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외 외국어 영어로 읽는 손자병법

사람을 부려 먼저 알면 싸우지 않고도 이긴다

입력 2025. 06. 10   16:29
업데이트 2025. 06. 10   16:33
0 댓글

영어로 읽는 손자병법 - 선지(先知) 전략 

정보 없는 기동은
어둠 속을 달리는 것이고
준비 없는 공격은
낭떠러지로 돌진하는 것
적 내부 인적 네트워크 통해
먼저 정보 확보·활용하면
전장 지배할 수 있어

故明君賢將, 所以動而勝人, 成功出於衆者, 先知也;(고명군현장, 소이동이승인, 성공출어중자, 선지야;) 
先知者, 不可取於鬼神, 不可象於事, 不可驗於度; 必取於人, 知敵之情者也.(선지자, 불가취어귀신, 불가상어사, 불가험어도; 필취어인, 지적지정자야.) 

⇒그러므로 현명한 군주와 장수가 군대를 움직일 때마다 항상 승리하고, 다른 사람들보다 뛰어난 공적을 쌓는 것은 첩자를 운용해 사전에 적정을 파악하기 때문이다.
사전에 적정을 파악하는 것은 귀신을 통해 할 수 있는 게 아니다. 일상적인 일로 유추해 알 수 있는 것도 아니다. 경험으로 짐작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적의 정세를 정확하게 파악하는 것은 반드시 사람을 거쳐 해야 한다. 

⇒Therefore, wise rulers and generals consistently achieve victory and accomplish greater feats than others by employing spies to gather intelligence and understand the situation in advance each time. Understanding the enemy situation in advance cannot be achieved through supernatural means, everyday affairs, or mere guesswork based on experience. It must be done through human intelligence to accurately assess the enemy’s disposition.

 

간첩을 능란하게 활용하는 군주와 장수의 모습을 형상화한 이미지. 필자 제공
간첩을 능란하게 활용하는 군주와 장수의 모습을 형상화한 이미지. 필자 제공



선지(先知)는 전략의 시작이다 

손자는 승리의 비결을 ‘먼저 아는 것’에 뒀다. 군을 움직이기 전에 적을 알고, 전략을 수립하기 전에 정보를 파악하며, 전투가 시작되기 전에 이미 결과를 결정짓는 것. 이것이 손자의 ‘선지 전략(Strategy of Foreknowledge)’이다. 전쟁의 승패는 전투 당일의 용맹이나 전술로 결정되지 않는다. 그보다 훨씬 앞선 시점, 즉 정보 확보(intelligence acquisition), 전략 수립(strategic planning), 작전 준비(preparation) 단계에서 이미 결과는 판가름 난다.

정보 없는 기동은 어둠 속을 달리는 것과 같고, 치밀한 준비 없는 공격은 무작정 낭떠러지로 돌진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현명한 지휘관은 먼저 알고(know first), 먼저 판단하고(judge early), 미리 철저하게 준비하며(prepare thoroughly), 앞서 움직인다(act preemptively). 전략은 단순한 대응 기술이 아니라 선지를 바탕으로 전장을 선도하는 능력이다.


정보는 반드시 사람에게서 얻어야 한다

손자는 강조한다. “선지란 귀신에게서도, 사건으로부터도, 경험으로부터도 얻을 수 없다. 오직 사람에게서 얻을 수 있다.” 이는 전략을 단순한 직감(intuition)이나 미신(superstition), 과거 데이터의 패턴 예측(pattern recognition)에만 의존해선 안 된다는 경고다. 진정한 전략은 구체적인 정황(specific circumstances)을 정확히 파악하는 데서 비롯되며, 이는 반드시 사람을 거쳐 가능하다고 봤다.

여기서 말하는 ‘사람’이란 적국 내부의 첩자(spies), 조직 내부 사정에 정통한 내부 고발자(insiders), 실시간 정보를 제공하는 인적 네트워크(human sources), 정보를 종합하고 분석하는 전략 정보 분석관(intelligence analysts) 등을 가리키며 정확한 정보(accurate information)의 중요성을 강조한 것이다.

오늘날 위성정찰(satellite reconnaissance), 사이버 감시(cyber surveillance), 신호 정보(SIGINT) 등 첨단 기술이 발전했지만 이 모든 정보의 가치는 결국 ‘사람’에 의해 해석되고 전략적으로 활용될 때 비로소 완성된다.


정보는 모든 전략의 출발점이다

현대 전장의 변화는 손자 시대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복잡하고 빠르다. 실시간 정보 분석(real-time intelligence analysis), 정찰 및 감시활동, 심리전(psychological operations), 사이버 감시 및 해킹 대응 등은 현대의 ‘선지체계(intelligence system)’를 구성하는 핵심 요소다.

비단 군사뿐만 아니라 비즈니스, 외교, 정치, 안보 등 모든 영역에서 전략은 정보로 시작되고 정보로 완성된다. 오늘날의 경쟁은 ‘어떤 정보를 가졌는가?’가 아니라 ‘누가 더 빨리, 더 정확하게, 더 전략적으로 정보를 활용했는가?’가 승패를 결정한다.


정보 우위가 전장을 지배한다

걸프전(Gulf War) 당시 미국은 위성정찰과 신호 감청(signal interception)으로 전장의 모든 상황을 실시간 파악했고, 100시간 만에 이라크군을 압도하는 승리(overwhelming victory)를 거뒀다. 이는 ‘선지의 위력(power of foresight)’을 상징적으로 보여 주는 사례다.

반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은 전략적 정보 부족으로 인해 전격전이 아닌 장기전으로 전환됐고, 국제사회에서 고립되는 결과(isolated results)를 초래했다. 정보 없이 시작된 작전은 곧 혼란에 빠졌고, 오판(misjudgment)은 대가를 치르게 했다. 이는 오늘날에도 손자의 경고가 여전히 유효하며, 오히려 더욱 절박하게 다가오고 있다는 사실을 드러낸다.


전략은 ‘먼저 아는 것’에서 시작된다

손자의 교훈은 분명하다. 전략가는 더 잘 반응하는 자가 아니라 먼저 아는 자다. 선지(Foreknowledge)는 단순한 정보가 아니라 미래를 꿰뚫는 통찰(insight)이며, 위험과 기회(risk and opportunity)를 식별하는 안목(discerning eye)이고, 주도권을 선점하는(taking the initiative) 결정적 힘이다. 전략은 선지를 전제로 시작된다. 먼저 아는 자만이 앞서 움직일 수 있고, 먼저 움직인 자만이 전장을 지배할 수 있다.

 

필자 이용재 예비역 육군대령은 유엔본부 군사부 현행작전팀장 등을 지내고 주한미군사령부 선임전략고문으로 근무하고 있다. 저서로는 『영어 손자병법』 등이 있다.
필자 이용재 예비역 육군대령은 유엔본부 군사부 현행작전팀장 등을 지내고 주한미군사령부 선임전략고문으로 근무하고 있다. 저서로는 『영어 손자병법』 등이 있다.

 

< 저작권자 ⓒ 국방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오늘의 뉴스

Hot Photo News

많이 본 기사