른 가치관·품성은 어떻게 길러지고 형성되는가? 군목으로서 이렇게 답하고 싶다. ‘진정한 사랑’으로만 가능하다고 말이다.
그 진정한 사랑의 정의와 형성방법에 대해선 얼마든지 다른 생각이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적어도 참된 사랑으로 무장한 군인이 얼마나 ‘좋은’ 군인이 될 수 있고 ‘강한’ 군인이 될 수 있는지는 이견이 없을 것이다.
“사랑이 전투력이다.” 이 말에 공감하는가? 잠시 눈을 감아 보자. 그리고 두 손 모아 나라를 위해, 부대와 학교를 위해, 곁에 있는 전우들을 위해 진심(眞心)과 전심(專心)으로 기도해 보자. 마음속 깊은 곳에서부터 사랑의 불꽃이 타올라 아무리 어둡고 힘겨운 날들이 닥쳐온다고 할지라도 함께 앞으로 나아갈 수 있는 지혜와 용기의 빛을 얻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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